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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평점 :
누군가를 속속 들이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걸까요? 특별히 남편이나 아내를 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결혼한 지 이제 8년이 되어가는 저는 가만히 생각하면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짧다고 할 수는 없는 시간인데 때때로 남편의 생각을 모를 때가 있거든요.
아서 페퍼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정말 잘 안다고 생각한 아내의 낯선 모습. 그런 아내의 모습에 대한 그의 반응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그의 심정이 이해는 되요. 과연 알지 못했던 아내의 모습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결국은 그 모습을 찾아 나서게 되는 그의 결정이요. 그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순아홉의 아서 페퍼의 용기가요.
아서 페퍼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 미리엄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참(charm) 팔찌를 찾게 되요. 참 팔찌에는 여덟 개의 참이 달려 있었죠. 코끼리, 꽃, 책, 팔레트, 호랑이, 골무, 하트, 반지 모양의 참. 아서 페퍼는 그 중 코끼리 모양의 참에서 전화번호를 하나 찾게 되고, 그 전화번호는 미리엄이 돌보던 아이들 중 한 명의 메라의 번호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결국 아서는 아내의 참 팔찌에 얽힌 사연을 알아보기로 결심하죠.
아서는 참 팔찌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서 낯선 아내의 모습을 발견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아서 자신도 서서히 변해가요. 아내가 죽은 후 삶의 아무런 희망도, 의지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아서가 가족을 돌아보고, 잊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고, 다시 삶 속으로 힘차게 걸어 들어가게 되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부부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서로가 몰랐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함께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라는 그런 생각이요.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낸 후에 그 사람을 찾아나서는 여정도 의미가 있겠지만 함께 있을 때 그런 길을 서로가 같이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페드라 페트릭. 첫 장편 소설로 이렇게 행복하고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어 준 작가라 앞으로도 그녀의 작품은 꼭 찾아서 읽지 않을까 싶어요. 바로 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