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 - 기적의 진통제는 어쩌다 죽음의 마약이 되었나
벤 웨스트호프 지음, 장정문 옮김 / 소우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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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펜타닐
작가: 벤 웨스트호프
분류: 과학
출판년도: 2023년
출판사: 소우주


📝2018년 11월 29일 뉴욕 타임스지에는 이러한 기사가 나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새로운 추산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7만 명 이상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펜타닐로 인한 사망자는 45%가 증가했다.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이다.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 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사람이 겪는 통증 순위 1위)을 앓는 환자, 매우 큰 수술을 받는 환자의 진통제로 쓰여왔다. 펜타닐의 위력은 최후의 진통제라 불리는 모르핀의 50배~100배에 달한다. 펜타닐을 끊으면 살을 기름에 튀기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사실상 끊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르핀은 양귀비에서 추출한 것인데, 우리는 이런 것들을 마약이라고 부른다. 즉 펜타닐은 마약보다 100배가 넘는 효과와 중독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법률에 따라 진통제이므로, 쉽게 먹을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실제 2010년부터 미국 사회에서는 펜타닐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뉴스에서도 미국의 마약중독사태를 연일 보도하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펜타닐은 1959년 벨기에의 화학자인 ‘폴 얀센‘이 개발한 진통제이다. 어딘가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얀센 제약이라 불리며,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타이레놀의 만든 회사다. 1961년 얀센을 인수한 미국회사는 존슨앤드존슨이다. 2023년 기준 시가총액이 580조 원으로 삼성보다 거대한 회사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자본주의에 충실한 국가다. 인간 사회의 최대 윤리가 생명이고, 민주주의 최대 윤리가 평등이라면, 자본주의 최대 윤리는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페놀 같은 독성물질도 강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보낼 수 있는 것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도 펜타닐에 구제가 안되는 이유가 어느 정도 그려지지 않는가?


📝드라마 ’빈센조‘에서 바벨화학이 진통제로 승인받은 마약을 판매하는 편이 나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겠지만, 법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은 인간이며 집단이다. 카르텔이라고 불리는 집단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 폭력배 등이 손을 잡고 합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게 법일까? 이해되지 않겠지만, 스페인에서는 나체로 돌아다니는 것을 처벌하는 법은 없다. 포르투갈에서는 마약을 소지했다고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콩팥을 합법적으로 거래하는 이란, 기관총을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결국 법이라는 것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 또 다른 채널의 홈쇼핑에서는 언급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문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온갖 매체를 동원해 반드시 섭취할 것을 강조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것도 우리는 이젠 알게 됐다. ’비만의 종말‘에서도 언급된 이야기이다. 연구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거의 모든 연구의 자금을 대는 곳은 기업이다. 결국 연구자들은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다.


📝합법적인 의약품인 펜타닐은 왜 가장 치명적인 불법 마약이 되었나? 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 진통제와 마약의 경계, 자본과 윤리, 정부와 기업 등 많은 부분에서 합리적인 논증을 펼친다. 책은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만큼,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을 손에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어설프게 아는 것 만큼 위험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펜타닐이 무엇이며, 어떤 경로로 우리 손에 전해지고, 누가 이익을 얻는지 등을 통해 중독의 과정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비단 펜타닐뿐만 아니라 약물, 정보, 도박, 미디어 등 세상에는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이 넘쳐난다. 다음 중독자가 내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나의 가르침으로 삼는 것을 반면교사라고 한다. 우리 생활 곳곳에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많은 중독이 있다. 책은 이러한 중독을 파헤치는 지혜를 줄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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