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지음, 문승준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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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네가 아닌데

너라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영화 『러브 레터』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소설, 《라스트 레터》이다. 일본소설 특유의 차분하고 아련한 감성과, 이제는 현실에선 잘 찾아볼 수 없게 된 ‘편지’라는 소재가 두드러지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오토사카는 소설가이다. 20년 전 겨우 한 편의 소설을 써서 상을 받았던 것 외에는 이력이 전무하다는 점이 흠이지만. 이런 그가 소설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첫사랑이었던 미사키이다. 고등학생 시절 그에게 ‘소설가 해도 되겠네.’ 라며 웃어주었던 미사키를 아직도 그는 사랑하고 있다.

그러던 그는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미사키의 여동생 유리를 만나게 된다. 유리는 학창시절 그를 좋아했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유리가 자신이 미사키인 척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둘은 메일과 주소를 교환하고, 그는 이후로 자신의 첫사랑인 미사키를 가장한 유리의 편지를 받는다.

유리의 편지를 읽으며, 또 그 편지에 답장을 하며 그는 어떻게든 미사키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려 한다. 오고 가는 편지 속에서 묻혀있던 옛 사건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다, 결국 그는 미사키를 직접 만나고자 그녀를 찾아가게 된다.

모든 게 다 우연이었다.

우연이 쌓이고 쌓여 이 세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일 하나하나가,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필연적으로 일어났을 운명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첫사랑을 향한 추억으로 각자 어긋난 편지를 쓰는 두 사람, 결국 그가 알게 되는 미사키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 그리고 그것에서 오는 아픔을 극복하며 오히려 새로운 인연과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희망적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오토사카가 미사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라스트 레터’이다. 그는 자전적인 이 소설을 펴냄으로서 스스로의 시련을 이겨낸 셈이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마음속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잠시 꺼내볼 수 있게 해 주는 따뜻한 소설이다. 단순히 사랑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상실에 대처하는 마음을 잘 나타낸 것과 조연인 아이들이나 주위 어른들의 심리를 다양하게 그려낸 것이 참 좋은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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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의 일본어 명문장
김연진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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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아날로그 감성이 많이 그립다. 뭐든지 손으로 직접 쓰고 그리며 정성껏 지면을 채우던 시절도 있었는데 세상이 워낙 좋아지면서 그 맛을 잃어가는 것 같다. 특히 나는 어릴 때 좋아하는 일본어 노래 가사를 베껴쓰며 즐겁게 공부하곤 했었다. 요즘은 하도 안 써서 글자가 엉망이 된 지 오래다. 그러던 와중에 손글씨를 따라 쓰며 힐링하는 책, '시즈의 일본어 명문장'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영화나 드라마 속 명대사, 잘 알려진 명언들, 그리고 하이쿠를 부담없이 따라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손글씨가 참 예쁘다. 똑같이 따라 쓰고 싶은데, 습관이란 게 무서워서 한 줄 두 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원래 필기체로 돌아오게 된다는 게 아쉽다. 아무 생각없이 사각사각 따라 쓰며 오랜만에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아, 이 대사 그 드라마에 나온 거다, 하며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왠지 편안해진다. 예쁜 글씨를 쓰다 보면 차분해져서 필사가 취미라는 저자의 말이 절로 이해된다.



처음에는 짧은 문장으로 시작해서 점차 두세 줄 이상의 긴 문장을 따라 쓰는 것으로 늘어난다. 뒤쪽에는 하이쿠를 세로쓰기와 자유롭게 필사하도록 비워둔 페이지도 있다. 한자의 경우 아래쪽에 독음과 의미를 함께 실어놓았다. 일본어 입문자도 글씨를 필사하며 함께 한자를 익히고 자연스럽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구성인 것 같다. 일본어를 배우다가 잠시 쉬고 있는 분들, 새로 배우기 시작한 분들, 혹은 일본어에 대해 잘 몰라도 한 번 따라 써 보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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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 50 - 무심코 내뱉지만 아이에겐 큰 상처가 되는 부모의 말 엄마의 서재 2
리자 르테시에.나타샤 디에리 지음, 양진성 옮김, 이임숙 감수 / 센시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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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부정적인 말에 상처받았던 아이는

부모가 옆에 없어도 각인된 그 말로 다시 자신을 공격합니다.

반면, 부모의 좋은 언어를 마음에 새긴 아이는

외롭고 힘든 순간 부모의 좋은 언어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게 됩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뱉은 한 마디가 아이의 마음에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한 마디’가 어떤 말인지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나 역시 신경을 아무리 쓴다고 해도 아이들을 대할 때 무심결에 습관처럼 말을 내뱉고는 아차, 이건 하면 안 되는 말이었나, 하고 갸웃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래서 어떤 말을 하면 안 되는 건데?’, ‘그럼 어떻게 얘기해줘야 하는 건데?’ 하는 의문점을 가진 모든 어른들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50가지 말’을 알려준다. 내가 자주 썼던 말들도 있고, 안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해보지 않아서 깜짝 놀랐던 말도 있었다.



목차는 총 7장으로 나뉘어있다. 여러 말들이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각각 분류해두었다. 장마다 ‘죄책감을 안기는 말’, ‘자신감을 꺾는 말’, ‘두려움을 키우는 말’ 등의 제목이 붙어있다.

개인적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정말 의외였던 말들을 꼽자면 이렇다.

엄마는 괜찮아. 슬픈 거 아니야.

네가 말을 해야 할지!

이게 지금 울 일이야?

그냥 해주는 대로 좀 먹어!

