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리베카 머카이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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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별을 하더라도 ‘안전이별’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합의 하에 혹은 상대의 잘못으로 끝을 내게 되더라도 상대방이 악심을 품고 보복하는 사건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연애를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건 싸움이 걱정되니 친구를 사귀지 말라는 말과 같다. 좋아서 만났고 이별을 겪는 건 양쪽이 똑같은데 왜 한 쪽에서만 범죄를 일으키고 악심을 품는 걸까.
이 책의 탈리아는 남자친구 외에도 다른 남자들과 자고 다녔다. 그러면서도 거식증에 걸려 그들이 요구하는 자신의 외관을 유지하는 데 집착한다. 그녀가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척추 마디가 몇 개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말랐다는 건, 그녀의 룸메이트 보디만이 알아챈다. 모두가 그녀를 동경하고 부러워하지만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건 교류하기 위해서이지 소유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런데 왜 탈리아의 남자들은 탈리아를 소유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길 바라며 그녀를 길들였을까. 현재의 데이트 폭력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 분명 지탄받을 일이지만 그게 죽어도 되는 이유는 아니다. 책에서 진범을 계속 당신이라 지칭하며 내용이 전개되길래, 진범이 당신인가 궁금해 했다. 또한 읽으면서 정체 모를 거북함과 역한 마음이 지속되었는데, 이 서평을 쓰면서 깨달았다. 그 역한 마음은 세상의 수많은 여성 혐오 범죄들을 그저 그런 범죄로 치부하고 넘겨버린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수많은 여성 범죄들을 대할 때 우리가 어떤 태도로 바라보는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명목 하에 사실은 가해자의 편을 들고 있는게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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