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 나는 장의사처럼 정확하고 열정적으로 죽음을 다룬다. 상을 당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슬픈 표정으로 연민의 감정을 표현하고, 혼자 있을 때는 노련한 장인이 된다. 나는 죽음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죽음을 다루는 비결이라고 옛날부터 생각했다. 그것이 법칙이다. 죽음의 숨결이 얼굴에 닿을 만큼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게 하면 안 된다. -13쪽
거기서부터 모든 게 저절로 굴러가기 시작한 거예요. 다들 자살이라는 생각을 품고 현장에 나갔으니, 자살의 증거만 눈에 들어왔겠죠. 미리 생각하고 있던 그림에 딱 맞는 조각들만 눈에 들어온 거예요.-121쪽
아름다운 여자들은 자기가 항상 남의 눈길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228쪽
나는 약속을 지켰는데 상대방은 약속을 어겼을 때만큼 참담한 상황은 없다.-373쪽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건 곤란합니다. 그 말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다면 지금 말하세요. 증거가 없다면,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상책입니다.-376쪽
그러니까 이렇게 일이 돌고 도는 거야. 우린 이런 패턴을 자주 봐. 자기 삶이... 파괴된 그 순간에 고착돼 있는 거지.-426쪽
사랑이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의 일부라는 점만은 알고 있었다. 이건 내 삶에서 아주 드문 일이었다. 날 그렇게 대해주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한 전율과 동시에 불안감이 느껴졌다. -432쪽
그는 바로 지금과 같은 순간을 위해 사는 사람이었다. 모든 것이 선명하게 이해되는 순간. 자기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갔음을 깨닫는 순간.-460쪽
이 이야기를 계속할수록 내 힘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비밀을 알게 되면 그 힘에 도취하기 쉬운 법이다. 나는 여러 사실들을 묶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내 능력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571쪽
이 이야기가 강풍 속에서 빨랫줄에 걸려 있는 이불보 같다고 말했다. 빨래집게 몇 개로 간신히 빨랫줄에 고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언제든 바람에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574쪽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기도 괴물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5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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