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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평점 :
『남편과 아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스미스 부부'였다. 부부가 서로의 정체를 숨긴 채 속고 속이며 전개되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일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실제로 이 소설 역시 부부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 의심과 불신, 숨겨진 진실이 촘촘하게 얽히며 독자를 긴장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부부 파커와 루나가 있다. 특히 살해된 여성의 사라진 스카프가 파커의 집에서 발견되면서 사건은 마치 파커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독자 역시 자연스럽게 파커를 의심하거나, 혹은 그가 억울하게 몰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갈등하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실제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가는 인물들이 파커와 루나가 아니라 그들의 부모(특히 니콜라)라는 점이었다.
파커의 부모인 니콜라와 칼, 그리고 루나의 어머니 마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녀를 바라보고 보호하며 의심한다. 니콜라는 아들이 범인일 리 없다고 굳게 믿으며 모든 정황을 부정하고, 마리는 딸 루나를 지나칠 정도로 감싸며 과잉보호한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는 ‘부부의 스릴러’라기보다, 부모가 자녀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전개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제목이 오히려 독자의 시선을 부부에게 묶어 두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누가 진실을 숨기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었다. 특히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밝혀질까?”라는 궁금증은 부모들의 시점이 교차될수록 더욱 커진다.
결국 이 소설은 416페이지의 반전을 향해 달려온 듯하다. 반전에 머리를 탁! 하고 치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읽으며 믿었던 사실들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만든다.
이 소설 안에서 누가 악인이고 선인인지 구별할 수 없다. 심지어 피해자인 '세라'마저도 그저 당하기만 한 피해자는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가벼운 범죄 스릴러로 단정 지을 수가 없었다.
가족 사이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해 본다. 그리고 반전 있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강추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내가 귀를 가까이 가져가자 파커는 내 손을 좀 더 힘주어 잡았다. 잠시 후 자리를 뜨려는데 희미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나는 가려다 말고 파커의 입 쪽으로 귀를 더 가까이 갖다 댔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그 애의 말이 분명히 들렸다. "거기… 가지… 마세요." - P73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더 알아내려면 파커의 삶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는 건 분명했다. 파커는 언제나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지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은 유독 비밀스러웠는데, 이제 그 애가 뭔가를 숨기려고 노골적으로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무엇을 숨기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P301
마리는 조밖에 몰랐고 오직 그를 원할 뿐이었다. 조는 빛나는 갑옷을 입은 그녀의 기사였다. 마리는 남편을 사랑했고 남편이 필요했다. 그를 곁에 두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작정이었다.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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