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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나와 우는 우는 - 장애와 사랑, 실패와 후회에 관한 끝말잇기
하은빈 지음 / 동녘 / 2025년 3월
평점 :
우는 나와 우는 우는
하은빈
동녘출판사
비장애인인 저자인 '나'(빈)과 장애인인 우와 사랑하고 헤어지면서 쓰는 이야기.
책속에서 언급된것 처럼 다큐멘터리가 여전히 남아 어딘가에 존재하여 결코 익명일 수 없는 연인들이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그렇기에 처음에는 슬프면서도 불편한 마음이 앞서기도 하였습니다.
'헤어진 연인과의 사랑이야기'
이미 첫장에서 결말이 나와있기에 문득 이런 생각도 하게되었요.
왜 헤어지고 나서 글을 쓰셨을까?하고 말이에요.
그 질문의 답은 스무페이지도 채 읽기전에 찾게되었습다.
수년에 걸친 체념과 장애와 사랑이 공존하며 매일 이어진 웃음과 울음에 대한 지나간
그러나 실패와 돌봄에 대한 과거형으로 점을 찍을 수만은 없을 이야기라는것을말이에요.
그러고 왜 불편한 마음이 들었을까?라는 생각의 원인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는 제 3자의 입장일뿐임에도 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이 낯설었고,
그 낯선 호기심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한듯 하네요.
그 낯선 호기심 아래 깔려있는, 장애인은 장애인과 사귈거라는 뿌리깊은 선입견.
그 선입견이 깨어지는 과정이 불편함으로 느껴진게 아닌가하고 생각해보게되네요.
이런 뿌리깊은 선입견의 저와는 달리 '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동정의 시선을 완강히 거부하고 '우'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연인으로 바라보네요.
'우'역시 과거를 돌아보지않고, 현재의 좋은 것을 자라보는 단단한 사람이네요.
이렇게 긍정적이고 단단한 우의태도가 아이러니하게 '나'를 더 고민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장애를 가진 연인을 사랑하면서도, 사회가 규정한 성공과 자유를 꿈꾸는
갈등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했구요. 정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나 공감되면서 또 그만큼 먹먹했어요.
'우'와의 이별후에 '나'가 느낀 감정들이 정말 계속 마음에 남네요.
부끄럽고 수치스럽다는 그 고백이 아직도 '우'와 함께한 그 시간들과 추억들이
'나'에게 남아있구나하면서 말이에요.
사랑 앞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장애물과,
연애시절 공유했던 감정들을 담은 사랑이야기.
그러므로, 이 책은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이다.
p32
나는 은은히 돌아 있는 자들이 서로를 키우기 위해 혹독히 지켜온 사랑이 좋았다. 그 사랑을 이어받아 지속하고 싶었다. 우와 나를 지키고 싶었다. 사랑해야지. 필사적으로. 그건 자못 비장하고 딱딱한 결심이었고 내가 가져본 마음 중 가장 예쁘고 연한 마음이었다. 늙은 주인의 곁을 지키는 조그만 털복숭이 개의 진지한 얼굴처럼. 우를 떠나기 위해서 그 마음을 다 아작내고 나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내가 내게 너무 소중했다는 사실이 돌이킬 수 없이 상처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내가 정말 힘들었을까? 정말로 힘들었던 거라면 괜찮을 것도 같았다. 그러나 내가 고통받았다는 증거는 불충분했다. 기록하지 않아서 잊어버린 것인지 혹은 인지부조화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때그때 부지런히 폐기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p96
우를 떠나고 나서야 그 탐스러운 포도들을 맛볼 수 있었다. 알알이 혀가 녹아내리도록 충만하게 달고 맛이 있었다. 비행기를 탈 수 있다니. 비엔날레를 보러 며칠이나 광주에 묵을 수 있다니. 후미지고 가파른 곳에 있는 식당과 카페에 들어갈 수 있다니. 지하철을 탔는데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니. 하루가 내 것이고 미래가 내 것이라니.꿈을 갖는 것이 욕심이 아니라니. 내 삶이 오로지 나만을 기다리고 있다니.하루아침에 달라진 세계를 한 알 한 알 맛볼 때마다 나는 순정한 기쁨과 환희로 세계와 새로이 관계 맺었다. 호흡기도 전동휠체어도 없이 홀가분해진 몸의 나를 세계는 하루하루 포근히 안아주었다. 몰라보도록 따스하고 정겹고 너그러운 세계였다. 나는 그 세계를 아낌없이 용서하였고 매일매일 새로이 화해하였다. 그리고 그 사실에 번번이 깊숙이 상처받았다.
P.237
모든 게 자기 잘못이라고 매일 가슴을 치느라 가슴팍에 푸른 멍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나 사실은 그럴 능력도 깜냥도 가져본 적 없었던 사람들, 그리로 가면 길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더 나쁜 쪽으로만 자신을 데려갈 수밖에 없었던 기진하고 체념한 사람들의 편에 서기 위해, 이 압도적인 부채감과 의심 속에서도 내가 어떤 문장들을 덧대야만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이렇게 이어 적어둔다. 그런 애였어서 그런 사랑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런 애였어서 자기의 어려운 사랑을 얼마간이나마 할 수 있었다. 그 애조차도 자기 자신의 편이 아니었지만 그 애의 사랑만은 그 애를 이해해주었다. 그 애의 사랑이 그 애를 살려주었다.
#동녁출판사 @dongnyokpub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간심송 @jugansimsong친구들과 함께 읽고 필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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