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

근원의 시간 속으로 -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
윌리엄 글래슬리 지음, 이지민 옮김, 좌용주 감수 / 더숲 / 2021년 10월

한 지질학자가 동료들과 함께 지구의 최북단, 신비의 땅 그린란드에서

38억전 지구의 흔적을 찾아가는 사색의 기록..

책 제목과 소개를 보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이 생각났다.

물론 월든은 경제학이나 인문학에 가깝고, 이 책은 자연과학 쪽이지만 왠지 모르게 월든의 그린란드 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지질학자 윌리엄 글래슬리는 존과 카이, 두명의 동료와 함께 그린란드의 서쪽 부분 디스코만 근처에서 몇개월 동안 야영하며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여러 피오르를 옮겨 다니며 몇십억년 전 지구의 움직임을 보고, 듣고, 느끼고, 기록한다.

추운 야생의 땅 북극 그린란드에서 먹고 자고 씻는 것부터,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식물과 동물들, 위대한 자연이 만들어내는 영화같은 장면과 소리들, 지구의 역사가 간직된 암석들과 단층의 흔적들을 눈 앞에서 보는 듯한 묘사와 명상에 빠지는 듯한 아름다운 글로 풀어낸다.

서문을 지나고 책을 몇 장 읽어나갔을 때, 과연 이런 글을 오래된 돌덩이들, 숫자와 현미경과 싸우는 과학자가 쓴 게 맞는지 의아했다.

그린란드의 대자연을 묘사하는 부분에선 어느 유명한 소설보다 그 장면이 눈 앞에 펼쳐졌고, 암석을 채취하면서 흘러 나온 냄새에선 수십억년전의 지구와 우주를 사색할 땐 철학책을 읽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우리를 둘러싼 풍경은 이제 완만하게 경사진 길쭉한 노두, 툰드라 평원과 거대한 암벽, 빙하로 덮인 봉우리뿐이었다. 침수된 요세미티 계곡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극적이고 근엄하며 아름다웠다. 자갈 깔린 해변에 작은 파도가 부서지면서 반복적인 배경음악을 들려주었다"

"나는 완전히 넑을 잃고 말았다.. ...예술가적 기교로 가득찬 놀라운 원고였다. 거대한 양의 미스터리, 우리 기원의 역사, 현재의 우리를 만든 여러 사건들이 모든 암석에 숨어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몇 년 전 침식 만에 자리한 바위를 덮고 있떤 툰드라를 다시 떠올린다. 순록의 뼈가 썩고 빙하가 녹고 새로운 표면이 생성되는 모습을 그려본다. 어쩔 수 없는 소멸의 변화가 일어나도 남아 있는 야생은 영원히 조용히, 저항할 수 없는 손짓으로 우리를 부를 것이다."

이 지질과학자의 그린란드 사색기는 오랫동안 공격당하던 그들의 가설이 틀리지 않았다는 좋은 소식과 야생에 대한 걱정을 독자들에게 전하며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