이러한 말들을 하면 아이의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 말을 하는 대신 부모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면 좋을지가 책에 자세히 적혀있다. 또한 핵심만 간결하게 정리되어있고, 지침이 될 만한 짧은 도움말도 제시되어있어 육아 지침서로 활용하기에 좋아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꼭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아니더라도 아이와 관계를 가져야 하는 직업을 지닌 분들, 아이와 함께 지내야 하는 분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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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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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던진 타자기에

얼굴이 짓이겨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나의 어머니에게

『기린의 타자기』는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중장편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게다가 이미 『월요일이 없는 소년』 등의 미스터리 소설로 유명한 황희 작가의 신간이라 작품성이 보장되어있다. 4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빠져들다 보니 금세 완독하고 말았다.

서영은 글 쓰는 데에 재능이 있어 작가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니던 교회에서 자신을 짝사랑하던 한 남자에게 발목이 잡힌다. 부유한 잡인의 아들이었던 남자는 그녀와의 결혼을 원했고, 형편이 어려웠던 서영의 집안 식구들은 딸이 그와 결혼하길 원했다. 결국 그녀는 원치 않던 결혼을 하고 쌍둥이 남매인 지하와 지민을 낳는다.

당연히 시댁 식구들은 서영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다. 서영을 사랑한다고 했던 남편조차 차갑게 식어서 돌아선다. 그녀가 아이들을 낳자 아들인 지민만을 데려가고, 딸인 지하는 서영과 함께 차가운 지하의 와인보관실에 방치해둔다.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서영의 귀에 들리는 윗층 거실에서의 웃음소리, ‘며느리는 친정에 산후조리하러 갔다’는 시어머니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 이후로 그녀는 무기력하게 시댁 식구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는데, 딸 지하마저 사춘기에 들어서며 가출을 해 버린다.

청각장애인인 지하는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녔다. 그녀는 그 능력을 이용하여 재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남자친구와 반려견과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를 꿈꿨던 지하는 ‘산후우울증’을 소재로 하는 소설 「조용한 세상」을 출간하게 되고, 이 책을 엄마 서영에게 보낸다. 서영은 딸이 쓴 책을 읽으며, 시댁과 친정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용기를 얻는다.

이 책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서영의 이야기, 지하의 이야기, 그리고 지하의 소설 「조용한 세상」 이야기로 크게 나뉜다. 그렇다보니 책을 읽어가다보면 혼란스러운 장면들이 몇몇 있다. 그리고 이야기에서 순간순간 위화감과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중반쯤 밝혀지는 진실과 반전에서 모든 실타래가 풀리며 비로소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상상의 세계가 아무리 달콤해도 현실의 내가 없다면,

상상 속의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상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통스런 현실을 극복할 힘을 주는 것이다.

현실도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인 지하의 성장소설이자, 가부장제와 학대에 희생되어 꺾여버린 여성 서영의 성장소설이라는 느낌이다. 아주 예전에 읽었던, ‘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 글도 잘 썼던 그 여자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라는 말이 떠올랐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반전이 강한 소설이니만큼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스포일러가 될 듯하여 서평을 아껴야겠다. 오랜만에 매력적인 이야기의 힘에 흠뻑 빠지게 해 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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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에 끝내는 대한민국 주말여행의 모든 곳 - 취향 따라 고르는 국내여행 버킷리스트, 개정판
김수진.정은주 지음 / 길벗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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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마음 가는 대로 곧잘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요즘은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통 제대로 된 바깥 나들이를 못 한지 오래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 휴가 때는 오랜 아쉬움을 풀 만큼 괜찮은 국내여행을 짧게 다녀오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여행 계획을 세우다 보니 광고와 정보가 뒤섞인 블로그와 웹사이트 속에서 혼란을 겪기 일쑤라, 집에 괜찮은 여행 서적이 한 권 있으면 좋으련만, 하는 작은 욕심이 생길 무렵 이 책을 만났다.

 

보통은 여행지나 코스별로 목차가 정리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취향과 테마로 목차를 구성했다. 크게 SEEING(관광), EATING(먹거리), EXPERIENCE(경험), SHOPPING(쇼핑)의 네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그 아래로 열 가지 이상의 테마가 채워져있다. 예를 들어 ‘SEEING(관광)’ 파트에는 벽화마을, 성당 순례, 문학 기행 등 눈으로 보고 감상할 수 있는 테마가, ‘EATING(먹거리)’ 파트에는 야시장, 팔도 술 열전, 누들로드 등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테마가 들어있다.

 

원하는 파트와 테마를 골라서 페이지를 펼치면, 추천하는 여행지를 여러 곳 소개하고 있다. ‘주말 여행이라는 책 제목답게 딱 12일이나 당일치기로 간단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짧은 코스, 중요 스폿들을 실어두어서 여행 계획을 짜기에 부담이 없다. 가서 무엇을 먹을지,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자세히 소개해둔 점도 많은 참고가 된다.

 

특히 이 책의 백미는 ‘EXPERIENCE(경험)’ 파트에 있다. 템플스테이, 캠핑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테마를 총망라해두었는데, 단순히 여행 정보로만 그치지 않고 각 경험을 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점이나 준비할 것들을 잘 소개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계절별 농촌 수확 체험이나 공예 DIY 체험 등 특이하고 색다른 테마들이 있어서 관광이나 식도락 여행을 위주로 다니던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갑자기 떠나고 싶을 때, ‘이번 주말에 어디 가지?’ 싶을 때 목차를 훑어보고 끌리는 테마를 골라 가볍게 다녀오는 여행을 떠날 경우에 참 좋은 책이다. 내지 디자인도 감각적이고 예뻐서 어디에 일부러 들고 다니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처럼 테마가 중심이 되는 책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여행 서적일 듯하며, 한 지역 위주로 여행 코스를 다채롭게 짜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책의 맨 뒤쪽에는 별도로 여행 명소별 INDEX’와 미니 코스북이 실려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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