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의사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3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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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가 지금의 절반쯤 나왔던 작년에 계속 나올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13권이 나왔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오랜 (그리고 좀 얄미운) 친구의 소식을 전해듣는 기분이다. 반갑고 고맙다. 

스코틀랜드 고지(하일랜드) 로흐두 마을의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이야기와 살인사건 속 사람들의 낯뜨거운 속살을 열세 권 읽다 보면 어느샌가 살아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진다.

해미시... 이 적당히 욕심쟁이에 적당한 육욕이 있으며 적당히 좀생이지만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와 '개암나무빛 눈'이라는 작가의 사랑을 받는 작자 같으니라고 😏

여하간... 
이 시리즈가 추리소설이라는 게 날 더 들뜨게 한다. 심지어 작가도 주인공도 살아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는데 번역되지 않은 시리즈가 19권이나 남아있다.

진료와 치료보다는 보험수가가 좋은 발치만 고집하는 반(?)돌팔이 치과의사인 길크리스트가 독살 당하는데 살인범은 그의 이빨을 모조리 드릴로 뚫는 보너스까지.

각종 신변잡기와 해미시의 찌질한 연애사와 그의 반려견 타우저의 빈자리와 역시나 허당만도 못한 행정 세계의 가십은 덤이다.

작가는 치과의사를 해미시와 말도 섞기 전에 죽여버린다. 혹시라도 나같은 독자들이 지겨워할까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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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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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4
그러지도 못하는 겁쟁이가 언제까지고 잘난 척 종알종알, 멋대로 구는 일은 더는 용서치 않으렵니다.

자신의 딸을 살해한 학생들을 향한 복수를 이루는 과정에 한치의 공허함이나 도덕적 고민, 그 어떤 머뭇거림도 없다. 날카롭고 서늘하게 침투하는 모리구치 선생의 결단은 학생 A와 B, 슈야와 나오키의 삶을 서서히 얼리더니 동상凍傷과 괴사의 상태까지 이르게 한다.

#이와이슌지 감독의 #릴리슈슈의모든것 을 떠올리게 하는 비뚤어진 청소년과 비뚤어진 학교와 일그러진 기성세대. 그리고 이 책은 비뚤어진 세상에 어울리는 비뚤어진 정의로 정확하게 걸어 들어간다.

경사진 땅바닥에 곧게 서기 위해서는 발목을 비틀어야 하고, 수평이 맞지 않는 이미지의 불균형은 불편한 법이다. 

이 결말을 이야미스(읽고나면 불쾌하거나 찝찝해지는 미스터리물)로 느끼지 않고 당당한 쾌감으로 받아들이는 내가 비뚤어진 관점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지만.

'고백'이라는 이 제목은 5명이 6장에 걸쳐 토해내는 자기만의 고백이라는 의미를 넘어 괴괴하고 비뚤어진 세계의 면면을 대신 고백하는 장르문학의 사회적 얼굴이 쥐어짜는 비명 같이 들렸다.

p.s. 기억을 뜯어보면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 강력범죄나 폭력을 몰라서, 실수로 저질렀다는 변명이 오히려 위험하다. 대개의 사람은 폭파 버튼을 실수로도 누르지 않도록 마음 깊은 곳에 숨겨 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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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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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
이혼을 했다.

웃기시네, 마흔여덟 살에 바람 피우다 걸려서 이혼 '당한' 주제에 이혼을 했다라고 (첫문장부터 약을 파는... 아니) 생각하는 오카다 다다시의 짧은듯 아닌듯, 우아한듯 아닌듯 독신 생활기.

작가의 데뷔작인 #여름은오래그곳에남아 를 작년 여름 참 선선하게 읽었다. 여름빛 머금은 처마 밑 풍경 같은 소서ㄹ...

그에 비해 이 책은... 이 책은 약간의 유머를 가미한 중년 아저씨가 이혼을 당하고 자기만의 로망인 오래된 단독주택을 임대해서 우아미를 찾다가 헤어진 불륜 상대를 다시 만나 연애를 재개하고 - 아내를 닮아 미국으로 MBA를 떠난 아들은 사실 '매력적인 게이'였음을 알고서 현기증이 났지만서도 '걔도 나도 전처도 알아서 잘 살거야' 생각하는 찰나 집을 2년 임대해 놓고 미국 자식 곁으로 떠나신 소노다 메아리 여사께서 급히 돌아오시고 이차저차 애인이 치매 초기 아버지와 함께 살던 옆집이 불이 나서 그 땅을 매입하고 '집을 지어보아요 즐겁고 내 마음에 드는 개인의 삶이 보장되는 프라이빗 호옴', 그리하여 노후를 준비하게 되었다... 라는 슬픈 전서ㄹ...

p164
필이 다시 화면에 나타나 내 아들 히사히코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어렴풋이 현기증이 났다. 머릿속에서 갑자기 작은 새가 날개를 파닥였다.

