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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평점 :
파친코, 작은 땅의 야수들과 같이,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은 여성 작가들의 소설은 늘 흥미롭다. 게다가 김주혜 작가님의 추천사, 한국 독자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내는 작가님, 그리고 시대 추리물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주는 삼박자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게 만든다.
주인공인 설은 '조선시대'의 신분이 '낮은' '여성'이다. 이 조건은 설을 끊임없이 좌절시키고 절망하게 했지만,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설이기에 타인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고 할 수 있다. 몸종들과의 대화를 통해 단서를 얻는다던지, 통금시간에 다녀도 여성이기에 검문에 자유로울 수 있다던지 등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일개 '다모'에 지나지 않은 설이 다모 '설'로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증과 응원하는 마음을 품고 책을 읽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호기심이 많아 무모한 결정을 내리는 설의 모습에 조마조마했지만, 그녀만이 사건을 해결하고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 거란 강한 확신을 가졌다. 과연 설은 이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고 어떤 '잃어버린 이름'들을 만나게 될지 뒷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덧붙이는 생각이지만 가제본의 표지는 흑백이다. 설이가 찾은 진실이, 누가 누군지 구분도 못하도록 이름이 없어진 사회적 약자들이 갇힌 흑백 세상을 깨부수는 화살이 되어 그 이름들에게도 자신의 색을 되찾아주었으면 하는 의미에서의 표지 색 선정이 아니었을까 한다. 물론 별 의미 없을 거지만, 과몰입 덕후는 모든 것에 다 의미를 부여해요..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문체가 담백해서 술술 읽히는 터라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완독 가능하니 부담없이 읽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