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 인권 최전선의 변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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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혜화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뉴스 거리는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못 타도록 막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들이 지하철 역에 엘리베이터를 만들어달라 요구하는 것을 불법 시위라 명명하며, 장애인들을 휠체어에서 마구잡이로 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뉴스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비장애인들도 짐이 많거나 다리를 다쳤을 때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그게 ꖶዞ 불법 시위이고 부당한 요구일까.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은 이런 차별과 혐오를 겪은 이들을 위해 일하는 공익 변호사단체에서 쓴 책이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성별, 나이, 장애 여부, 성적 취향 등이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을 두려워하고 틀린 것이라 말하며 그들을 배척하려 한다. 마치 그것을 인정하면 내가 한 일들이 진짜 잘못이라고 느끼는 것처럼. 혐오를 일삼고 차별을 말하는 자들은 이미 안다. 자신이 한 일이 잘못된 것이라고.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입으로도 그 말을 들으면 정말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기에, 아득바득 내 잘못이 아니라고 떼쓰는 것이다.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단체, 회사, 크게는 국가기관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잘못한 일을 잘못이라고 인정하면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 문제가 되는 거라고 느끼는 것처럼.

최근 대만의 천쓰홍 작가님이 북토크에서 하신 말이 인상깊었다. ‘한국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있지만, 우리 나라는 동성 결혼이 합법인 나라다.‘ 농담처럼 한 말이지만, 결코 가볍게 생각할 만한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동성애를 두고 찬반을 논한다. 너무나 웃기는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걸 두고 찬성 반대를 논하다니.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사랑하는 이의 성별이 동성일 수도 있고 이성일 수도 있는데 그게 찬반을 말할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성소수자의 이야기, 난민, 외노자 등 다양한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그들과 함께 권리를 되찾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각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들이 직접 쓴 글이기에, 경계선에 서서 인권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이 고스란히 그려졌다.


이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공존해야 하지만, 그걸 소리내서 말하는 사람은 적다. 그렇기에 무력감에 휩싸이기 쉽다. 나 혼자 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러나 아니다. 내가 소리내면 그런 생각이 있구나를 깨닫는 사람도 있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나 혼자 한다고 달라지는 건 있다. 나는 아직도 SPC를 불매하고, 남양을 불매한다. 처음에는 너 혼자 불매한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지는데 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꾸준히 한 지금 내 주위 사람들은 나와 동조하고 함께 불매한다. 나 혼자만의 불매 운동이 매출에 얼마나 큰 영향이 있겠냐만은, 나는 사람의 피가 묻은 빵을 먹을 수 없다. 우리는, 사람의 피가 묻은 빵을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먹을 수 없다.


이 책을 읽고서 유난히도 차가웠던 지난 겨울이 떠올랐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평등으로.” 그 추웠던 광장에서 우리가 한 목소리로 외치던 구호다. 계엄령이 선포되던 날부터 탄핵이 선고되던 날까지 너나할 것 없이 모여 함께 연대하고 서로를 독려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 그 우리에는 비장애인들, 이성애자들만 모인 것이 아니다. 성소수자들, 장애인들, 농민들, 학생들, 여성들 등 우리 모두 나와서 함께 소리쳤다. 함께 해서 ‘우리‘가 되는 경험은 특별했다. 마침내 겨울이 지나 봄이 왔다. 우리가 투쟁하여 마침내 봄을 마주한 것처럼, 모두가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함께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 책은 차별의 행태를 고발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평등이라는 것을 재조명한다. 책에서 평등이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틀림과 다름이 동의어로 쓰이는 우리 사회에서, 평등이 실효성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름‘을 ‘다름‘이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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