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어
베튤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어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어는 베튤 작가의 생각과 삶을 담은 책인데, 제목이 참 강렬했다. 살아있다도 아니고 존재하고 있다라니, 무슨 책이길래 존재를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걸까 하는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작가는 터키인이지만 한국에서 더 오래 산 외국인이다. 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아버지의 자녀이기 때문에 터키로 돌아갈 수 없고, 한국에서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존재를 부정당하는 일화들을 보면 내가 더 눈물 나고 분한 감정이 막 솟구친다.

 

삶의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고 부정당하는 일을 수없이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계속해서 알리는 사람의 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가 겪은 일을 담담하게 서술하는데 그래서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대학원 원서 접수 때 겪은 일화를 읽으면 참 화가 많이 난다. 말 한 마디 때문에 두려움이 가득한 영사관에 방문해야만 하고, 그로 인해 부모님에게 뜻하지 않은 상처를 주게 되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자괴감이 내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누군가의 존재는 꼭 증명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존재하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게 삶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프리랜서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사람은, 자산이 얼마 없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꾸준히 증명해야 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작가는 자신을 포함하여 이런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것 자체로도 충분하다고, 살아 있는 우리네 삶이 무척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독립에 대해 말하는 일화들도 너무 공감이 갔다. 나도 현재 작가처럼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어린 시절처럼 부모님 뜻대로 생활하지 않기에 서로 부딪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아마 부모님과 함께 사는 성인 자녀들은 다 공감할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드라이기 대첩이다. 동생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할 건데, 별것도 아닌 걸로 크게 싸우게 되는 때가 있다. 드라이기를 제자리에 놓지 않는 것 때문에 머리채 잡고 싸운 일을 글로 쓰셨는데, 여동생이 없는 분이라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생활 패턴이 다른 이와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는 건 가족이라도 참을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깔깔거리며 읽었다.

 

작가는 자신이 경계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계 안팎을 넘나드는 글을 읽다 보면 경계가 모호해진다. 무엇이 안이고 무엇이 밖인지 알 수 없다. 둘 다 똑같이 소중한 삶이기에. 무엇이 주류이고 비주류인지 구분할 필요도 없다. 삶에 정답은 없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에. 인덱스를 이렇게 많이 붙인 책은 오랜만이라, 주변 지인들에게도 추천을 많이 했다. 삶을 위로받고 싶은 당신이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