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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리베카 머카이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2월
평점 :
보디 케인은 23년 만에 모교로 돌아와 영화학과 팟캐스팅을 가르친다. 학생 중 한 명이 보디의 룸메이트었던 '탈리아'의 죽음을 주제로 팟캐스트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탈리아는 예쁘고 부유했던 소녀, 범인으로 잡힌 자는 흑인이었던 '오마르'라는 청년이다. 수십 년이 지난 사건이며 이미 범인이 밝혀진 사건이었지만 보디는 진범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보디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말하듯 펼쳐진다. '당신'은 당시 탈리아와 불륜 관계에 있던 음악교사 '블로흐'.
개인적으로 이 책을 한 번에 읽기 어려웠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뭔가 답답한 전개라고 생각되었기 때문. 보디의 현재시점과 과거시점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잔잔한 심리묘사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하며 따라가기가 버겁기도 했다. 무력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완독하고 난 후에도 후련함이 남는 소설은 아니다.
여성 혐오, 성희롱, 미투 운동, 인종차별, 그루밍범죄 등 사회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주제들을 현실감있게 드러내어 생각할 거리를 풍성하게 던져준다. 나는 이런 현실에서 어떤 입장으로 살고 있는가, 혹시 내가 방관자가 되어 지켜보고 있지는 않은가.
책을 읽으며 이상동기 범죄를 다룬 김진주 작가의 에세이 [싸울게요, 안죽었으니까]가 생각났다. 같은 소재는 아니지만 여성에 대한 범죄와, 함께 용기를 내어 살아간다는 점에서 비슷한 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소개에 쓰여진 것처럼 우리는 '누가 죽였는가'가 아닌 '누가 죽었는가'에 집중한다. 젊고 예쁘고 부유한 백인여성의 죽음을 열광하는 시선으로 바라본 불편한 소설. 하지만 시대를 반영한 만큼 우리가 꼭 한번 생각하고 바뀌어야 할 대목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소녀는 죽은 채로 태어났다. 그 사실에 구경꾼, 관음증 환자, 범죄자까지 모두 열광했다.
인터넷과 TV에 나오는 것들, 그들은 그것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건 미스터 블로흐, 당신에게도 편리했을 것이다. - P18
오마르는 1997년에 재판을 받았고 1999년에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패한 뒤로는 잠잠했다. 범죄 프로그램에서 가끔 언급되기는 했다. 이유는 알다시피 백인 소녀의 시신이 기숙 학교에서 발견됐으니까. 거기에 예쁘고 부유하기까지 했다. 금발이었으면 완벽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런 이야기다.
이 섬뜩한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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