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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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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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유창하게 영어를 쓰고 말할 수 있으며
2주일 동안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여학생을 급히 구합니다.
학생이 아닌 분은 사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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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의 뒨학교에 교수로 부임한 젊은 여성 교수 진 네베바는 어느 가을, 동네의 빵집에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붙인다. 네베바는 광고를 보고 지원한 학생들 중에서 비올렌을 선택하고, 앞으로 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단 2주간, 수많은 자료를 분석하여 그들이 밝혀내야 할 것은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1974년, 대부호의 딸인 퍼트리샤 허스트가 한 무장단체에게 납치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얼마 뒤 놀랍게도 그녀는 납치범들을 옹호하는 듯한 음성메시지를 방송국으로 보내왔고, 심지어 얼마 뒤에는 무장단체의 일원들과 함께 은행 강도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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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미치광이가 아니에요.
그들은 정직하고 제게도 분명한 태도를 취했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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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미국 전역을 충격으로 흔들어놓았고, 퍼트리샤가 체포된 후 그녀의 변호인단은 진 네베바 교수를 찾는다. 그리고 그녀가 재판에서 유리한 형량을 받을 수 있도록, '퍼트리샤 허스트는 납치범들에게 세뇌되었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의뢰한다.

그리하여 네베바 교수와 비올렌은 여러 각도에서 사건을 들여다보며 조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처음 시작의 의도와는 달리 조사를 거듭할 수록 그들은 퍼트리샤가 단순히 납치범에게 세뇌당한 피해자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자발적 의사로 무장단체에 합류하여 자유의지로 행동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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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너무나 많은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전의 삶으로는 되돌아갈 수가 없어요.
저는 달라졌어요. 성장했다고요.
저는 남아서 싸우기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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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것은 세뇌였을까, 자신의 선택이었을까? 조수 비올렌은 네베바의 지도 하에 착실히 스스로의 관점에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이야기가 전개되어갈수록 의문은 더해지고,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들은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실제 일어났던 이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은 '스톡홀름 증후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자신을 납치한 이에게 심정적으로 동조하여 가해자에게 이입하게 되는 심리 상태를 일컫는다. 작가 룰라 라퐁은 이 실화를 차용하여 가상의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처음부터 새롭게 재조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혁명적이고 자주적으로 삶을 이끌어나가는 여성들의 힘을 보여준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생소한 3인칭 시점의 소설이며 이야기 속의 이야기도 많아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복잡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여러 문학상을 휩쓴 소설이니만큼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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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ㅣ모 2021-04-0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은읽으면좋지만,어딘지뭐조미ㅣㅣㅣㅣㅣ
여현아 축제언제냐 내가갈가
불러 알았지 언젠가 갈게
도서책 많이봐라

여현아 2021-04-0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울랜드 언제가냐 같이갈게
불러라 알았지

교회 2021-04-0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수원시장님 누구신지?
모르지만 조ㅣ송합니다
전철놓는것은 실어합니다.
시끄럽구요... 지진이날까봐서
요... 가게아무나 시키지마세요 돈가스가게도 우리를 못오게하고요,이상해요
장삿군이 무슨소리를 하는지모르겠습니다.
아셨지요 교회 주최자 측이엥요 우리는요
 
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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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원고 언제 주실 건가요?!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어떤 일에 통달한 달인들이 등장해 너무나도 쉽게 척척 힘든 일들을 해내곤 한다. 글 쓰는 일에 통달한, 그야말로 글쓰기의 달인일 ‘작가’도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 만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나쓰메 소세키라든지, 「인간실격」의 다자이 오사무라든지 하는, 불후의 작품을 남긴 작가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 같았다. 머릿속에 마르지 않는 샘 같은 것이 있어 수많은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작가들마저 마감의 고통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이었나보다.

쓸 수 없는 날에는 아무리 해도 글이 써지지 않는다. 나는 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화장실 안이다. 아니, 볼일도 없는데 여긴 뭐 하러 들어왔지. 밖으로 나오다 이번에는 격자문에 머리를 내리친다. "으음, 으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작가의 마감」은 제목 그대로 작가들의 마감에 대한 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주는 재미있는 책이다. 작가들은 글을 쓸 수 없다며 괴로워하고, 글을 쓸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변명하고, 글을 쓰지 못해서 자책한다. 체온이 38.7도나 된다는 귀여운 꾀병을 부리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다고 공연히 투덜대기도 하는 걸 보면, 내가 하는 변명과 다를 바가 없어 누구나 데드라인 앞에서는 같은 마음인 것 같아 절로 웃음이 난다.

신문소설은 한 회당 원고지 네 매면 충분하니 금세 쓸 듯해도 펜을 들기 전에 이미 두세 시간 허비한다. 다 쓰고 나면 일이 고된 만큼 두세 시간 넋이 나간다. 결국 하루에 활동하는 시간을 전부 신문소설에 뺏겨버리니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특히 펜이 막다른 벽에 부딪혔을 때의 괴로움이란, 뼈를 깎아내는 것처럼 견디기 힘들다.

