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해야 뭐라도 하지 -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는 선택의 심리학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김슬기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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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난이도 높은 감정 노동이다. 많은 선택지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도, Go와 Stop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도 매한가지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선택을 한다는 것이고 그 결과를 오롯이 책임진다는 것이다. ‘결정=선택=책임’의 공식이다. 그럼 결정내리는 것은 왜 어려울까? 객관식 문제에서 답 찾는 것을 결정이라 하지는 않는다. 단 하나의, 정답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결정 사항에는 정답이 없다. 주어진 자료와 주변 상황, 내 역량(성향)을 고려해 판단할 뿐이다. 여러 개의 길이 뻗어 있는 교차로에서 어디로 발걸음을 내딛을지 모르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길마다 여정도 다르고 종착지도 다를 것이다. 어떤 고난이 있을지, 어떤 과실이 있을지, 여정이 얼마나 길고 짧을지도 알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교차로에서 발이 묶인 채 신중함과, 우유부단함이 뒤섞여 섣불리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결정이 어려운 것은 아마도 우리가 그 결정에 따른 미래를 알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결정하지 않은 선택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정을 해야 뭐라도 하지》는 우리의 선택이 왜 불만족스러운지,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결정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나를 정확히 알고, 제대로 된 결정을 통해 인생을 확신으로 채우는 방법을 제시하는 안내서다. 스스로 내리는 결정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주변 사람이 반대하거나 전례가 없어도 자기 뜻을 밀고 나가는 사람이 더 행복한 삶을 삽니다. 선택지가 무수해진 현 시대에는 인내심보다 ‘내 뜻을 관철하는 강인함’이 요구됩니다. 과거의 데이터에서 이론적인 답을 얻는 것은 이제 인공지능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가는 대로,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맞아도, 틀려도, 행복이 몰려와도, 불행이 덮쳐와도, 내가 직접 내린 결정에는 변명이 없다. 원망할 대상도, 방향 잃은 분노도 없다. 그냥 다 내 덕이고, 내 탓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짜릿해하고, 누군가는 무서워한다.

 

저자는, 결정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가 머리와 마음의 불일치라고 말한다. 현재 의식에 따른 결정과 잠재 의식에 따른 결정이 다르면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머리로 하는 결정’과 ‘마음으로 하는 결정’이 같아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가 예를 든다. “혹시 이런 경험을 한 적 없나요? 더러운 책상 정리해야 하는데 하기 싫어. 다이어트 중인데 나도 모르게 군것질을 해 버렸네.” 머리는 책상 정리와 다이어트를 외치지만, 마음이 싫어, 싫어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결정을 못 내린다고 한다.

 

이렇게 결정을 못하는 인간에는 몇 가지 유형이 나타나는데 그 종류는 이렇다.

 

생각이 너무 많아 결정하지 못한다_사고 우위 유형

실수하면 어떡하지_완벽주의 유형

뭐가 정답일까_정답주의 유형

나는 착한 아이다_우등생 유형

갈등이 싫다_평화주의자 유형

 

서두에 언급한 ‘결정=선택=책임’ 공식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아마 책임이 아닐까. 결정과 선택은 사실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책임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책임만 없다면 과감한 결정과 파격적인 선택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절대 죽지 않는 게임 속 캐릭터처럼, 계속 새로 고침하며 결정과 선택을 반복할 수 있다. 문제는 책임이다. 책임에 대해 저자는 “흔히 ‘책임은 무거운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심리학에서는 책임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봅니다. 바로 ‘책임은 지는 것이 아니라 지고 싶지 않은 것’으로 말이죠.”라고 설명한다. 지고 싶지 않은 책임을 100% 내가 다 이고, 지고 해야 하는 것, 그게 결정의 핵심이다.

 

오늘도 나는 결정해야 할 여러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건도 있고, 길 자체가 희미한 건도 있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교통정리 안되는 건도 있다. 마감을 알리는 종소리가 곧 울릴 텐데 큰일이다. 이때의 노하우. 최대한 버티고, 미루고, 괴로워하면 괴로운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게 된다는 것. 벼랑 끝에서 내리는 결정이 최고더라.

*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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