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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7번째 기능
로랑 비네 지음, 이선화 옮김 / 영림카디널 / 2018년 3월
평점 :
롤랑 바르트.
사실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인물인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기호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와 인물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일어난 가상의 사건이라는 점이었어요. 간단히 말하자면 예전부터 팩션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소설은 롤랑 바르트가 사고를 당하는 순간부터 시작해요. 실제 1980년에 일어난 교통사건 말이죠. 단순한 교통사고로 생각했던 이 사고를 정보국 수사관 자크 바야르가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들이 하나씩 부각되기 시작하죠.
사고 직전 롤랑 바르트는 세상을 뒤집을 만한 힘을 가진 어떤 괴문서를 가지고 있었죠. 이를 차지하기 위해 장막 뒤의 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롤랑 바르트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인물들이 하나씩 둘씩 살해되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교통사고가 점차 커다란 사건으로 바뀌죠.
바야르와 시몽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대단한 명성을 가진 인물들이죠. 제가 좋아하는 인물들도 많았어요. 미셀 푸코, 자크 데리다, 움베르토 에코 등등. 놀라운 건 이들의 모습이에요. 이들의 생활은 제 생각을 훨씬 뛰어넘었어요. 퇴폐적이라고 해야 할지, 자유분방하다고 해야 할지. 상당히 당혹스러웠어요. 게다가 기호학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쉽지 않아 다른 장르 소설들과는 달리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했죠.
그래도 이 소설은 아주 흥미진진해요. 괴문서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 언어의 7번째 기능이 과연 무엇인지, 또한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이런 모든 것을 쫓아가는 과정이 독자의 눈길을 완전히 사로잡아 결코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죠.
600페이지의 여정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그 속도가 점점 빨라져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해요. 팩션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현실과 가상이 넘나드는 공간과 시간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찾고 싶다면,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말라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