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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3S - SUSHI.SOBA.SAKE
은미경 지음 / 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붉은 외장의 도쿄 3S. 언뜻보면 세련되보이면서도 일본의 풍속도를 전해 줄 것 같은, 그런 포장이다.

특히 붉은 표지와 'S'자가 절묘하게 만나서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는가 싶더니 안을 드려다보고 글을 읽다보면 야릇함은 싹 가시고 자리를 박차고 당장 가까운 초밥집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이 책의 제목 3S는 스시,소바,사케를 뜻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정체성은 일본 여행서다. 그럼 감이 오지 않는가. 먹거리로 찾아가는 식도락 탐방. 

읽으면서 알게되는 흥미로운 사실은 스시,소바, 사케가 일본의 전통 패스트 푸드였다는가 지금은 전통 음식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고.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곳에 나오는 맛집들의 이야기와 음식이야기에 녹아들다보면 나도 모르게 도쿄라는 도시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맛집 정보가 있고, 가게 소개가 있는, 차례만 본다면 다른 여행 가이드 북과 전혀 다를 바 없게 느껴지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모르긴 몰라도 여행서라 주장하는 이 빨간 책이 이 장르의 여타 다른 책과의 다른 점은 이렇다.

첫째 친숙했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일본의 식문화를 탐방하고 느낄 수 있는 정보가 가득하다는 점.(현대 일본의 식문화의 큰 기둥이 된 스위츠와 스파게티도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다)

둘째는 읽다보면 도쿄를 찾아가고 싶은 욕망과 함께, 일본 문화를 알게되고, 잘 몰르고 즐겼던 세 가지 음식에 대한 기초 상식을 일깨우게 된다는 점.

셋째는 분명...여행서임에도 불구하고...그래서 일지도 모르지만 주말에 도쿄로 떠나고 싶은 욕망과는 별개로 지금 당장 책장을 덮고 동네 회전초밥집이나 이자카야에라도 달려가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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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유혹
이승휘 지음 / 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나의 로망
내용 편집/구성 |mcwivern | 2008-07-15
 

언젠가 내가 꼽을 수 있는 인생의 양식이 매우 한정적이란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꼽을 수 있는 직업이 열손가락을 채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했다. 이건 슬픈이야기다. 이 현실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고 이른바 철이 든다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이 관습의 굴레는 책임이란 이름으로 환원된다. 결국 모든 제약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일상이란 비루한 것이 된 것이고 아무리 안되도 신도림역안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일탈을 꿈꾸는 것이다.

 
케냐의 유혹은 그 지점을 건드린다. 이미 몇해 전부터 많은 종류의 여행서들이 나왔다. 책이란 매체의 한계를 아니 그 특성을 이용해 정보 이상의 것들을 담기 시작한 것도 이젠 오래전 일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여행 에세이들이 최대한 강하게 다가와봐야 이색적인 분위기를 전달하고 그곳에서 겪은 고민과 느낌을 잘 토핑해 부풀은 감성을 주는 것이 가장 잘 된 경우이다.

 
저자는 몇달, 몇해처럼 일정기간 바다 밖으로 잠깐 다녀 온 것이 아니다. 돌아와서 얻을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배수의 진도 치지 않고 떠나지 않았다는 것. 그 자체가 담겨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여행지, 혹은 외국 어느 곳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떠나기까지의 결단과 실행에 자극제가 대량으로 살포 되어 있다.
 
'떠났음으로 행복했다'는 말은 그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돌아오지 않았음으로 행복했다'는 말은 그렇지 않다. 떠나기까지의 고뇌보다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심의 울림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그 떄문이다.

 
현지의 삶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책. 여행 에세이가 가져야 하는 불문율이다. 이것과 함께 여행을 가야하는 이유, 그리고 더 넓은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오는 것은 세련된 취향을 익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삶에 쉼표를 매기기 위해서도 아니다. 케냐의 유혹은 갑갑하다고, 이것이 옳지 않다고 느낀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차표 같은 거다.은하계 어딘가 또다른 생명체가 있을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진 것 처럼 내가 생각지 못한 또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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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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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건 마누라 때문이었다. <로드>뿐 아니다. 마누라는 가끔씩 읽을 만한 소설들을 던져주곤 한다. 물론 나는 잘 안 읽는다. 대충 몇 페이지 넘기다가 만다. 소설 읽을 만큼 한가한 시간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좀 한가해질 때도 소설은 별로다. 차라리 킬링 타임용 영화를 보는 게 낫다. 요새 vod 티비 달아서 디비디 빌리러 갈 필요도 없다. 물론 그렇고 그런 영화들 보다보면 좀 지겹고, 어쩌다 끝까지 본 영화도 뒷맛이 안 좋을 때가 많다. <색계>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정도 되는 영화라면 모를까.

