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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오브 어스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9월
평점 :
#도서제공
책을 보자마자 강한 인상을 받았다. 표지 속 어두운 배경 위에 한 여자의 얼굴이 반쯤 드러나 있고, 그 아래에는 메그, 마가렛, 멜로디, 매기, 메건이라는 이름들이 적혀 있다. ‘그녀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책을 펼치기도 전에 나를 사로잡았다.
이 소설은 주인공 메그 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그녀가 다양한 신분으로 살아가며 펼치는 복수와 사기의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한 범죄물이 아니라, 그녀가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타깃으로 삼은 이들이 저지른 불의함을 알게 되면서 독자는 오히려 메그에게 동정과 응원을 보내게 된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나는 메그를 정말 ‘사기꾼’이라 부를 수 있는지 복잡한 생각에 빠졌다. 그녀가 한 행동은 분명 법적으로는 잘못되었을지 몰라도, 그 배경에 깔린 불평등과 개인적인 상처는 우리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질문이야말로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깊은 메시지 중 하나라고 느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메그가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개쳑해나가는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그녀의 여러 이름은 단순한 위장이 아니라, 그때그때 자신이 되어야만 했던 정체성의 조각들이었다. 또 다른 주요 인물에는 기자 캣이 있는데, 마지막에 서로의 유대감이 형성되며 제2의 메그가 탄생하는 부분에서는 통쾌한 감정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정말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반전의 묘미가 있었고 메그의 사기행각 사이에서 느껴지는 인간미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달까.
한 가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뒤로 갈수록 번역된 문장들이 너무 문어체로 느껴져서 딱딱하게 읽혔다는 점이다. 물론 그만큼 론 애시턴에 관한 복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집중하는 메그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책 초반과는 사뭇 달라진 톤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표지의 어두운 분위기, 감춰진 얼굴, 그리고 나열된 이름들… 모든 것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야 의미 있는 퍼즐 조각처럼 느껴졌다.
거짓말과 복수 사이,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스릴러 소설, 투 오브 어스를 추천해 본다.
"우리는 연약하지 않아. 남자에게 기대서 얻는 안락은 필요 없어. 너와 내가 힘을 모아 바라는 걸 쟁취하면 돼. 오직 우리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어." "우리가 손을 맞잡으면 세상에 무서울 게 없거든." - P5
시작은 늘 같다. 나는 당신 가까이 슬며시 다가갔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 움직임이나 요란한 팡파르는 없었다. 마치 내가 늘 거기 있었고, 처음부터 내 자리였다는 듯이 행동했다. 당신은 나의 중요한 과녁이고, 즉흥적인 선택이 아니었음을 알아주길. - P11
그 옛날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살았던 집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돌아보았다. 이곳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코끝이 시큰했다. 인생은 길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내 최종 목표는 론이다. 나는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 P157
"당신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기회가 왔어요. 타인이 되길 바라는 누군가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 보는 거예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사를 쓰려 하지 말고, 차라리 당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써요. 아프리카로 사파리 여행도 떠나고, 배를 사서 하와이까지 직접 항해도 해봐요. 당신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해줄 사고를 치는 거예요." - P366
"당신은 꿈이 없었던 게 아니라 도중에 잃어버린 거예요. 누군가 당신이 꿈을 펼치기도 전에 가로막았을 수도 있죠. 한 번뿐인 인생을 꿈도 없이 산다는 건 너무 허망하잖아요.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을 위한 삶을 살아봐요."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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