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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ㅣ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4월
평점 :
제목: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저자: 시메노 나기
출판사: 더퀘스트
장르: 일본소설
작가 시메노 나기는 실제 일본에서 카페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카페 주인 소로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고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무언가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월든』은 자연친화적 삶을 추구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미국의 월든 호수에 오두막을 짓고 쓴 글이다. 1845년부터 1847년까지 자연에서 홀로 산 체험을 기록한 책이다. 환경파괴와 인간성 파괴의 세상에서 생태주의적 삶을 통해 인간성의 회복과 행복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누구나 읽어야 할 만큼 훌륭한 교양서적이다. 나는 자연 친화적 삶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의 방법이 하나밖에 여겨지지 않는 자본주의 시대에, 성공과 행복의 방법은 다양하다는 길을 제시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매일 10억만 톤의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질 만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이다. 그렇지만 현대인들은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시스템에 힘들어하고, 무언가에 중독되어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고, 사람들 속에 있지만 외로워지는 아이러니한 삶을 살고 있다. 소로가 200년 전 했던 고민을 오늘날에도 여전히 하는 것이다. 소설은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를 가볍게 언급하며, 독자의 생각과 삶을 돌아보게 한다. 가볍게 읽고 가볍게 생각하고 잠시나마 고민에서 쉬어갈 수 있게 말이다. 그래서 왜 이 소설이 인문교양 브랜드에서 출간되었는지 이해되는 부분이다.
243쪽 “어느새 담당은 스니가와에서 스즈시타로 바뀌어 있었다. 스나가와를 만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얼마 안 가 회사를 그만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어쩌면 이미 퇴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좋은 대학이라도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에 나와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배워나가는 것이다. <중략> 이렇게 내 약점까지 내보이면서 사과할 수 있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사과하는 것은 지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던 시절보다 훨씬 살아가는 게 수월해졌다. 그럴듯한 재능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이 나이까지 이만큼 해올 수 있었던 건 성실하게 대처해왔기 때문이다.”
소설에 무심코 등장하는 몇몇 문장들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교육자의 시선에서 초등 6년, 중고등 6년, 대학 4년 등 평균 16년의 교육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했을까? 24살에서~27살의 교육을 마치고 나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삶의 성공이 되는 세상에서 말이다. 사람이 성장하는 시기를 살아있다라고 표현한다면, 성장이 멈춘 이후의 삶은 죽어간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10대의 삶은 얼마나 가혹한가. 자본주의 대기업의 부품이 되기 위해 자기 삶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시절을 바치는 게 아닌가. 풍요로운 세상에서도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자신을 향한 질문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무언가의 교훈을 거대하고 획기적으로 얻는 것만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고 가벼운 소설을 통해서 작은 변화가 나비효과처럼 당신 삶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