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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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저자: 시메노 나기

장르: 일본소설

 

우리 몸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넘어져서 생긴 상처나 심지어 칼에 베인 상처도 치유의 과정이 발생한다. 상처의 피가 멈추면 진물이 나와서 세균감염에 대비하고 딱지가 생기면서 아물게 된다. 이 과정을 의학적으로 설명한다면 엄청난 일들이 수천억 세포들 사이에서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내 몸이지만,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이런 기적 같은 일들의 원리나 명령법을 모른다. 배가 고프면 먹는 게 자연스럽고, 눈꺼풀이 내려앉으면 잠들고, 배운 적도 없지만 매초 숨을 쉬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의식하지 못하지만, 생존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잠자는 것으로 보낸다. 잠들고 깨기 전의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인생의 2분의 1이 침대와 관련될 것이다. 어떤 동물처럼 1~2시간 끊어서 자거나, 잠들지 않고 인생을 산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확하게 작동하는 원리나 이유를 모르지만,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보더라도 잠들게 되어있다. 낮 동안 활동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한다. 이 생각에는 반드시 옳거나 기쁜 것만은 아니다. 고민이나 괴로운 것들도 있고, 때로는 선택하지 않아야 하는 잘못된 생각도 많을 것이다. 우리 뇌는 이러한 생각의 찌꺼기를 잠든 사이에 청소함으로써, 다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한다고 한다. 이렇게 인생의 절반이 낭비되는 것 같고, 사람의 활동이 멈추는 잠자는 행동이 자연스러운 치유의 과정이다. 21세기 어느 시점부터 우리 사회에 힐링이라는 말이 엄청나게 유행하고 번지기 시작했다. 우리 몸과 마음의 치유는 이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고, 마치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숨을 쉬어야 하는 것처럼 치유의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175쪽, “한번 쏟아낸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지 말고 만회를 하자. 솔직하게 ‘미안합니다’라고 말하자. 자신이 들어서 싫었던 말을,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쏟아낸 것에 대해 사과하자. 그렇게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다.”

 

이 소설은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의 후속작으로 힐링 소설이다. 힐링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 몸과 마음이 낫는다는 것이다. 앞서 낫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알려주지 않아도 저절로 진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여기저기에서 힐링을 찾아 헤매고 있다. 눈꺼풀이 내려앉으면 잠이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불면증을 겪으면 잠드는 것을 괴로워한다. 잠들기 위해 무수히 많은 방법을 찾아 헤맨다.


보통 사람이 철봉에 매달려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건강한 사람이라면 보통 1~2분 정도 매달릴 수는 있지만, 어느 순간 팔에 힘이 빠지면서 떨어져야 하는 게 정상이다. 우리 몸과 마음은 적당한 한계에 부딪히면 포기하거나 멈추는 게 정상인 것이다. 이런 것들은 몸의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감정도 포함되는 것이다. 즉 잠들지 못한다는 것은 멈춤과 포기를 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족, 직장, 사회의 여러 인간관계서 한계에 부딪히면 멈춰야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현대인들은 이 멈춤이나 포기를 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상사의 성추행으로 혼자 괴로워한 여군, 몇 달 동안 악성 민원에 괴로워한 공무원, 꿈의 직장이라는 교사가 되었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과중한 업무와 학부모의 민원을 혼자 견딘 교사 이들은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인생을 이어가지 못했다. 


멈추지 못하고 과열된 우리 마음은 비정상적인 상태가 되어 극도의 불안과 우울로 삶을 마감하는 오류를 계산해내는 것은 아닐까? 이 소설은 자연스러운 멈춤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고, 애초부터 가지고 있던 우리의 자연스러움을 떠올리게 한다. 쉬는 것과 감동하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소설이다. 소설 한 권 읽는 몇 시간이 인생의 낭비처럼 여겨진다면,  자연스러운 멈춤과 포기를 혐오하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된 것은 아닐까? 삶에서 멈추고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필요한지 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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