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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독립
최지현 외 지음 / 무제 / 2025년 6월
평점 :
사나운 독립
절대 이 책을 카페에서 읽지 마세요. 카페에서 사연 있는 사람 되니까.
사나운 독립은 최지현, 서평강, 문유림 작가님 순서대로 글이 실려 있는데, 딸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밖에 없다. 최지현 작가님은 ‘남자 없는 여자들’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셨고, 서평강 작가님은 암 투병 중인 어머님이 돌아가시기까지의 과정을 일기로 쓰셨고, 문유림 작가님은 결혼 후 사별로 남편을 보낸 글을 쓰셨다. 모든 글들이 다 울컥하는 감정을 품게 만들었지만, 특히 서평강 작가님의 글인 ‘나선형의 물’을 읽으면서 펑펑 울었다.
‘나선형의 물’은 오랜 시간 동안 폭언에 가까운 언행을 듣던 엄마가 암 투병을 하게 되면서 돌아가시기까지의 과정을 쓴 글이다. 다른 글과는 다른 형식을 보이는데, 말 그대로 소용돌이치는 글, 강에 가득 범람하려 하는 글을 쓰셨다. 직관적으로 자신의 불안감이 넘실거리는 게 보이는 글이라 신선하면서도 충격이었다. 글을 읽지 않아도 그림을 보는 것처럼 그 마음이 느껴지는 게 참 애잔했다. 엄마에게 가지는 애증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사랑과 공허만 남는 그 지난한 과정을 일기로 쓰셨는데, 담백한 서술을 읽으면서 참 많이 울었다. 그 담백함이 슬픔을 배가시켜서 읽다가 엄마한테 효도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들게 하던 글이다.
작가님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그 슬픔을 회피하려 하지 않고 딸의 존재로 힘내면서 그 슬픔마저 껴안으려 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조용한 병실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 엄마의 머리칼을 조심 조심 쓰다듬는 딸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내 보호자였는데, 지금은 내가 엄마 보호자로서 존재한다. 엄마가 나를 어려워하다가도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하는 마음에 막 대하는 게 보인다. 나는 엄마가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이 아닌데. 그러면서도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다.
장녀라면 많이들 공감하겠지만, 엄마는 참 어려운 존재다. 어렸을 때는 엄마만큼 무서운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은 다른 의미로 엄마만큼 무서운 사람이 없다. 어른이 된 지금은 같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엄마의 이해가지 않던 행동들을 자꾸만 이해하게 된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도 나이를 먹고 나를 낳은 뒤에 할머니를 그렇게 이해하셨겠지.
경제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홀로 오롯이 나로서 서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 독립인데, 그게 참 어렵다. 가장 사랑했던 할머니와의 이별, 애증의 관계였던 엄마와의 이별, 반려자와의 사별.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이별이 아니어서 그 상실감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더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서야 ‘나’로서 설 수 있다. 아프고 슬펐던 감정을 곱게 접어 잘 개켜놓고, 마음 한 켠에 볕이 잘 드는 곳에 놓는 것. 이게 독립이지 않을까 싶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겠지만, 지난한 요동침을 겪고 나면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 여성들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지만,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웃고 울면서 상처난 마음을 치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