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평짜리 숲 트리플 30
이소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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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세 편의 단편 연작 소설이라니, 너무나도 흥미로운 소재라 순식간에 읽어내렸다. 양이 많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었는데, 분량과 다르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줬다. 디스토피아인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살아낸다. 아진과 이린은 쌍둥이처럼 붙어다니지만 서로 전혀 다른 성향을 지녔다. 이주로 인해 헤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둘의 관계는 헤어짐으로써 완성된다. 둘은 역경을 마주쳤을 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대방의 방식대로 그 상황을 타개하려 한다. 잘못된 공동체를 해결하려 하는 방법이 상대방을 닮아 있다는 게 괜히 간지럽기도 하면서, 그렇게밖에 서로를 떠올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데저트랜드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아이스랜드. 데저트랜드는 자칫 보면 자신이 선택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어느 선을 넘을 수 없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를 보는 것 같았다. 아이스랜드는 모든 이가 공평하게 가난하지만, 사람들이 자기 효용감을 잃어가고 삶의 이유를 상실해가는데 실상 모든 이가 전부 가난한 건 아니라는 부분에서 공산주의 체제의 사회를 보는 듯 했다. 이 두 곳은 전부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와 많이 닮아 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말도 안 되는 불공평함들이 연일 뉴스에 나오는 걸 보면서, 체제에 순응하기만 한다면 이 소설 속의 세상이 머지 않았겠구나 싶었다.
체제의 불공정함은 누구나 알지만 그것에 반기를 드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렇지만 불공정함을 다른 사람에게도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게 바로 시작이지 않을까.
현 시점에서 많은 이들이 읽어봐야 하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잘못된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할 줄 아는 것. 그게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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