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 - 세상 가장 다정하고 복잡한 관계에 대하여
릴리 댄시거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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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우정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은 우리가 늘 말하는 ‘우정과 사랑 중 우선시되는 것은 무엇인가?’의 해답을 말한다. 책의 저자는 어린 시절 사촌 사바나의 우정이 담긴 일화를 이야기하며 그녀와의 추억을 기꺼이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사촌인 사바나는 성인이 된 후 옆집 남자에게 살해당했지만, 저자인 릴리 댄시거는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 그녀와의 우정을 회상하는 것을 택한다. 릴리 댄시거는 우리가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과의 서로 돌봄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고 살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사실 미국의 10대들이 술 마시고 마약에 중독되는 모습들이 한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아 당황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여성들의 우정을 추억하는 과정에서 마약 섭취나 방황하는 시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길고 긴 방황과 살고자 하는 노력 속에는 친구들과의 우정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사람은 돌봄이 있어야만 삶을 지속할 수 있다. 이 돌봄은 자기 돌봄일수도, 서로 돌봄일수도, 사회적 돌봄일 수도 있다. 작가는 여성들의 우정이 서로가 서로의 엄마를 자처하며 생물학적인 엄마가 돌보고 지지할 수 없는 부분까지 지지해준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10년 지기인 친구들이 떠올랐다. 내 좁고 깊은 인간 관계에 남아줘서 고마운 친구들. 그들이 있었기에, 나 또한 길고 긴 터널을 지치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적으며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저, 꼭 누군가의 실제 엄마여야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타인에게 자양분을 주고 돌보는 일, 그 사람에게 다정함을, 그리고 대체로 그 사람에게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는 세계에서 정서적 쉼터를 내주는 일. 사랑받는 사람이 그 사랑이 자기 삶을 지탱한다고 느낄 만큼, 세상에서 혼자가 된 기분이 절대 들지 않을 만큼, 맹렬하게, 무한하게 사랑을 쏟아붓는 일. 가장 친한 친구들이 내게 해주는 일이자 내가 그들에게 해주고자 하는 일은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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