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우주인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5
다카시나 마사노부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고향옥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3월
평점 :
어린 시절, 나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던 때가 있었다. 류토처럼 우주인이라거나 하는 거창한(?) 거짓말까지는 아니었지만, 줄넘기를 엄청나게 많이 했다거나 엄마에게 용돈을 엄청 많이 받았다거나 하는 시시콜콜한 거짓말이었다. 친구들이 몰려들어 정말? 정말? 하고 물어봐주면 내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마냥 어깨가 으쓱거렸다. 지나고 보니 그 시절에 나는 조금 외로웠었나보다. 류토를 보니 나의 유년시절이 생생하게 생각나 마음이 조금 아팠다.
누구나 나의 알맹이를 그대로 보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단단한 갑옷과 가면이 필요하다. 류토에게는 우주인이라는 거짓말이 그 갑옷이었다. 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판타지 소설인가?' 하며 무심코 넘겼던 표지의 그림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반짝반짝 빛나고 커다랗고 대단해보이는 외계인을 뒤집어쓴 외로워보이는 류토가.
갑옷을 언제까지고 뒤집어쓰고 살 수는 없다. 갑옷에서 나왔을 때 비로소 우리는 더욱 단단해진다. 누군가 '너의 그 갑옷이 없어도 나는 너를 사랑할 거야.'라고 꾸준히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때 우리는 그 갑옷을 벗을 수 있다. 료코에게는 만주와 요코와의 우정이 있기에 단단한 '지구인'으로 자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