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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현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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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전, '중환자실에서 야식 파티를 벌인 간호사들'이라는 뉴스를 읽었다. 제목부터 기가 막혔다. 간호사분들의 업무에 대한 실상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나라도 그것이 '밤 시간에야 겨우 때우는 끼니'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저녁 먹을 새도 없이 분주히 움직이다가, 환자들이 다 잠들고 나서야 컵라면 따위로 허기진 배를 채운 것뿐이었다. 기자들은 이를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과장된 내용으로 채워 뉴스로 내보냈다. 인간의 생명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쏟아진 것은 박수가 아니라 손가락질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보았던 남궁인의 '만약은 없다'와 '지독한 하루'에는 간간이 재치있거나 가볍게 읽을 만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아니었다.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절규에 가까웠다. 대체품이나 부속품이 아닌 사람으로, 병원에서 화풀이하는 대상이 아닌 그저 사람으로 봐 달라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책에서 풀어놓고 있는 대형 병원의 갑질,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쏟아진 폭력과 멸시, 주위의 시선들은 내가 생각해오던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당할 일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명감만으로 이 직업을 택했을 이들에게는 너무 가혹할 이런 일들은, 모두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었다.
간호사들이 야식 파티를 벌였다며 비난하던 이들 중에는 '숭고한 정신을 더럽혔다'는 사람도 있었다. 유독 특정 직업군에는 숭고한 정신이나 희생 같은 것이 따라붙는다. 숭고함은 강요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숭고하게 바라봐주어야 하는 것이다. 부디 오늘도 저승사자와 맞서 싸우시는 수많은 나이팅게일들께 숭고한 눈길만이 깃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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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주인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5
다카시나 마사노부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고향옥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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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나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던 때가 있었다. 류토처럼 우주인이라거나 하는 거창한(?) 거짓말까지는 아니었지만, 줄넘기를 엄청나게 많이 했다거나 엄마에게 용돈을 엄청 많이 받았다거나 하는 시시콜콜한 거짓말이었다. 친구들이 몰려들어 정말? 정말? 하고 물어봐주면 내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마냥 어깨가 으쓱거렸다. 지나고 보니 그 시절에 나는 조금 외로웠었나보다. 류토를 보니 나의 유년시절이 생생하게 생각나 마음이 조금 아팠다.

 누구나 나의 알맹이를 그대로 보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단단한 갑옷과 가면이 필요하다. 류토에게는 우주인이라는 거짓말이 그 갑옷이었다. 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판타지 소설인가?' 하며 무심코 넘겼던 표지의 그림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반짝반짝 빛나고 커다랗고 대단해보이는 외계인을 뒤집어쓴 외로워보이는 류토가.

 갑옷을 언제까지고 뒤집어쓰고 살 수는 없다. 갑옷에서 나왔을 때 비로소 우리는 더욱 단단해진다. 누군가 '너의 그 갑옷이 없어도 나는 너를 사랑할 거야.'라고 꾸준히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때 우리는 그 갑옷을 벗을 수 있다. 료코에게는 만주와 요코와의 우정이 있기에 단단한 '지구인'으로 자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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