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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동녘문예 6
김산 지음, 조우화 옮김 / 동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님 웨일즈 지음/ 조우화(송영인) 옮김, 동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아직도 책이 가장 친한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는 책을 통해 상상력을 기르기도 하고 재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생(生)을 살다보면, 기쁘고 즐거운 일도 있지만, 어디 한 곳 마음 둘 곳이 없어 떠다니는 나의 서러운 영혼을 위로해준 것도, 너무나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나를 다시 추스려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얻은 것도 책을 통해서였다!!!!! 아마도 그래서 생긴 버릇이지 싶은데……. 가끔 내 인생을 바꾼 책(!)이라며 책을 나열하는 걸 즐긴다.
아마도 분명, 날이 더워서였을까? 잠 많은 내가 홀로 새벽 4시에 깨어 잠도 오지 않고 책도 보기 힘든 상태에서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순간적으로 멈춰 보게 된 내용이 있었다. 바로 히스토리 채널에서 “일제 시대의 비운의 혁명가 김산”에 대한 다큐를 방영해주고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나의 20대, 빛나던 청춘이었던 시절에 나를 설레게 했던, 나의 애인이었다. 그는 바로, 김 산(金山, 본명 장지락)이었다.
나는 이따금씩 옌안에 있는 그 옹색한 방안에서 꾸밈없고 조용하게 자신의 신상 이야기를 해주던 김산의 모습을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이나 영국의 지식인 중에 철학적 객관성을 가지고 자기의 혹독한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고 생각해 본다. …. 김산은 우리 시대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리고, 가장 추악하고, 가장 혼란스러운 대변동 속으로 내던져진 한 명의 민감한 지식인이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상주의적인 시인이요, 작가였다. 그는 아무런 환상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냉소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했지만 또한 변화와 진보를 확신하였다. <본문48쪽>
각설하고…
서재를 뒤져보니, 한동안 젊은이의 우상으로 떠올랐던 <<체 게바라 평전>>이 나온다. 더 뒤지니, 잊혔던 혁명가의 모습에 어울릴 만큼, 낡디낡은 표지의 <<아리랑>>이 나온다. 먼 나라의 혁명가는 T셔츠나 포스터가 유행일 정도로 관심을 끌었으나, 조선시대 우리의 혁명가는 이방의 혁명가보다도 멀게 느껴지고 낯설게 느껴지는 현실이 새삼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20여년 전의 잊었던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새삼스럽다.
<아리랑>은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조선인 혁명가의 만남을 기록한 책으로, 당시 중국에 종군기자로 와있던 님 웨일즈에 의해 기록되었다. 그녀는 <중국 붉은 별>>의 저자로 유명한 에드가 스노우의 부인이기도 했다. 님 웨일즈에 의하면, “김산에게 잇어 고통과 패배는 꿈을 없애버리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사상이 한층 깊은 의미를 지니고 타오르도록 만들어주었을 뿐”이라고 한다.
'아리랑'은 비극의 상징이 되었다……. 이 노래는 죽음의 노래이지 삶의 노래가 아니다. 그러나 죽음은 패배가 아니다. 수많은 죽음 가운데서 승리가 태어날 수도 있다. 이 오래된 '아리랑'에 새로운 가사를 붙이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구절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으며, 더욱 많은 사람이 '압록강을 건너' 유랑하고 있다. 그렇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는 돌아가게 될 것이다. <본문 61쪽>
삶이 신산하고 팍팍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주저말고 <아리랑>을 읽어보라. 그럼 당신은 그 속에서 역사의 격량 속에서 본인의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휘둘렸지만, 정작 그 자신은 아주 조용하지만 강건하게 자신의 삶을 승리로 이끌었던, 한 젊은 혁명가의 불굴의 힘을 당신도 조금 얻을 것이니…
김 산님 웨일즈송영인 - 본명은 장지락 (張志樂). 평북 용천 출생으로 일본, 만주, 상하이, 베이징 등을 누비며 중국 공산 혁명을 통한 독립운동에 몸을 던졌다. 신흥무관학교를 최연소로 졸업한 뒤 상하이로 가 이동휘, 안창호등의 영향을 받았다. 1924년 고려공산당 베이징지부를 설립하고 1925년 중국대혁명에 참가했다. 1938년 중국공산당 사회부장에 의해 '일제 스파이' 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됐으나 1983년 중국 공산당은 김 산의 복권을 결의했다. 2005년 8월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Nim Wales) - 본명은 헬렌 포스터 스노우. 신문기자이자 시인이며 계보학자로 활동했다. 님 웨일즈라는 필명으로 여러 권의 저서를 내었으며, 오랜 기간을 아시아에서 보내면서 중국과 한국에 관한 많은 집필을 했다. 마오쩌둥에 대한 책 <중국의 붉은 별> 을 쓴 에드가 스노우와 결혼한 후 남편과 함께 마오쩌둥의 대장정에 참가했다. 이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Inside Red China>>, <<The Chinese Labor Movement>>, <<Red Dust>> 등이 있다.
- 1955년 용인에서 태어나 서울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어 및 일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님 웨일즈의 <<아리랑>>, <<인간의 역사 1, 2>>, <<추억의 대성당>>, <<세계문화유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