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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동안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
라비니야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전엔 힘들고 마음이 다치는 일이 있으면 잠을 자거나 책을 읽었다. 판타지 소설, 연애소설을 읽다가 20살이 되고부터는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더랬다.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서를 읽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인간관계를 위해 심리학이 담긴 책도 있었다. 요즘은 생각이 많고 마음이 무거워지면 다 쏟아내고 홀가분해지기 위해 글을 쓴다. 쓴다는 것이 거창하지 않고 오프라인 일기장에서 온라인 블로그나 브런치로 옮겨왔다. 한바탕 내 마음을 자판으로 두드리고 나면 생각도 가벼워졌다. 걱정거리가 해결되진 않더라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든다. 글을 쓰다 보니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기 위한 글쓰기에 관심이 생겼다. 쓰니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는 것이, 쓰고 읽기는 떼려야 뗄 수가 없구나 싶다.
<쓰는 동안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글쓰기에 대한 기술만 이야기한 책은 아니다.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아가는,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들이 담겨있어서 따뜻하고 부드러움이 담겨있다. 읽다 보면 내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거지 헷갈리는 순간들도 있다. 저자 라비니야의 일기장을 보고 있는 것 같을 때도 있고, 글쓰기 강의를 듣고 있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그 강의가 절대 딱딱하지 않다.
글쓰기의 방법이나 기술을 얻기 위해 책을 열었다면 어느 순간 작가의 매력에 빠져 이 '사람'을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이다.
지금보다 덜 설명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쿨병이 아니라, 진짜 쿨한 인생
성격 참 쿨하다는 소리 많이 듣던 20대를 보내고 나니 걱정 많고 잔소리 심한 40대가 되었다. 남편과 대화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구구절절 설명이 많아진다. 아니, 설명이 아니라 변명 같기도 하다. 그러니 문득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 "이해받지 않아도 상관없는 의연함, 침착함, 어떤 상황에서도 뒷말이나 다른 감정 없이 깔끔한 상태"가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어른의 모습이라고 깨달았다.
혼란 속에서 잠시 멈출 때 비로소 방향이 보인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조명이 꺼지고 암막이 드리워지는 침묵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듯이.
누구도 설득 가능한 혼란 속에서 지내는 요즘, 이 혼란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계속 혼란스럽고 싶었다. 방향을 찾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정처 없이 떠돌다 보면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멈추지 않을까? 아니, 멈추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괴로워도 힘들어도 한 아이의 엄마였다. 스스로 멈추고 일어나 다시 괜찮아져야 하는 '엄마'.
글을 써야 하는 이유도, 쓰는 방법도 모든 내용이 나에겐 따뜻한 위로처럼 들렸지만 작가의 삶에 녹아있는 글쓰기를 통한 힐링이 감동이다. 나도 이렇게 '쓰는 사람'이 되면 좋겠구나. 내 글을 사랑해 주는 독자가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나라는 사람 자체를 이해해 주는 글이 있어도 난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겠구나. 정신이 차려진다. 그래서 더욱 읽고 쓰는 삶을 선망한다.
하나의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느껴지는 따뜻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