약간 농담 같이 적었지만 마쓰이에 마사시의 문장은 매우 간결하고 투명해서 사각사각 읽힌다. 사각사각 하는 것들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더불어 건축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표현은 담백하다. 담백한 묘미는 그것을 잘 알면서도 솔직한 사람만이 가능한 영역이지 않을까.

p186
"바닥을 높이면 연기가 역류하지 않거든. 아까 그 상태에선 난로 바닥에서 굴뚝의 흡입구까지가 너무 높아서 잘 빨아들이지 못했을 거야."

사실 아마존 재팬의 평이 '매우 좋은' 편이 아니라서 뒤늦게 읽었는데 작가 자신의 매력을 잘 드러냈으면서도 여전히 제도권 바깥의 관계를 소심하게 좋아하는 약간 요상한 취향... 을 재미있는 이혼 당한 남자 오카다 다다시를 통해 재미있게 보여주... 아니 고백한다 ㅋㅋ 

p26
결혼은 친척을 두 배로 늘리고, 짐을 두 배로 늘리고, 싸움을 네 배로 늘린다. 

p59
이혼은 얄궃게도 내가 차이고 의기소침해지기를 기다린 듯한 타이밍으로 아내가 말을 꺼냈다. "그럼 모를 줄 알았어?" 아내는 말했다.

p40
잘 있어라, 하이힐. 잘 있어라, 자동차.

그리고 오래된 집의 고양이 브레드 메이커 후미가 세상을 떠난 것이 이 책에서 가장 슬픈 일이었다.

p.s. 제가 좋아하는 작가분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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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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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259
내 유토피아는 다른 누군가의 지옥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일곱 편의 단편소설과 두편의 에세이가 담겨있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SF소설집.

성별을 무론하고 인간의 몸을 숙주 삼아 유충을 주입하는 생명체와 의약품 부작용으로 자기 훼손을 저지르는 유전 질병 DGD, 밝혀진 근친, 저임금 여성의 악순환, 인간을 고양이처럼 여기는 외계인들의 세계 등이 펼쳐진다.

음울한 디스토피아 미래관과 무력함이 뼈를 긁는 듯한 기분인데, 이 SF 세계는 거부할 수 없는 환경과 세계에서 비롯된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질병과 지배, 재난, 그리고 근원적 무력감.

너무나 강력하게 작용하는 각각의 세계는 단편으로 끝나지만 이야기 이후의 세계에서 상상의 돌파구를 고민해 보는 것이야말로 이 SF를 적극적으로 읽는 게 아닐까 싶지만... 월요일

아... 이 돌고도는 시간과 2호선 내선순환이라는 쳇바퀴 안에서 인간은 어찌나 무력하고 얼마나 힘없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가! 어흐흐 못 앉아서 가...

오늘은 집에 일찍 가서 달걀 샌드위치 소를 만들어서 그것만 먹을 것이다. 나는 🍞을 소화시키기 어려운... 무력한 인간이니까

(요 소에는 실파를 모당모당하게 썰어 넣는 것이 포인트... 그리고 겨자 넣고, 노른자는 빼고요 😗)

p.s. 가만히 고백하건대, 무려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외모나 상황을 묘사하기 전까지는 자연스럽게 백인(남성)을 연상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편향된 생각의 질주를 나도 모르게 용인하며 살고 있다. 꼭 '여'를 붙여야 되는 오늘의 삼라만상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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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284
그러지도 못하는 겁쟁이가 언제까지고 잘난 척 종알종알, 멋대로 구는 일은 더는 용서치 않으렵니다.

자신의 딸을 살해한 학생들을 향한 복수를 이루는 과정에 한치의 공허함이나 도덕적 고민, 그 어떤 머뭇거림도 없다. 날카롭고 서늘하게 침투하는 모리구치 선생의 결단은 학생 A와 B, 슈야와 나오키의 삶을 서서히 얼리더니 동상凍傷과 괴사의 상태까지 이르게 한다.

#이와이슌지 감독의 #릴리슈슈의모든것 을 떠올리게 하는 비뚤어진 청소년과 비뚤어진 학교와 일그러진 기성세대. 그리고 이 책은 비뚤어진 세상에 어울리는 비뚤어진 정의로 정확하게 걸어 들어간다.

경사진 땅바닥에 곧게 서기 위해서는 발목을 비틀어야 하고, 수평이 맞지 않는 이미지의 불균형은 불편한 법이다. 

이 결말을 이야미스(읽고나면 불쾌하거나 찝찝해지는 미스터리물)로 느끼지 않고 당당한 쾌감으로 받아들이는 내가 비뚤어진 관점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지만.

'고백'이라는 이 제목은 5명이 6장에 걸쳐 토해내는 자기만의 고백이라는 의미를 넘어 괴괴하고 비뚤어진 세계의 면면을 대신 고백하는 장르문학의 사회적 얼굴이 쥐어짜는 비명 같이 들렸다.

p.s. 기억을 뜯어보면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 강력범죄나 폭력을 몰라서, 실수로 저질렀다는 변명이 오히려 위험하다. 대개의 사람은 폭파 버튼을 실수로도 누르지 않도록 마음 깊은 곳에 숨겨 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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