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한 밤의 심리학
허지원 외 지음 / 책사람집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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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심리학자’, 혹은 ‘심리학 박사’ 라는 말을 들으면 ‘독심술’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 눈빛, 말투, 몸짓을 에피타이저로, 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단어와 문장을 메인디쉬 삼아 나라는 인간을 철저히 해체해 요리하는 요리사 말이다. 나도 모르는 내 불안을 알아채고, 내 장단점을 손쉽게 파악한 뒤, 내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는 스페셜리스트 말이다.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페이스북 알고리즘 시스템 같은 자 말이다. ‘심리학자’는 내게 그런 존재다. (내 마음을 잘 알아)듬직하나, (내 마음을 나보다 잘 알아)오싹하게 만드는 사람.

 

이 책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한 밤의 심리학》에는 그런 -마음의 요리사, 스페셜리스트, 알고리즘 시스템- 심리학자가 무려 다섯이나 등장한다. 이 다섯 명의 전문가는 글을 통해 마음이 전하는 서른 개의 이야기를 밤의 어둠에 맞춰 조용하게, 혹은 밤의 화려함에 맞춰 흥겹게 들려준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드는 생각은, ‘어머 심리학 전문가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네’ 라는 것이다. 이들 역시 자주 불면하고, 스트레스를 겪고, 심리적 압박에 힘들어 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위안이다.(전문가도 별 수 없구나). 하지만 이건 책에서 굳이 얻어내고 싶지 않은 일종의 절망이기도 하다.(전문가들조차도 불면과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한다는거야! 이번 생은 글렀군)

 

심야 FM라디오 시그널 같은 제목인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한 밤의 심리학》은 라디오DJ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양한 인간 심리에 대해 말해준다. 크게 다섯 장, 서른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심리’라는 것을, ‘심리’가 우릴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심리’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를 가르쳐준다. 사적인 하루의 끝에서(1장), 긴 밤 나를 사로잡는 강박, 콤플렉스 등을 말하고(2장), 그 모든 고통은 다 이유가 있음을 이해시킨다(3장). 그리고, 과거 기억과 우울, 불안을 다루다(4장), 고통과 불면을 넘어 다음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5장) 책을 마무리한다.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한 밤의 심리학》은 전공서적이 아니다. 가볍게 읽어도 좋은 에세이다. 하지만 쉽게 읽힌다 해서 내용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책의 에피소드 중 독자들이 경험한 것 사례도 여럿 있을 것이다. 이 경우는 간접적인 치료효과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나만 이런 심리에 빠지는 건 아니라는걸 알게 되어 좋았다. 내가 겪는 심리적 갈등과 고통이 특별한 건 아니구나 싶어 안심되기도 했다. 일반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애쓴 다섯 전문가의 고민이 책에 잘 스며들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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