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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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애란의 소설에는 늘 방이 나온다. 크기로 보나 형태로 보나 '집'이라 부르기엔 좀 모자람이 있는, 그냥 작은 방이다. 그 방은, 어떨 땐 옥탑방이고, 어떨 땐 반지하방이며, 쪽방이기도 하고, 고시원 방이기도 하다. 아무리 사치 부린다 한 들 원룸을 넘어서진 못한다. '집'이 될 수 없는, 개별적인 방이다. 김애란 소설의 주인공은, 어쩌면, 사람이 아니라 방이다. 일단 방이 규정되면 그 방에 어울리는 사람이 나타나 그 방에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집'이 되지 못한, 될 가능성도 없는, 작고 가난한 방들이기에 그곳을 거처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형편이라는 것도 뻔하다. 겨우 내 몸 하나 뉘일 방 하나가 전재산인 주인공들이 무슨 대단한 미래를 그려낼 수 있으며, 만족스런 현재를 살아갈 수 있을까. 사회의 주류가 되지 못하고 변방을 빙빙 돌거나 그마저도 이루지 못한 채 사회의 바닥에서 힘겹게 하루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고, 노력이 덜 한 것도 아니다. 할 만큼, 때론 그 이상을 해도 좀체 방을 벗어날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해법도 없고 탈출구도 없다. 그냥 낱개의 큐브같은 작은 방 속에서 어제와 같은 오늘을, 오늘과 다를 게 없을 내일을 살아갈 뿐이다. 이 소설집 <침이 고인다>에서만 그런 건 아니다. 그 전의 소설집 <달려라, 아비>도, 그 후의 소설집 <비행운>에서도 늘 '집'이 되지 못한 방이 나오고 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온다. 이렇게 적고 보니, 그녀의 소설이 우울증 유도제처럼 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는 무척 재미있게, 상당히 밀도 있는 글을 쓰는 작가다. 비록 소설속 주인공들의 처지는 저마다 궁하나 딱하고 가엾단 생각보단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게 되고, 읽는 도중 자주 입가에 웃음을 짓게 만들며, 시간 가는줄 모르고 책에 푹 빠지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재미, 라는 하나의 목적만으로도 그녀의 소설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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