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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
온선(온라인선생님)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평점 :
가끔은 내가 하루를 어떻게 살아냈는지보다,
오늘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가 먼저 떠오른다.
출근해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면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좋아서 시작한 일들인데도 어느 순간부터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루를 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잠들기 전에는 어김없이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은 책을 조금밖에 읽지 못했네.
강의 하나를 더 들을 수 있었는데. 공부를 조금 더 할껄그랬나.
그렇게 나는 해낸 일보다 하지 못한 일을 세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제목부터 마음에 걸렸다.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다 하지 않는다고?
늘 조금이라도 더 해내려고 애쓰던
나에게는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는 말이었다.
모든 변화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는 글귀를 읽는데 안도감이 생기기도 했다.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새로운 공부가 필요해지고, 어제까지 익숙했던 것들이 오늘은 조금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쪽이 조급해졌다.
나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벌써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호기심이 많은 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일단 궁금해진다.
배워보고 싶고, 해보고 싶고, 내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그 마음 덕분에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때로는 그 호기심이 나를 지치게 만들어서 모두 놓아버리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한꺼번에 잘해내려고 하면,
정작 내가 왜 그 일을 좋아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좋아하는 일마저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붙잡고 있는 걸까.
책을 읽다가 든 조금 아픈 질문이었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비운다는 말을 들으면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건 게으른 선택 같았고,
시작한 일을 멈추는 건 실패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비운다는 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일이 아니라,
정말 남기고 싶은 것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 아닐까.
책상 위에 물건이 가득하면 새로운 책 한 권을 펼칠 공간조차 부족해지는 것처럼, 마음에도 빈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붙잡고 있으면 정작 소중한 것을 제대로 바라볼 여유가 없으니까.
나는 지금도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
글을 더 잘 쓰고 싶고, 책도 더 깊이 읽고 싶다.
새로운 공부를 통해 앞으로의 삶을 조금씩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 마음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제는 모든 것을 동시에 해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어졌다.
오늘 강의를 하나 덜 들었다고 해서 내가 멈춘 것은 아니다.
책을 몇 페이지 읽지 못했다고 해서
독서를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필사를 하루 쉬었다고 해서 그동안 쌓아온 문장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방법이 아니라,
내가 오래 가져가고 싶은 것을 알아보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책을 읽으며 나의 하루를 다시 돌아보았다.
나는 여전히 바쁘게 살 것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또 눈을 반짝일 것이다. 가끔은 욕심을 내다가 지치기도 하고,
계획했던 일을 끝내지 못해 아쉬워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날에도 나를 조금 덜 다그치고 싶다.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변화는 무언가를 하나 더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