그런 내가 <로드>를 끝까지 읽었다. 나는 매카시라는 작가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인지도 몰랐다. 마누라가 준 책은 겉껍데기가 홀랑 벗겨진 책이라, 요란뻑적지근한 추천사들이 늘어서 있는 책이라는 것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책인지도 몰랐다. 베스트셀러인 줄 알았으면 절대로 안 읽었을 것이다. 내 원칙 하나! 베스트셀러 안 읽는다. 읽더라도 목록에서 빠지고 난 다음에 읽는다. 내 원칙 둘! 자기계발서 절대 안 읽는다. 무슨 책을 봐도 내용 다 똑같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내 원칙 셋! 절대 책 안 산다. 필요한 책 있으면 빌려 읽는다. 요새 지역 도서관들에 웬만한 책 다 있다. 
  
그런데 내가 이 원칙 중 두 가지를 깼다. 원칙1과 원칙3.
원칙1은 몰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원칙3은 내가 깼다. 왜냐고? 읽고 난 다음 내 친구에게 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말하다 보니 내 원칙이 참 별 볼일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렇게 깰 가치가 있다. 요새 엄청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 친구도, 이 책 <로드>도. 사실 내 원칙 중에서도 진짜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원칙2이다. 원칙1은 원칙2와 중복될 때에만 지킬만한 값어치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물론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 중에 허접한 게 많은 것도 사실이다. 광고나 책 소개만 보고 인터넷으로 샀다가 반품하고 싶었던 책이 한 두 권이 아니었다. 그러나 베스트셀러라고 다 그런 책은 아니다. <칼의 노래> 같은 책도 그랬고, 이번에 읽은 <로드>도 그렇다.

그런데 <로드>가 뭐가 좋았느냐 하면, 딱히 이거다 하고 들 만한 것은 없다. 마누라가 슬쩍 흘리고 간 책을 잘못 집었다가 끝까지 안 읽을 수가 없었다는 것, 이건 참 일진이 안 좋은 경우지만, 그런 긴장을 읽는 내내 유지시켜주었다는 것 정도가 장점이라 해야 할까. 할 일이 태산인데, 다섯 시간을 이렇게 보내야 했다니, 정말 한심한 일이다. 그런데도 읽고 난 다음의 느낌이 좋아서 나름 보람이 있었다.
읽는 내내 소설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운명이 궁금했다. 지구가 망조가 들어 여자는 자살하고, 어린 아들 하나 챙기면서 아버지가 바다를 향해 기신기신 가는 이야기다. 가슴이 답답했다. 보통 때라면 나는 그냥 덮어버린다. 나는 공포 영화나 슬픈 멜러 같은 거 절대 안 본다. 왜 시간 써가며 그런 고문을 당해야 하는가. 코메디나 그냥 두드려 부수는 영화가 좋다. 보고 잊어버리는 영화들인데. 보고난 다음에 허망해지는 것만 감당하면 된다.

무섭거나 슬픈 거, 난 별로 안 좋아 한다. 무섭고 슬픈 건 더욱 안 본다. 그런데도 이 소설은 중간에서 덮을 수가 없었다. 왜냐고? 잘 모르겠다. 그냥 그랬다. 두 사람의 최후가 궁금했던 것 같기도 하다. 좋은 세상에 도달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지구가 망했다면 어딜 가나 마찬가지일 텐데, 그냥 통조림 깡통 많은 데에서 그거 뜯어먹으면서 사는 데까지 살아보지 뭘 하러 기를 쓰고 가는지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라도 그럴 것 같기는 했다. 세상은 망가졌더라도 뭔가 희망을 향해 움직여야 할 것이니까. 그래야 사는 게 의미 있는 것이 될 테니까. 없다면 만들기라도 해야 하는 것, 그런 게 희망의 본성이 아닐까, 그런 게 있어야 살아도 사는 거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그저 막 사는 게 다가 아니라면 사는 듯이 살아야 사는 거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소설을 덮고 나서 그런 생각들을 했다. 
  
 
그러다 문득 이혼당하고 빈털터리가 된 친구 생각이 났다. 술 한잔 사주는 것보다 이 책 한권 선물하는 게 낫지 싶었다. 마누라 책을 그냥 줘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이런 정도의 책이면 읽거나 말거나 그냥 꽂아만 놔도 폼날 것 같았다.
아니다,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었다. 이런 험악한 세상 속에서도 발버둥치며 사는 사람들 이야기, 그것도 매우 절제되어 있고, 담고 있는 메시지에 비해 묘사가 간결한 이야기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내 원칙3을 깼다. 나를 위해 산 책이 아니라 깬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건 물론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나를 고마워하지는 않더라도, 내 친구도 나처럼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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