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 자유 시장과 복지 국가 사이에서
토니 주트 지음, 김일년 옮김 / 플래닛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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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주의는 수십년 전 몰락해버렸고, 현재 제대로 견제할 대체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상태로 민주주의, 혹은 사회주의를 가장한 자본주의만이 세상에 덩그러니 남았다.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라는 날개를 달아 지구 전역을 훨훨 날아다니고 있다. 정부의 규제를 받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시장을 위한 이데올로기인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이며 몸에 에 딱 맞는 옷이다. 그렇게 규제 없이 효율성을 외치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탐욕의 자본주의가 세상을 휩쓸고 다니자 계층간 불평등과 빈부의 격차 등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었다. 애초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은 이런 삶이 아니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모두의 부가 전반적으로 동반 상승하고 보다 평등해진 세상에서 기술과 자본이 제공하는 갖은 혜택을 골고루 나눠받으며 즐겁게 사는 삶을 꿈꾸지 않았을까. 민주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가 그걸 가능케 해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본, 자유는 평등, 나눔, 복지 등과는 정반대의 뜻을 의미하게 되었다. 2010년대 자본주의를 맹신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선 불평등과 빈부의 격차가 극에 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차이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역사상 가장 빈부의 격차가 심했다던 1920년대 상황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 1920년대에 상위 1%가 가져가던 부가 전체 부의 20%를 넘었는데, 한때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1970년대부터 다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해 2008년 즈음 다시 20%를 넘었다. 그렇게 빈부의 격차가 한 없이 커지자 1920년대엔 대공황이 왔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발발했으며, 우연일지 모르나 2008년엔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쳤다. 그 이전 역사를 보아도 불평등이 극에 달할때 폭동이 일어나거나 혁명이 일어났다.

 

미 노동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라이시는 그의 책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 전체에 퍼져 있는 금융위기는 상대적 불평등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이런 불평등과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만들어 갈 때만이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책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 가운데 가장 시급한 일은 바로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게 된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장의 자율에만 맡겨 놓아서는 불평등 완화, 빈부 격차 감소는 이루기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풍선처럼 한쪽을 누르면(자율시장 약화) 다른 한쪽이 부풀어오르기 마련이므로(정부영향력 강화) 이를 견제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하에서 일반 시민들이 깨어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시민들의 권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투표권일 것이다.)

 

  사람들은 분명히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거대한 개혁 없이도 점진적인 변화를 거쳐 그렇게 될 수 있다. 정부와 국민들이 힘을 합쳐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제도를 바꿔나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이데올로기는 결코 정답이 아니다. 지금처럼 끝없이 경쟁하고,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며 그 결과 불평등이 만연해지고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지는 사회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를 들여다보면 결국 이런 큰 차별의 끝엔 전쟁이나 금융위기 같은 대혼란이 찾아왔다. 누가 이런 세상을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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