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박사의 딸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 지음, 김은서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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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야 제대로 보이는 표지. 처음에는 띠지 디자인을 차용한 표지가 예쁘기만 했는데, 다 읽으면 표지 디자인을 다시 들여다보며 디자이너의 천재성에 감탄하게 된다.

동물인간을 마구잡이로 만들어내며 그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 슬픔, 외로움에는 전혀 공감하지 않는 모로 박사와 그의 후원자인 리잘데 가문. 그리고 동물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몽고메리와 카를로타, 그녀의 동물인간 친구인 루페. 둘 중 어느 쪽이 더 비인간적인지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비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말하며 생명의 경중, 한 인간으로서의 자립을 이야기한다. 카를로타는 모로 박사의 딸이자, 에두아르도의 연인이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카를로타의 모습으로만 존재했다. 평생을 누군가의 무엇으로만 산 카를로타는 모로 박사를 떠나고 나서야 자신으로서 살아간다. 그녀는 그들을 벗어나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서 온전해졌다. 내가 나를 말할 때,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지 않아도 나 자체로 온전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책.

더불어 인간의 잔혹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자신들의 종족 번식에 도움이 된다 해서, 노동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해서 다른 종에 해를 끼치는 정당성이 부여되는 건 아니다. 지금도 전 세계의 많은 곳에서는 수많은 동물 실험들이 행해지고, 고통받는 동물들이 존재한다. 화장품 임상 실험을 위해서,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라 하지만 그 실험들이 필수 조건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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