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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ture of Software Development - 간결하게, 가치 있게, 하나씩 완성하기
론 제프리스 지음, 이기곤 옮김 / 한빛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간결하게, 가치있게, 하나씩 완성하기
책 표지에 있는 윗줄이 책 내용을 그대로 요약한 고압축 문장이다. 하지만 이대로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세상도 사바세계인 것이다. 나무아미타불.(똑똑똑똑)
책 내용도 그러하다.
# 간결하다.
저자가 익스트림 프로그래밍의 창시자이자 경력 15년 프로 애자일러(!)라서 얇은 책에 간결하고 가치있게 한 가지 주제로 읽기 쉽게 써 놓았다.
책을 읽으며 인상에 남거나, 아하! 싶은 부분에 줄을 긋고 줄 그은 페이지에 인덱스 테이프를 붙여봤더니 184쪽 짜리 책에 31쪽에 테이프가 붙었다. 이 이상 요약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책 내용은 군살 없고 간결하다.
읽기는 쉽지. 하지만 읽은 대로 하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교과서 위주로 시간 효율을 높여서 공부하고, 잠은 충분히 잤더니 성적을 잘 받았어요 같은.
책을 읽으며 그간 손을 담갔던 프로젝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뭔가 잘못됐다'라고 느꼈던 것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치를 담고 있지 않은 요구사항 혹은 기획, 하나씩 나누지 못해서 거대한 덩어리로 작업했더니 막판에 '이 산이 아니다'라고 나와서 난리났던 일정, '애자일은 스크럼이죠!'같은 마케팅 표어들. 그리고 쌓여가는 상호불신. 써 놓고 보니 정말 사바세계 그대로다.
# 가치있게
소프트웨어가 가치가 없으면 기획하고 개발하겠나 싶지만 중요하다고 내걸던 가치는 온데간데 없고 애드웨어나 블로트웨어가 결과물로 나온 경험, 없는 사람은 정말 축복한다. 앞으로도 꽃길만 걸으세요. 이상한 이런 길로 들지 않기를 빕니다. 하지만 있는 사람은 책을 읽으며 지나간 프로젝트들이 머릿속을 스칠 것이고, 거기에 빠져있던 것 중 하나가 가치 아닐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럼 가치는 무엇인가, 저자는 1부의 맨 처음과 2부의 맨 처음에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부의 맨 처음, 10장에서 "가치의 의미는 간결합니다.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죠."라고 했다. 이것만 잘라놓고 보면 '하나마나 한 소리를 왜 하나'싶지만 경험을 돌이켜 보면 뼈아픈 말이었다. 정말 가치를 생각하고, 가치있는 것을 골라서 개발했던가? 아닌 적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중요한 '가치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적절히 골라내'지 못한 적도 있었다. 왜 그랬던가 생각해보면, 가치 보다 다른 것이 '암묵적으로' 더 대우받았다. '저걸 빨리 런칭해서 나의 실적으로 삼아야지' '나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먼저 구현되어야 해' 등등.
가치는 정말로 주의깊게 관찰하고, 어떤 일을 해야할 지 적절히 골라내야한다. 앵무새 같이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달리 말주머니가 가난한 나로선 이 말을 달리 풀어쓸 재주가 없다.
"가치있는 걸 어떻게 정하죠? 지표나 수치로?" <- 아니요. 책을 다 읽고, 2부 11장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요. 책 일부분을 그대로 따올까 생각도 했지만 문맥 무시하고 일부분만 가지고 '가치는 XX죠!' 라고 약 파는 사람 나올까봐 여기에 옮기지 않습니다. (여백이 부족한 게 아님.)
# 하나씩 완성하기
"왜 하나씩 완성해야 되죠?" <- 1부 2장, 3장 읽어보면 어떨까요. 17쪽 밖에 안됩니다. (그리고 책 전반에 걸쳐서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아 이거 개발자만 읽는 책이군요?" <- 아니요. 개발에 관련된 사람은 모두 읽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개발은 개발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저는 매니지먼트를 하는데요? || 저는 개발자가 아니고 사장이에요!" <- 오, 환영합니다. 2부에 정말 필요한 이야기가 가득 있습니다. 10장부터 구구절절 필요한 이야기입니다.16,17,18장이 제목부터 유혹적일 겁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만 있는 거 아니에요?" <- 아니요. 실천하기 어렵다고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는 건 아니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거죠. 서문을 조금 인용하면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본질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그 방법은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
???: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나: 소프트웨어 개발을 순조롭게 하고 싶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도록!
???: 정말 무슨 일이든 하겠느냐...
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혼이라도 팔겠어!
???: 그렇다면..가치가 높고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피처를 우선으로 개발하고 자주 배포해라.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본질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그 방법은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
가치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적절히 골라내야만 합니다
이 책은 할 일 목록을 정리한 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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