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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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겠지만, 거의 모든 불행을 막을 수는 있다.’고. 삶의 목표가 행복의 극대화라면 ‘돈’만으로 가능하지 않겠지만, 그 목표가 불행의 최소화라면 ‘돈’은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게다가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하다 느끼는 것이 인간이니 ‘돈’은 인간의 행복 추구에도 상당한 영항을 끼친다 할 것이다. ‘돈’을 추구하고 ‘돈’으로 시장을 정의하고, ‘돈’으로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신념을 멋지게 포장하면 아마 ‘자본주의’가 될 것이다. 2021년 현재, 인류는 이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살아간다. 불행하지 않으려고, 조금 더 욕심내 본다면 행복해보려고.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도시를 떠나(자본주의의 중심을 벗어나) 시골에서(자본주의의 외곽에서) 자신의 원칙과 신념으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통 이런 류의 책은 자본주의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거나 극복해야할 과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꽤 노골적 이분법으로 ‘자본주의=악, 대체이념=선’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명확히 드러나는 자본주의의 폐해가 있기에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자본주의가 만들어온 건강한 풍요와 선의 세계를 외면하고 무가치하게 여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불편하다.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다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편의와 장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영리하게도 그 편의와 장점을 최대한으로 누리려 한다. 저자는 말한다. “이토록 외진 곳에서 살아도 사회와 나는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이런 자유를 누리는 일 역시 자본주의하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자본주의는 내 멋대로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제도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고, 혼자서는 소장할 엄두도 못내는 고가의 미술품과 건축물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현대사회가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 사회, 경제적 인프라를 복지차원의 당연한 권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매력적인 혜택이다. 우리가 누리는 풍요는 하늘에서 거저 떨어진 빗물 같은 것이 아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자본주의가 삶의 질 개선에 큰 지분을 가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럼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저자가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은 무엇일까. 저자의 대답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그것은 ‘시간’이다. “평범한 개인이 아무리 덜 쓴다 한들 삶을 충만하게 하는 일만으로 채워진 일상을 살 수 있게 해준 것은 인류역사상 자본주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이 있다. 책 읽고, 글 쓰고, 가족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만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당장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자본주의의 엄청난 생산성이 무르익기 전, 단지 굶지 않고 살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야 했던 시대에는 소수의 귀족에게나 허락되었던 것이다.” 맞다. (여전히 하루씩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보편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여유시간, 자유의지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자본주의가 건내준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소통을 하고, 문화를 즐기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자본주의만을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다. 저자는 인간의 ‘심리’를 궁금해하고, 사람 사이 ‘관계’를 관찰하며, 자녀 교육 문제를 고민하기도 한다. 어디서 보고 배운 것을 무의미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경험한 것을 오래토록 마음에서 숙성시킨 후 몸에 새겨진 바를 이야기하기에, 독자에게는 모든 이야기가 너무 생생히 다가온다. 고민거리가 플러스 원으로 따라붙는 것도 흥미롭다. 나라면 어땠을까, 나라면 가능했을까, 싶은 의문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과 고민을 해보게 된다.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한 뼘쯤 벗어나, 혜택은 혜택대로 누리며 자본주

의의 부작용은 악착같이 피해보자,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그냥 이런 삶도 있다는 걸, 이렇게 살아도 즐겁게 살아진다라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누군가 부러워하라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따라와보라는 것도 아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알아서들 사시면 되지만, 내가 사는 방식은 이러하답니다, 말하는 책이다. 이 책 속에서 저자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사람을 대할 때는 심리학자, 인용한 여러 도서를 소개할 때는 인문학자,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직관적 통찰을 보여줄 때는 저명한 경제·경영학자가 된다.

 

(최대한 한가하게, 최소한의 노력만 들여) 많은 일을 하고 또 다른 꿈을 꿔가는 저자의 생활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럴 것 같다. 책에서 발견한 저자의 문장으로 서평을 마무리한다.

 

 

“아무렇게나 한다, 그렇지만 한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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