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조선희 지음 / 샘터사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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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조선희
⛅️ 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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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우리’도 처음에는 생판 남이었다

가족과도 함께 사는 일이 쉽지 않은데, 생판 남들과 한집에서 산다니.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가능할까?’였다. 그것도 각자의 방식으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더욱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다섯 사람은 함께 살지만 닮은 구석은 많지 않다. 생활 리듬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살아온 시간도 다르다. 그렇다고 서로를 닮게 만들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오히려 상대의 생활 방식과 영역을 인정하면서 조금씩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거리’였다.
우리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무엇이든 허물없이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 사람의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하면 관계는 금세 삐걱거린다. 누군가 한 번 밥을 샀다고 다음에도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고,
내가 커피를 샀다고 상대도 언젠가는 꼭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호의 하나에도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
어쩌면 오래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가까워지는 방법보다
서로에게 필요한 거리를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각자의 방 안에서 서로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일상에서 재미있는 것은 오히려 공용 공간에서 시작된다.
개인의 공간은 단출해지지만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는 서로의 동선과 일상이 겹치고, 포개지고, 스며든다. 그렇게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일이 생긴다. ‘같이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하루에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었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남’이라는 단어보다 ‘우리’라는 단어가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가족이었던 것도, 오랜 친구였던 것도 아닌 사람들이 함께 살 집을 만들고 생활의 규칙을 정하고 비용도 공평하게 나눈다.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에게 미루기보다 함께 해결한다.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손을 내민다. 그렇게 반복되는 사소한 일상이 생판 남이었던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우리’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나는 ‘나이 듦’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의 폭은 좁아지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일도 어려워질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 속 사람들은 전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선택할 수 있으며,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사람과도 서로에게 든든한 관계가 되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들의 공동생활이 완벽하게 아름답게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함께 살기 때문에 불편한 순간도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생긴다. 그러나 그 문제를 피하지 않고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관계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갈등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관계를 버리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계속 읽다보시 제목 속 ‘생판 남들’이라는 말이 처음과는 다르게 들렸다.
함께 산다는 것은 늘 붙어 있는 일이 아니었다.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 곁을 내어주고, 받은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서로 다른 삶의 리듬을 존중하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남’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가까운 사람들이 되어 있는 것.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우리의 모든 ‘우리’도 처음에는 서로에게 생판 남이었을 테니까.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는 내게 노후의 새로운 주거 형태를 보여준 책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함께 산다는 것’과 ‘관계를 오래 지켜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이가 몇 살이든 우리는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를 바꾸려 하기보다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갈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면, 생판 남이었던 사람과도 언젠가는 따뜻한 ‘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이 듦보다 관계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
샘터사에서 지원받아 주간심송에서 함께 읽고 필사합니다.
@isamtoh
@jugansim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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