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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작은 아씨들 1 (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 영화 원작 소설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박지선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서 그때 우리 모두 어디에 있을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
“난 알고 싶지 않아. 지금 다들 너무 행복해보여서 이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사랑스러운 네 자매의 따뜻하고 해맑은 성장 이야기, 《작은 아씨들》이 1896년의 초판본 표지 디자인으로 재출간되었다. 최근에는 새로 영화화되어 흥행을 누리기도 하였다. 출간된지 백 년이 넘은 이 고전소설이 아직까지도 인기를 구가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 두 가지인 듯하다. 당시로서는 파격이었을 자주적인 여성관이 현대의 여성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냈고, 유복하진 않아도 가진 것에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가족의 모습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가 남북 전쟁에 참전하시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지만, 현명하고 자애로운 어머니 아래에서 네 자매는 소박하고도 씩씩하게 살아가며 가끔은 주위의 더 어려운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돕기도 한다. 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옆집의 그 엄하다는 로런스 할아버지도 마음을 열고 다정한 이웃으로 지내게 되었으며, 할아버지의 손자 로리 역시 네 자매와 자주 함께 어울려 놀며 즐거운 일상을 보낸다.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네 자매는 모두 하나같이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아주 예쁘게 생긴 첫째 메그는 사춘기가 와서 외모에 관심이 많지만, 맏언니다운 의젓한 모습으로 동생들을 잘 챙긴다. 털털한 성격으로 남자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조는 명랑하고 똑 부러지는 둘째이다. 셋째 베스는 수줍음을 너무 많이 타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해도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마지막으로 넷째 에이미는 아직 너무 어려 철이 없고 건방진 면이 있지만 단어를 자주 혼동하는 등 아이다운 귀여운 실수를 해 웃음을 자아내곤 한다.
사랑, 보호, 평화, 건강 같은 삶의 진정한 축복이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호화로운 것들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그런 것들을 누리던 자신이 얼마나 부유했는지를 깨달았다.
네 자매는 가정 형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고 공부를 하며 바쁜 하루들을 보낸다. 쉬는 시간이면 집에서 직접 소품을 제작해 가상의 관객 앞에서 연극을 하기도 하고, 비밀 조직(?)을 만들어 재미있는 놀이들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그들의 옆집 친구 로리도 함께 보내는 좌충우돌의 일상 속에서 가끔은 슬픈 일도 생기고 싸우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그들은 하나둘씩 인생에 대해 배워나가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더욱 두텁게 쌓을 수 있었다. 사랑스러운 네 자매와 이웃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소설 후반부에는 네 자매에게 가장 큰 시련으로서, 참전하셨던 아버지가 위독해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급히 어머니가 집을 떠나자마자 설상가상 셋째 베스가 성홍열이라는 병에 걸려 죽을 것처럼 크게 앓는다. 소설 속에서는 다행히 아버지도 베스도 무사히 나아서 행복한 가족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 작가의 연표를 보니 그녀의 여동생 엘리자베스는 죽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따뜻한 해피엔딩이 작가의 잃어버린 희망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쓸쓸해졌다.
여성이란 그저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서 부잣집 도련님의 눈에 들어 곱게 시집만 가면 그만이던 시절. 작가가 자신을 투영한 듯한 둘째 조는 소설 속에서 작가의 꿈을 키우며, 독신 여성으로 살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저 훈훈한 성장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성에게 각박하던 당시의 시대상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만들어나가려는 자매들의 모습이 인상깊다.
중간중간 삽화들이 실려있는데, 모두 초판본에 실린 삽화인 듯 옛 느낌이 나서 책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린다. 다 읽고 나서 결말이 왠지 묘하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2권과 3권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은 아씨들의 2막을 조만간 우리집 서재에서 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