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 - 딸이 딸에게 전하는 끝끝내 내 편이 되어줄 이야기
강지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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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흉터는 아직도 아파. 상처가 아물기 전에 엄마는 배로 땅을 기어다녔거든. 홀로 광야를 기어야만 했거든. 지금도 겨우 무릎으로 서 있는 중이거든. 아직도 흐르는 피를 막기 위해 손을 받치고 있거든. 시간은 분명히 앞으로 흐르고, 언젠가 이 고통도 사라지겠지만 나는 영원히 이 흉터를 잊을 수 없을거야."

상처받은 영혼을 기록하고자 글을 남기고, 이를 통해 피를 흘리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녀의 반려자는 그녀의 고통과 변화를 알지 못한다. 언제쯤 그녀가 쓴 글들을 읽어낼까. 어제쯤 그녀가 외친 외로움을 알아챌까.

작가는 딸로, 엄마로 그리고 아내, 여자로의 삶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아픔과 깊은 외로움이 느껴진다.

육아의 힘듦을 나열하고있는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삶을 인정받길 원하는 한 여자로서의 아픔이 스며들듯이 펼쳐진다.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시들이 그 아픔을 덮어주듯 드러내고 있다.

좋은 아내와 좋은 엄마의 두 역할이 언제나 부담스러운 그녀에게,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그 옷이 잘 어울려 보일까. 언제쯤 그녀가 편안하게 그 옷을 입을 수 있을까.

나도 육아와 나의 인생, 여자의 삶 사이에서 갈팡질팡 고민하며 이 선도 저 선도 못 넘고 있는 이 시기에 이 책은 내 마음마저 담담하고 고요하게 만들어버린다.

끝없이 깊고 어두운 바닷속을 헤엄칠것만 같았던 그녀의 인생은 치열했고 변화했고 소중하고 귀하다.

"너는 나의 따뜻한 둥지이자, 알이자, 동지다.
지혜로부터, 힘차게 날아가길. 그리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길. '부터'라는 말은 거기서 출발해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뜻이니까. 네가 내려앉을 그곳'까지'. 너의 비행에는 언제나 나의 응원과 사랑이 따라갈 거야. 사랑하는 내 딸, 너를 낳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본문 <나를 키우 건 너였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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