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유혹
이승휘 지음 / 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나의 로망
내용 편집/구성 |mcwivern | 2008-07-15
 

언젠가 내가 꼽을 수 있는 인생의 양식이 매우 한정적이란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꼽을 수 있는 직업이 열손가락을 채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했다. 이건 슬픈이야기다. 이 현실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고 이른바 철이 든다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이 관습의 굴레는 책임이란 이름으로 환원된다. 결국 모든 제약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일상이란 비루한 것이 된 것이고 아무리 안되도 신도림역안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일탈을 꿈꾸는 것이다.

 
케냐의 유혹은 그 지점을 건드린다. 이미 몇해 전부터 많은 종류의 여행서들이 나왔다. 책이란 매체의 한계를 아니 그 특성을 이용해 정보 이상의 것들을 담기 시작한 것도 이젠 오래전 일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여행 에세이들이 최대한 강하게 다가와봐야 이색적인 분위기를 전달하고 그곳에서 겪은 고민과 느낌을 잘 토핑해 부풀은 감성을 주는 것이 가장 잘 된 경우이다.

 
저자는 몇달, 몇해처럼 일정기간 바다 밖으로 잠깐 다녀 온 것이 아니다. 돌아와서 얻을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배수의 진도 치지 않고 떠나지 않았다는 것. 그 자체가 담겨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여행지, 혹은 외국 어느 곳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떠나기까지의 결단과 실행에 자극제가 대량으로 살포 되어 있다.
 
'떠났음으로 행복했다'는 말은 그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돌아오지 않았음으로 행복했다'는 말은 그렇지 않다. 떠나기까지의 고뇌보다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심의 울림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그 떄문이다.

 
현지의 삶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책. 여행 에세이가 가져야 하는 불문율이다. 이것과 함께 여행을 가야하는 이유, 그리고 더 넓은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오는 것은 세련된 취향을 익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삶에 쉼표를 매기기 위해서도 아니다. 케냐의 유혹은 갑갑하다고, 이것이 옳지 않다고 느낀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차표 같은 거다.은하계 어딘가 또다른 생명체가 있을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진 것 처럼 내가 생각지 못한 또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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