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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결정적 1%, 사소하지만 치명적 허점을 공략하라
리처드 H.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학은 역사학이 아니다. 경제학은 다양한 자료와 근거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한다. 신기한 것은 매년 실시하는 내년 경제 전망이 너무 자주 틀린다는 것이다. 마치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예측한 고작 하루 뒤의 일기예보가 맞지 않는 것처럼, 경제 전망은 너무 잦은 오류를 일으킨다. 이렇게 전망과 현실이 차이가 나는 일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사람들은 학습효과가 생겨 내일의 일기예보를 믿지 않고, 미래의 경제 전망도 믿지 않는다. 약간의 참고자료로 삼을지언정 그 예측에 대해 의미 있는 수준의 신뢰를 보이진 않는다.(적어도 나는, 그렇다.) 이 책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은 주류경제학 이론을(당연히 따라야 함에도) 따르지 않고 멍청한 선택을 일삼은 '똑똑한'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면서, 주류경제학의 이론이 전혀 먹히지 않는 현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해결책으로 행동경제학 이론을 제시한다.

 

  왜 예측이나 전망이 현실과 차이나는 것일까. 경제 현상은 수많은 사람들의 의도와 행동, 보이는 힘과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힘들이 서로 뒤엉켜 화학작용을 일으킨 결과로 나타난다. 그런데 주류경제학에서는 이런 다양한 변수를 감안하지 않고 전통적인 예측, 분석 방법에 따라 미래를 전망한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발생한다. 주류경제학은 시장의 움직임과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약간의 과장을 더해, 지구촌 인구 60억명은 60억개의 사연으로 사고해 경제적 행동을 하고, 전 세계 회사들도 그 수 만큼의 욕심과 논리에 따라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지만 주류경제학은 시장, 개인, 회사가 특정 상황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반응한다고 가정한다. 이른바 '합리적 의사결정'이다. 개인과 회사는 아주 합리적인 존재라서 기회비용, 매몰원가, 총효용 극대화 및 한계효용 체감의 원칙 등을 고려해 특정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낸다는 가정, 그렇기에 일시적 혼란은 생길 수 있지만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는 시장이 결국 정답을 찾아내 혼란은 가라앉고 시장은 다시 안정을 찾는다는 가정을 말한다.

 

  저자 리처드 탈러는 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합리적 인간, 최적화 조건 등 비현실적 가정을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기존 경제학은 실제 세계의 경제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책에 언급한 것처럼, 전망 이론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는 동안 그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았던 것은 다음과 같은 선언이었다. "인간의 행동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기술적인 경제학 모형을 구축하라.". 바로, 행동경제학으로 불리는 경제학 모형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인간들의 다양한 사례를 풀어놓는다. 저자의 명명대로 호모 이코노미쿠스, 소위 '이콘'이라 불리는 존재라면 결단코 하지 않을 행동을 하는 사람들 말이다. 새 구두에 뒤꿈치가 까여도 들인 돈이 아까워 고통을 참으며 신는 여자, 같은 돈임에도 생활비, 교육비, 문화비 등으로 꼬리표를 달아놓고 필요한 상황에서도 각 비용간 이동을 시키지 않는 가정, 만점이 100점일 때 평균 72점을 받으면 불만을 토로하지만 만점을 137점으로 높여 평균이 90점대가 되게 해주면 마냥 기뻐하는 학생들, 수익을 얻을 땐 확률보다 확실성을 추구하다가 손실이 생길 땐 확실성보다 확률을 추구하는 사람, 헬스 정기회원권을 끊어 놓고 초기에 열성적으로 출석하다가 기간 마감이 다가올 수록 서서히 발걸음을 끊는 사람, 125달러짜리 재킷을 5달러 할인해줄 땐 움직임이 없으면서 15달러짜리 계산기를 5달러 할인해줄 땐 (같은 5달러 할인이지만) 20분 거리의 다른 매장으로 달려가는 소비자들까지, 비슷한 사례가 책 전체에 빼곡하게 삽입되어 있다. 그렇다면, 합리성의 눈으로 바라볼 때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위 사례속 인물들은 정상에서 벗어난, 특이한 사례속 인물들일까. 아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통상 그렇게 행동한다.

 

  웃긴 것은, 경제학자와 그들의 가족조차도 지식이나 전공과 무관하게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경제학자와 가족들의 비합리적 의사결정 사례도 다양하게 책 속에 등장한다. 경제학에 행동경제학 이론이 들어서거나 추가될 여지는 이렇게 다분하다. 그러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과거에 비해 그 존재 의미를 이해하긴 했지만 여전히 주류경제학은 합리적 인간을 가정하고 논리를 전개한다. 저자가 놀란 것 처럼, 일상에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수시로 하는 경제학자들조차 행동경제학이 아닌 주류경제학의 손을 든다. 행동경제학 관련 책을 최초로 접한 것이 2007년이었다. 도모노 노리오의, 제목조차 명확한 <행동경제학>이다. 무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행동경제학이 주류경제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어쩌면,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맞는 건 알겠지만, 동의할 수 없는, 논리적이지만, 내가 따를 수는 없는, 묘한 위치에 튀어나온 못 처럼 신경쓰이고 불편한 무엇.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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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1 22: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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