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억 번째 여름 (양장) 소설Y
청예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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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알지만 그럼에도 결말을 바꾸기 위해,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들의 사량 이야기. 단순한 사랑이야기로 국한시키고 싶지 않지만 사랑을 빼놓고선 이 책을 논하기 어렵다. 등장인물 별 시점이 나오는데, 시점별로 장면이 겹치기도 하지만, 등장인물의 속내를 알아가는 묘미가 있어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지키고 싶던 단 한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니, 속절없이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던 최선을 다한 것이니까. 사랑하니까 목숨 바쳐 구하는 선택도, 자신의 쓰임새를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 행복해 하는 모습도 전부 응원하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가족 간의 관계, 우정과 사랑 사이 그 어드매에 있는 관게, 나와의 관계 등을 돌이켜보게 한다. 담담하게 서술된 문장을 통해 삐져나오는 감정이 더욱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평생동안 자신의 쓰임새를 고민한 일록의 외로움도, 주홍을 살리기 위해 주홍을 버린 이록도, 배신자라 알고 있지만 이록을 구하려 애쓴 주홍도. 모두의 입장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읽고 난 뒤, 계속 곱씹게 되었다.

이 책의 여름은 계절적 배경이기도 하지만 관념적인 의미에서 보면 등장인물들의 감정 같기도 하다. 들끓는 햇빛과 무성한 초록들 사이로 숨어버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의 감정. 여운이 짙어 쓰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꼭 읽어보세요.“. 다가오는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다가오는 멸망을 막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끝을 향해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 타임루프물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떠올랐다. 끝을 알지만, 그럼에도 다시. 온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올해가 아직 많이 남았지만 그럼에도 일억번째 여름이 올해의 책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감명 깊게 읽었다. 청예 작가님 사랑단이라면 무조건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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