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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 ㅣ 바통 7
이종산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5월
평점 :
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
사인본으로 받았는데, 작가님들이 싸인에 쓰신 글귀가 다 달라서, 읽는 재미가 있답니다. 많이들 이름을 들어본 작가님들이 많이 계셔서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양이와 나’ 작가님인 이종산 작가님, 2025 젊은작가상 작품집에 수록된 현호정 작가님, 문송안함 작가님인 정수읠 작가님, 3월에 붐업되었던 조시현 작가님, 제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박서련 작가님 등 유명한 작가님들의 ‘빙의’라는 키워드로 묶인 앤솔로지라니.. 좋아하는 작가님들+환장하는 키워드= 재미 없을 수 없음! 이라는 결론으로 받자마자 호다닥 읽어보았습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인 한정현 작가님의 ‘어느 날 여신님의 다리 위에 우리가’를 소개하며 서평을 시작하려 합니다.
자살한 사람들의 유가족 트라우마 치료 모임에서 만난 이선은 형부를 두고 나츠에 상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진 언니 미정을 이해하고자 유스케와 함께 교토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나츠에 상을 만나 함께 하시시메 여신의 다리로 향하죠. 미정은 운동권 학생이어서 이미 여러 차례 낙인이 찍혔고, 형부는 그런 미정을 품어주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인식 하에 결혼이 진행되었습니다. 형부는 여러 차례 바람피고 언니를 폭행했지만 항상 미정에게 돌아오는 걸 자랑이라 여겼고, 미정은 그런 삶을 견디다 못해 나츠에 상을 만나게 됩니다. 형부는 언니와 나츠에 상의 관계를 알게 되었고, 그 날도 죽지 않을 만큼 언니를 때렸습니다. 그 후 언니는 여행을 온 교토, 하시시메 여신의 다리에서 홀연히 자살하죠. 언니의 삶을 듣고 난 이선은 다리 위에서 언니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지며 언니를 애타게 부르짖다 나츠에 상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납니다.
언니가 형부를 두고 바람을 폈다니? 인상을 찌뿌리며 읽었지만, 언니인 미정의 삶이 참 안쓰러워 읽는 내내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결혼의 시작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심하게 기울어진 채 시작하는데, 이선이 언니 집의 일본도를 주목할 때부터 느낌이 이상했는데, 가정폭력을 무력하게 당하기만 해야 하는 삶은 어떤 삶일지.. 그 마음을 가늠조차 할 수 없어 참 슬펐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도 아닌데, 읽으면서 언니가 어떤 마음으로 나츠에 상을 만난 건지 이선에게 어떻게 웃어줄 수 있었는지를 계속 상상하게 되더라구요. 편파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소재를 잘 풀어낸 소설이라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빙의물이라는 건 누군가 내 몸에 씌이거나, 내가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는 장르의 소설인데, 이 책은 그 빙의를 여러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우리가 아는 그 빙의물을 쓰신 작가님도 있는가 하면, 죽은 사람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해봄으로써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등장인물을 쓴 작가님도 계시고, 귀신이 빙의한 빙의물도 있어요.
다채로운 빙의를 맛볼 수 있어서, 읽으시는 분들은 취향인 빙의와 취향인 작가님을 무조건 찾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집에는 조시현 작가님과 현호정 작가님의 이미 출간된 단편도 수록되어 있으니, 구매하실 분들은 작품 목차를 먼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