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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ㅣ 허밍버드 클래식 M 2
메리 셸리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평점 :
환희로 가득한 이 세상 곳곳을 들여다보아도
도무지 제가 속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저는 선하고 따뜻한 존재였으나, 절망으로 인해 악마가 되었습니다.
거대한 덩치에 피부를 짜맞춘 듯한 기괴한 생김새, 혹은 편평한 머리에 볼트를 끼웠으며, 나사 빠진 표정으로 좀비처럼 걷다가 우어어, 하고 의미 모를 괴성을 지르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말하면 주로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란 이러할 것이다. 1800년대 초에 출간되어 최초의 SF 소설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프랑켄슈타인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유명한 공포소설이다.
그러나 사실 프랑켄슈타인이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그 괴물을 만들어 낸 대학생의 이름이다. 소설 속에서 괴물은 이름도 없이 ‘창조물’, ‘악마’ 등으로 불리며, 논리정연하게 지적인 언어로 상대방을 설득하기도 하는 인간적인 존재이다. 이처럼 이 소설을 알고는 있었으나 사실은 잘 모르고 있을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퍼밍버드 클래식 M 시리즈로 재출간된 프랑켄슈타인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소설 자체가 원래 두꺼운 페이지를 자랑하는 묵직한 책이니만큼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대한 컴팩트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듯한 사이즈이다.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로 이 정도면 어디에 들고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느낌이다. 또한 표지 디자인이 사람의 마음을 잡아끈다고 할 정도로 세련되게 나왔다. 고전소설을 다양한 버전으로 수집하는 이들에게 참 매력적일 책이다.
이상적인 가족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바르게 자란 대학생 프랑켄슈타인은 연금술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대학에서 촉망받는 인재로 호평받으며 우쭐해진 그는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로서 죽은 사람, 동물의 신체를 조합하여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결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흉측하게 생긴 괴물이 탄생하게 되고, 프랑켄슈타인은 두려움에 빠져 괴물로부터 도망쳐버린다. 영문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나 밝은 빛을 누리며 사랑과 애정을 꿈꾸던 괴물은 끔찍한 외모 탓에 인간들에게 공격당한다. 깊은 절망에 빠진 괴물과, 괴물의 존재를 외면하고 싶었던 프랑켄슈타인에게 무시무시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1818년 당시 출간될 때 실렸던 삽화가 이 책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본질적으로 이 땅에 처음으로 난 모든 이들은 선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살아가면서 세상이 얼마나 모질고 험한 곳인지, 인간이란 얼마나 잔인한 동물인지 경험하며 자신도 모르는 채로 점점 괴물이 되어가기도 한다. 고전소설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만나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허밍버드 클래식 M 시리즈의 프랑켄슈타인이다. 곧 같은 시리즈로 오페라의 유령, 두 도시 이야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출간된다고 하니 기대해 볼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