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테러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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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테러》는 인간이 삶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태도에 대해, 개인 고유의 신념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100여년 전, 개인의 온전한 자유를 위해,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를 갖기 위해, 그리고 내 나라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투쟁한 여성 3인의 투쟁기다. 허무주의자이자 무정부주의자인 ‘가네코 후미코’(영화 ‘박열’에서 박열 상대역으로 나온 여성), 여성 참정권 쟁취를 위해 무력 투쟁한 ‘에밀리 데이비슨’, 조국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저격수가 된 투사 ‘마거릿 스키니더’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굳은 믿음으로 기울어진 세상을 바꿔보려 한다. 갖고 있지만 더 갖기 위해, 누리고 있지만 더 누리기 위해 탐욕을 부리는 게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달라고 주장하고 행동할 뿐이다. 주인공들이 내세우는 주장과, 외치는 요구는 참 쉽고 단순하다. 수학이 아니라 산수같은 것.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데 왜 당하는 사람은 계속 당하며 살아야 하나, 왜 사람이 사람을 멸시하고, 부리고, 모욕을 주나(후미코), 여자라서 투표권을 행사 못하고, 여자라서 동일 노동에 동일한 임금을 못받고, 여자라서 고용에 차별받는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인가(에밀리), 아일랜드는 어떤 국가의 부속 토지가 아니라 고유의 아일랜드인데, 독립한 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인으로 살게 해달라는 것이 왜 범죄인가(마거릿)

 

아무리 100년 전 세상이라 해도, 권력자들은 이들의 외침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권력자들에게(지금의 권력자에게도) 권리는 유한한 자원이었다. 여자와 나누고, 가난한 자(나라)와 나누다 보면 내 몫이 점점 줄어드는, 매장량이 정해진 광산 같은 것이었다. 계속 나누면 언젠가 저들이 내 몫의 권리마저 뺐어갈거라는 두려움도 한 몫 했다. 그리고 편견이 있었다. 열등한 자, 열등한 인종, 열등한 나라는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니 우등한 이들이 관리 - 라고 적고 착취, 탄압으로 읽는다 - 하는 것은 오히려 현명하고 옳은 결정이라 믿었다. 그들은 권리를 평등하게 나눌수록 새로운 광산이 끝없이 생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눌수록 내 몫의 권리 역시 더 단단하고 강해진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여자들의 테러》 주인공들의 바라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 세계는 여전히 편견으로 가득하고, 차별과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다. 나눌 수 있는 권리는 계속 줄어가고 가진 자들은 더 갖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목숨을 내놓고 싸운 낡은 주의(남성우월주의, 차별주의, 인종주의 등)는 여전히 큰 힘을 갖고 있다. 그럼, 주인공들은 결국 실패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이 있었고, 그들을 따르는 다음 사람, 그 다음 사람이 있었기에 (나쁘지만) 이 정도의 세상이라도 만들 수 있었다. 오늘도 우리는 인간의 당연한 권리를 말한다.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장애 유무에 따라, 피부 색깔에 따라 줄어들고 늘어날 수 있는 권리에 문제를 제기한다. 100년 전 주인공들의 후손들이 지금도 여전한 차별을 무너뜨리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들은 실패하지 않았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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