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느 베이유 불꽃의 여자 - 교양선집 6
시몬느 뻬트르망 지음 / 까치 / 197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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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엔 어제, 심지어는 방금 전에 들은 얘기도 기억이 잘 안 날 때가 있다. 뭔지 아득한 느낌이 들면서 어색한 듯한 기억의 가물거림…. 그러나 너무나 이상하게도, 어떤 때는 과거 수십년 전의 기억들이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이 나곤 한다. 특히 책이나 영화에 관한 기억들은 더욱더 그 편차가 크다.

<시몬느 베이유, 불꽃의 여자>는 고등학교 때 선배가 권해준 책이었다. 책의 제목처럼, 자신의 전 생(生)을 불꽃처럼 살다간 그녀의 삶은 나에게는 내 생(生)의 나침반이자 삶의 표상으로 삼고 싶었다.

1909년부터 1943년까지, 세른네 살의 생을 살다간 그녀의 삶은, “행동하는 지성인”이자“금욕주의 혁명가”이다. 그러나 우리가 혁명가 하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가 아닌, 어쩌면 회색에 더 가까운 이미지…  그녀는 “성녀(聖女)라는 말로도 어울리지 않는 뭐랄까, 청빈(淸貧)한 삶을 산 혁명가(?)이자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그 이유는 그녀가 그 당시 유행하던 마르크시스트도 아니면서 핍박받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넘쳐났다.”라고 이 책의 지은이는 회고하고 있다. 

<제 2의 성>의 저자이며 사르트르와의 계약연애 등으로도 유명한 시몬느 드 보봐르가 부르주아적인 성향과  냄새를 풍겼다면, 시몬느 베이유는 철저한 금욕주의적인 삶으로 인해 자주 비교되곤 했다. 실제로 시몬느 베이유와 시몬느 드 보바르가 한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는데, 부르주아 냄새를 풍기는 시몬느 드 보바르를 시몬느 베이유가 경멸하는 바람에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고도 한다….

 시몬느 베이유는 노동자/서민들의 고통이 자신의 영혼과 살 속에 파고들어 왔다고 말한다. “그녀는 세상의 가장 낮은 사람보다 더 혜택받은 생활을 하는 것에 항상 죄의식을 느꼈다. 세상에 굶주리고 헐벗는 사람이 있는 한 자신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시몬느 베이유의 일생을 관통한 '인간의 조건'이었다. 그것이 너무도 철저해 그녀는 후에 기독교에 깊이 빠졌을 때도 끝내 세례를 받지 않았다. 기독교라는 한 세계에 속하게 되면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없으며,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을 소홀하게 여기게 되기 때문이었다.” 

다음의 시 (詩)는 시몬느 베이유가 말년에 애송했다고 하는 조지 허버트의 '사랑'이란 시다.

 

'사랑은 말한다 받아들이라고.

그러나 내 영혼은 의심과 죄에 휩싸여 뒷걸음친다.

하지만 눈치빠른 사랑은

내가 들어가려다가 물러서는 것을 보고

다가와서 상냥하게 물었다

무엇이 부족해 못 들어오느냐고

저는 여기에 들어갈 만한 손님이 못 됩니다.

하고 대답하자 사랑은 말했다.

그대가 바로 그 손님이 되리라

나는 인정머리 없는 배은망덕한 자일까? 아 사랑이여

나는 당신을 바라볼 수도 없다.

사랑은 내 손을 잡고 웃음을 띠며 말했다.

나말고 누가 그대의 눈을 만들었을까?

그렇습니다. 하나님. 저는 눈을 망쳐버렸습니다.

수치스러운 저는 어디로든 가야겠습니다. 절 버려두십시오.

사랑은 말했다. 누가 그 멍에를 졌는지 모르느냐고?

사랑이여, 그러다면 제가 몸을 바치겠습니다.

자, 앉아서 내 살을 먹어라. 사랑은 말했다.

나는 앉아서 그리고 먹었다.

위 시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금욕주의 혁명가”의 생을 산 그녀의 사상 이면에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고 싶은 사랑으로 가득찬 모습이 배어있다. 이런 그녀가 “용감하고  순수하고,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굴하지 않고, 떳떳하며 독립적인 면을 가진” 철학자 스피노자를 좋아한 이력이 묻어난다고 할 것이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와도 나는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겠소”라는 말로 더 유명한 그 스피노자 말이다.^^  

2차 세계대전 전후로 굶주리며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목도하고는 먹는 행위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갖게 된 시몬느 베이유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지 못했고, 다른 사람의 굶주림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 스스로  누추한 잠자리와 거친 일과 굶어죽기 않을 만큼의 식사를 고집했다. 병적으로…….결국 굶주림은 그녀의 죽음의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 

“우리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자. 우리 자신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음을 알고 여기에 대비하도록 하자. 우리의 힘은 작은 것이지만 이 작은 힘이라도 우리의 이상과는 다른 목적을 가진 자들의 손아귀에 넘겨 주지 않도록 하자. 최소한 우리의 명예를 지키자.”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 지구상의 절반은 굶주려서 죽고, 절반은 너무 많이 먹어서 고통스러운 이 세상…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끊임없이 소비를 해야 하고, 다른 사람과 끊임없는 경쟁을 해야 하는 이 시대에는 정말 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사상가일지도 모르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그녀가 다시 절절하게 생각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끔씩 쥐꼬리만한 기부금을 통해 이 세상에 대해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한 듯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돈이 더 있으면 더 많이 할 텐데…라며 내가 필요한 부분을 다 취하고 만족한 뒤에 기부를 하는, 그래서 조금은 불편한 나의 마음과 죄의식에 대해, 끊임없이 자기 변명을 늘어놓는 나… 그때마다 전 생(生)을 걸고 불꽃처럼 치열하게 삶을 불사른 그녀가 나를 보고 있다……

<끝>  

<시몬느 베이유, 불꽃의 여자> 

시몬느 베르뜨망 지음/   옮김/ 까치/ 19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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