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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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이 시작 되는 곳>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제목: 우리의 밤이 시작 되는 곳
저자: 고요한
분류:현대소설
출판년도:2022년
출판사:나무 옆 의자


장례식장 알바생이 전하는 죽음에 대한 애도와 성장


📝‘이승 문 밖이 저승이다.’ 또는 ‘대문 밖이 저승이다'라는 말이 있다. 죽어서 간다는 저승이 우리 옆에 있다는 말이니 죽음은 우리 삶의 연장선처럼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삶의 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지만 우리는 죽음을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죽음의 현장인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책은 장례식장에서 알바를 하는 20대 젊은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그들이 겪어야하는 삶의 무게와삶과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 책의 겉표지 그림이무지개 색깔처럼알록달록한 환상적인 색을 입힌 서울시내를 배경으로 두 젊은 남녀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그림이다.제목이 <우리의 밤이시작되는 곳>이라서 두 청춘 남녀가 서울시내를 배경으로 밤에 데이트를 하는 야릇하고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었다.이런 내 생각이 완전 빗나갔다.2021년에 출간된 고요한 작가의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를 읽어 본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작가의 또 다른 세계관을 보았다.우리 시대의 젊은 20대 청춘 남녀가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끼는 죽음에 대한 감정과 그들이 알바를 마치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보는 서울시내의 밤에 대한 탁월한 묘사가 독자를 매료시킨다.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니 뭐가 다르긴 다르다.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마리가 집이 동인천이라서 장례식장 알바를 끝내고 교통비를 아끼려고 택시타고 집에 갈 수 없으니 맥도날드에서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며 밤을 새운다.새벽차가 올 때까지 서울 시내를 돌아다녀야 하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에 가슴이 시린다. 재호를 둘러싼 가족과 주변의 이야기들은 가족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무거운 죽음의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가볍고 담담하며 슬프지 않게 이야기 한다.오히려죽음을 통해서 우리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드는 소설이다.



📚17쪽,알바 자리가없어 여기까지 왔어.
대학 졸업 후 나는 1년 넘게 취업 재수를 하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카페 아르바이트에서부터 백화점 일일 판매도 했고 식당에서 서빙도 했다.분식집에서 하루 종일 김밥을 말기도 했다.그 때 얼마나 많은 김밥을 말았던지 종이만 보면 둘둘 마는 버릇이 생겼다.분식집에서 김밥을 만 개 정도 만 후 그만두고 결혼식장에서 주차 도우미 일을 시작했다.그곳에서 3개월 일했는데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더는 못하고 장례식장으로 밀려났다.이 일은 시간대가 일정치 않고 밤늦게까지 일했기 때문에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보수가 사오천 원 많았지만 두배는 더 피로했다.마리는 이번 아르바이트가 스물다섯 번째라고 했다.대학 졸업 후 마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일을 한 것이다.



📚217쪽,우리의 밤은 죽은 자들이 있는 장례식장에서 시작되었다.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창밖 풍경,상주들의 울음소리와 시끄럽게 떠들며 술을 마시던 조문객들. 그들 사이로 피어오르는 육개장 냄새와 국화 냄새와 밤새도록 꺼지지 않고 타오르던 향 냄새.그런 냄새 속에 우리의 밤이 있었다.그리고 일이 끝나 장례식장을 나서면 진짜 우리의 밤이 시작되었다.맥도날드를 찾아 서대문에서부터 광화문과 종로 일대까지 걸었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녔다.상조회사 입사지원서를 넣음으로써 한 시절이 흘러간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우리의 밤은 다시 시작될 것이었다.



📝난 매일 아침에 책을 1시간 정도 읽는 습관이 있는데 하필 일요일 아침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읽던 책을 오전에 교회를 가는 교회버스 안에서 읽었다.내가 교회버스에서 처음 책을 읽은 특별한 경험을 했다.읽던 책의 내용 뒷이야기가 궁금해 내가 예배 시간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목사님의 잘못이 아니라 작가의 필력에 대한 나의 지나친 호기심이었을까? 예배 시간에 설교를 뒷전으로 하고 왜 장례식장을 떠올려야 했는지 갑자기 작가에게 묻고 싶어진다.읽기 시작하면 “ 까마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 조각 남은 햇빛을 물고 산 너머로 날아갔다"(220쪽)고 말하는 작가의 묘사에 빠지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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