수필은 소설과 달리 작가의 언어도 '날것'이기에 매우 조시해서 쓰지 않으면 엉뚱한 사람에게까지 상처를 준다. 결코 그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이건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 하며 쓰던 원고를 찢어버린다. 고작 열 매 내외 원고에 사흘이고 나흘이고 끙끙댄다.

또한 작가들이 얼마나 글을 쓰는 것에 전력을 다해 임하고 있는지, 집필이란 행위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여실히 보여준다. 유명한 작품들의 뒤에 가려진 작가들의 집필에 대한 고뇌와 좌절을 들여다보고 나니 그간 읽었던 책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힘겹게 쓰인 글들을 너무 쉽게 읽어온 것 같아 미안할 정도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편집자들이 수필이 실려있다. 1장에서 3장까지 작가들의 괴로움을 실어두었다면 이 마지막 4장에서는 편집자의 고충이 생생하게 읽힌다. 특히 작가의 원고를 마감에 맞게 받지 못해 결국 잡지 페이지를 백지로 발간하며, ‘이 페이지는 인쇄 실수가 아닙니다. 깊이 사죄드립니다.’ 하고 적었어야만 했을 편집자의 심정이란, 아마 애가 타다 못해 딱 뒷목 잡고 쓰러질 지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엮은이는 일본 작가들의 수필을 일일이 찾아서 편집과 마감에 대한 이야기들만 골라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유명한 작가들도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다가도, 그들의 글에 대한 열의와 신념에 감탄이 나오기도 하는 책이다. 이 책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 한국 작가들판 「작가의 마감」, 서양 작가들판 「작가의 마감」도 꼭 볼 수 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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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우리 할머니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억합니다
한성원 지음 / 소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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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우리 할머니를 기억합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여럿이 모여 기억하고 싶습니다.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역사에서 가장 큰 상처로 남은 일들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에 대한 일을 말할 것이다. 아픔 투성이인 우리 역사에서, 이 ‘위안부’에 대한 일들이 우리의 마음을 유독 아프게 하는 이유는 아마 실제 피해자이신 할머니들께서 직접 그 상처를 목소리 높여 말씀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리고 가해한 이들이 뻔히 있음에도 사과를 받기는커녕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래를 잘하셔서 가수로 데뷔하신 할머니, 고향 텃밭을 일구시는 소박한 농부 할머니, 평생 모은 재산 1억 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하신 할머니... 우리 주위에서 평범하고도 멋진 삶을 살아가고 계신 이 할머니들은 용기를 내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신 분들이시다.

우리는 때때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바라볼 때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픔을 찾으려 하며, 심지어 악의 없이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무지하거나 역사를 방관하는 것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위안부’ 사건을 매듭짓고자 하는 욕심에 피해자로서의 모습만을 강조하는 것은 결코 우리 할머니들이 원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에서 ‘위안부’ 사건을 직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들과 별다를 것 없는 할머니들의 일상과, 그 위로 드러난 인권 운동가로서의, 평화 운동가로서의 용기를 나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모습 속에서 지나간 시간의 아픈 이야기가 아닌

우리와 같은 이웃, 가족, 또는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내 주길 바랍니다.



아름답고 강렬한 색채의 삽화와 편안하게 읽기 좋은 만화로 가득한 책이었음에도 쉽사리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던 이유는, 작가가 마음을 담아 그린 할머니 한 분 한 분을 기억하고 싶어서였을까. ‘위안부’ 사건을 다룬 책 중에서 가장 따뜻하고 담담한 이 책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혀서 우리 할머니들을 함께 기억할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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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2021-04-0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떤아버지가 딸을 너무믿은건가바요
딸이뭐하는지무슨생각을하는지알아봐요
큰일이죠 참말이야
교회장로래요
장로교이고
고고발이에요

이모로부터 2021-04-0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현아 이모가사랑해
키많이크니까 어때
너무크지마라 ㅋㅋ
어떻게컷어?
뭐먹는거조아?
그럼 생일축하해 공개해서미안해

이지영 2021-04-0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지훈 말이야
다된밥에다 코빠뜨리냐
내가오래니까 왜 안와
신이 그렇게 낫냐
개랑 살려면 얼마못살고 가라

가요 2021-04-0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게 무슨노래에여내눈에맺힌 눈물이여사랑했어여 그때몰랐지만어쩌고 저쩌고
?

직언 2021-04-0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슨동 약 회사 반장언니가 수액을 팔에 놓는데요
맞으면 안되죠?
동의 구하는거닌까 답변 부탁이에요
 
카페에서 읽는 조선사 - 아홉 가지 키워드로 보는 조선의 낯선 모습
표학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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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를 입맛대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이때 많이 쓰는 말이 ‘비판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비판적으로 본다는 말과 과거를 비판하는 것은 다른 의미다.

