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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2월
평점 :
내 나이 86년 호랑이띠, 마흔. 사실 요새 만 나이 때문에 뭐 3말 4초라고 얘기하고 다니는데. 어쨌든 '4'라는 숫자가 주는 약간의 압박감이 있다. 2000년 대 초반의 히가시노 작가는 나와 같은 숫자 '4'를 맞았고 어리둥절하게도 스노보드를 시작한다. 심지어 푹 빠져버리기까지.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마음가짐이 좀 달랐다. 내가 20대이거나 50대였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마음이었을 것 같다.
불혹의 나이.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란다. 세상에나. 공자는 내 나이에 세상에 미혹되지 않고 바른 판단을 했더란다. 나는 지금도 마라탕과 탕후루를 좋아하는 사십짤인데 말이다. 그런 미혹의 터널에 속에 있는 내가 요새 시작한 스포츠가 있는데 바로 테니스이다. 히가시노 작가가 설산을 달릴 때 나는 테니스코트를 누비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묘한 동질감에 빠져버렸다. 그런데 만약 내가 테니스를 시작하지 않았다 해도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없는 동기부여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 책 속에는 열정을 넘어 열쩡!을 부르는 스노보더 아저씨가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 형식의 글에서조차 '아 이 작가, 정말 글 잘 쓰네.'를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어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글을 잘 쓰는 걸까.
3편의 단편소설도 수록되어 있다. [자우스의 사랑]편은 에세이를 가장한 소설이었는데 유쾌한 아저씨의 망상 같은 느낌이 들어 재미있게 읽었다. 자우스 스키장에 관한 스노보더 아저씨의 사랑은 이후에도 쭉 이어지는데 스노보드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의 순수한 모습이 보여 독자를 흐뭇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을 위해 새로이 쓴 단편 [아저씨 스노보더의 살인사건]은 히가시노 작가 스스로 추리소설 속에 등장하여 사건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추리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은 안 읽으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무한도전]이 일본에 처음 출간될 당시 제목은 [ちゃれんじ]. 풀이하면 챌린지. 도전하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멋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속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체력을 기르는 것이 어쩌면 정말 인생의 챌린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열심히 테니스를 쳐봐야지. '즐기자'라는 마음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내 머릿속에 다시금 제임스 본드의 멋진 질주가 되살아났다. 언제쯤에나 나도 그런 식으로 내달릴 수 있을까, 그런 날이 과연 오기는 올까. 뭐, 됐다. 우선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 P17
아이구, 나는 아직 쌩 아마추어인데. 하지만 프로 라이더가 된 기분으로 있는 힘껏 달려보았다. "뭐야, 그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그렇게 생각하신 중년 아저씨 여러분, 맞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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