조선은 50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같은 ‘조선’이라는 이유로 그 500년을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여기곤 하는데, 예를 들어 300년이 넘게 차이가 나는 세종 대의 조선과 정조 대의 조선의 시대상을 하나로 엮어서 생각해버리는 일도 적지 않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러한 오류를 지적하며, 이 책을 통해 500년간 조선이 보여준 다양한 얼굴들을 입체적으로 묘사하고자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총 아홉 가지 키워드로 정리되어있다. 차례대로 왕, 영웅, 정치인, 출세, 직업, 재테크, 전쟁, 역병, 음식이라는 키워드 아래 조선의 여러 인물들과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E. H. 카의 말을 인용하며 작가가 ‘역사의 기본은 현재의 문제와 모순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파악하고 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서술했듯, ‘더 읽어보기’ 란에서는 과거의 역사로부터 현재를 살펴보고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역사를 균형 있게 바라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역사에는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

밝음의 이면에는 반드시 어둠이 있다.

빛과 어둠을 동시에 보지 않으면 역사의 전모를 이해할 수 없다.

‘카페에서 읽는 조선사’라는 제목에 걸맞게 한 챕터가 스무 페이지 내외로 짤막한 편이다. 가볍게 손에 들고 나가 챕터 하나씩 읽기에 부담이 없는 분량이지만, 책 속에 담긴 내용과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독자들에게 고민해 볼 거리들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단순히 재미있는 사건의 나열이나 흥밋거리로 바라보게 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지금의 삶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도록 하고 싶어한다는 의도가 느껴진달까?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이야기들도 한 번 더 곱씹으며 읽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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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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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누가 자기를 부추겼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행동하게 되지.

그리고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현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세 유형의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 임무다.

주인공 ‘가이’는 우연 제작자이다. 그의 임무는 ‘우연히 일어났음’을 가장하여 어떤 사건을 일으키는 일이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직원이 커피잔을 쏟도록 유도하고 교통체증을 일으킨 결과, 직원이 카페에 있던 손님과 연애를 시작하도록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나비가 일으킨 작은 날개짓이 연쇄적인 효과를 일으켜 결국 커다란 모래폭풍이 되는 것처럼 그는 모든 인물에 대해 속속들이 분석하여 섬세하게 계획된 사건을 차례대로 일으킨다. 왜 그 사건이 일어나야만 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는 우연 제작자로서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뿐이다.

우연 제작자가 되기 전의 가이는 ‘상상 속 친구’로서의 일을 했다. 말 그대로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존재하며 대화를 하기도 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하는 역할이다. 그 과정에서 가이는 다른 어린이의 상상 속 친구였던 ‘커샌드라’를 만난다. 가이와 커샌드라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만, 가이가 상상 속 친구로서의 규칙을 깨고 우연 제작자가 되는 바람에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그런데도 가이는 그녀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가이에게는 우연 제작자로서의 수련 수업을 함께 들은 동기인 ‘에밀리’와 ‘에릭’이라는 친구가 있다. 셋은 삼총사처럼 함께 모임을 가지고, 어떤 우연을 만들어내기로 내기하기도 하고, 맡고 있는 임무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 에밀리는 가이를 짝사랑하고 있다. 가이가 커샌드라를 잊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데도 마음을 접지 못한다.

이야기는 후반으로 이어지면서 갑작스럽게 빠르고 흥미로운 전개로 접어든다. 주인공들의 과거에 겪어온 사건들이 서로 이어지고, 숨겨져있던 마음이 드러나며, 수동적이었던 가이가 자신의 강력한 의지로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는다. 그리고 가이와 에밀리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한 발 물러나 둘을 지켜보고 있던 에릭의 정체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진실이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오랫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봤어.

내가 너랑 사랑에 빠졌다는 걸 깨달은 게 구체적으로 언제일까?

누군가를 좋아하다가 그 누군가가내 우주의 중심이 되는 그 전환점은 어디일까?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어떤 우연을 겪는다. 그건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치는 것일 수도 있고, 잘못 걸린 전화를 받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결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거나 새로운 직업을 구하게 되는 등,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기도 한다. 그 때 우리는 ‘그 우연한 일이 없었다면’, 하고 과거를 회상하곤 한다. 하지만 그게 정말 우연이었을까? 우연 제작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을까? 다 읽고 나면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 책이다.

우연 제작자들이 활약하는 판타지 같은 세계에서 펼쳐지는, 따뜻하고 애달픈 로맨스를 즐기는 재미가 있다. 소설 중간중간 실려있는 우연 제작에 대한 안내, 교재, 문제 같은 것들을 읽다 보면 작가의 상상력과 치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마지막에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까지도 일품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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