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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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은 1편에서 1년 후의 이야기로 베드로의 탈옥을 기념하는 '성 베드로 축일' 전야부터 셋째날까지 나흘 동안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룬다.

현재 캐드펠 수사의 나이 59세... 🥲

#캐드펠수사시리즈 는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 미스터리인데, 이야미스나 일상의 근거리를 차용하는 현대 미스터리와는 다르게 불안감을 자극하지도 않고, 900년이라는 시간 상의 거리는 관찰자로서의 태도를 견지하게 도와준다.

더불어 기싸움을 하려는 듯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가짜 꼬리였다는 식의 반전의 골짜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불안과 반전의 반복을 피한 덕에 서사와 캐드펠의 인간적 면모, 주변 인물들(귀여운 마크 수사나 라둘푸스 신임 수도원장, 휴 베링어 등)이 각기 어떤 역할을 하며 극에 어떻게 긍정적 에너지를 끼치는 지도 보다 면밀하게 바라볼 수 있다.

다 읽고나면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은 듯 속이 편안하다.

4편은 슈롭셔에서 축일을 맞이해 큰 장이 열리고, 꽤 큰 손인 '브리스틀의 토마스'가 살해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외숙을 잃은 에마가 외숙의 비밀을 가진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호기심을 자아낸다.

1편에서 보여준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정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싸움에 휘말린 것.

p257 - "이보게. 죽음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네." 마크 수사를 지켜 보던 캐드펠이 말했다. "작년 여름 마을에서 아흔다섯 명이 죽었지.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그저 편을 잘못 들었다는 이유로 죽은 게야."
(중략)
"작년에 죽은 아흔네 명도 그랬어." 캐드펠은 타이르듯 말했다. "그리고 아흔다섯 번째 사람은 살해당했지. 우리가 보는 정의라는 것도 부서져 나온 조각일 뿐일세. 이 조각들을 가능한 한 잘 보관하고, 찾아낸 조각들을 끼워 맞추고"


세상은 스스로도 속한 인간들에게도 번민을 일삼고 때론 막막한 벽을 세우기도 하지만 각자 해야할 바를 지키며 살아보자는 이 의미는 얼마나 소중한지...

결말부에서 더 많은 죽음을 초래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다는 에마의 발언은 이 소설이 미스터리로서 갖춘 격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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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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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독초로 유명한 #투구꽃 을 의미한다.

세번째 이야기는 수도원에 장원을 바치고 조용하고 평안한 노후를 보내려는 거베이스 보넬이 독살 당하면서 벌어진다.

수도원 옆 거처에서 부수도원장이 보낸 요리를 먹고 쓰러졌는데, 독으로 쓰인 약품이 캐드펠 수사가 치료용으로 만든 것으로 범인은 사실 초반에 어렵지 않게 짐작 가능하다.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과 이 소설이 더 큰 시리즈로 발전하기 위해 빌드업 되는 주변인물들이 이번 편의 핵심 포인트라고 해야하나.

1, 2편에서 계속 바뀌던 캐드펠 수사의 조수역으로 새처럼 지저귀는(?) 마크 수사가 첫 등장을 하고 부수도원장은 수도원장이 벌이는 고도의 정치술(!?)에 발목을 잡힌다. 웨일스와 잉글랜드의 상속법 차이나 문화적 차이가 상세히 드러나면서 #웨일스 에 대한 호기심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더불어 12세기 잉글랜드와 정치적 분리가 상당히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점.

죽은 거베이스의 부인은 캐드펠이 젊은 시절 결혼을 약속했던 인물로 등장한다. 풍운아였던 캐드펠의 과거상이 전체 시리즈로 보면 좀 일찍 밝혀지는 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럴 때마다 나이 든 캐드펠에 대한 연민이나 나이듦에 공감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맞아... 나도 이렇게 피곤한데 60이면 얼마나 고되려나...'

3권은 좀 더 큰 이야기로 발전하리라는 기대감을 준다. 다음 이야기에도 이어질 새로운 인물이 둘 등장하는데, 수도원 내부 사건(!?)을 기대하게 하는 만큼... 이미 쫄깃해진다.

참 신기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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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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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2권인 이 책은 미스터리보다는 캐드펠 수사와 명민하게 편을 옮기는 젊은 귀족 휴 베링어의 긴장감 넘치는 꼬리잡기(?)가 백미다. 그리고 마지막에 크게 비틀어버리는 데선 고전에 어울리는 재치를 보여준다.

1138년, 잉글랜드는 헨리 1세의 딸인 모드 황후(마틸다)와 조카인 스티븐이 왕위 계승 문제로 전쟁 중이다. 슈루즈베리도 그 분란에 휘말리게 된다.

1 스티븐이 황후파 지역인 슈루즈베리를 점령하면서 94명의 사형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인도적인 시신 인수를 위해 나선 수도원의 캐드펠 수사가 확인한 시체는 95구.

2 지역 지도자 중 한 명인 펄크 애더니의 딸 고디스가 급한 순간에 남장을 하고 수도원으로 피신한다. 캐드펠은 일찌감치 눈치 채고 그녀를 웨일스로 대피시키고자 한다.

3 역시 황후파인 시위드 가문의 홀로남은 영애 얼라인 시위드는 95구의 시체 중 있을지 모를 오빠를 찾게 된다. 오빠의 마지막 자취에서 발견된 의문을 매듭지으려 캐드펠을 돕는다.

크게 세가지 이야기가 가로ㅡ세로ㅡ사선으로 진행되는 형세인데,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로 생각했던 사건이 아닌 나머지 사건이 정작 클라이맥스로 등장하는 결말부가 매력적이다.

60대로 등장하는 캐드펠은 벌써부터 체력에 겨운데, 한 시대를 지낸 노인이 젊은이들을 종교적 덕성과 자비, 세속적 다툼의 기준을 넘는 관용으로 대하는 데서 종교의 진의를 엿보게 된다.

캐드펠이 노후를 위해 귀의한, 다소 괴짜 기질이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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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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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수사시리즈 1권

1137년,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식집사이자 50대 평수사인 캐드펠이 웨일스의 귀더린 마을로 성물(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지러 출장(?)을 떠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1977년 발표된 소설로 2024년의 독자 입장에선 고전이다.


이 미스터리 서사는 정격으로 또박또박 진행된다. 서술트릭은 기본이요, 다양한 변주가 난무하는 21세기 미스터리를 생각하면 다소 방어적인 면이기도 하지만 편안하다. 그덕에 시대적 배경과 종교적 민감성, 종교인인 캐드펠의 사려깊은 처세와 종교적 교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인간적인 낙관을 보다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젊은 시기 1차 십자군 전쟁(1095~)에 참전했던 캐드펠은 전쟁과 연애를 두루 경험하고 느즈막히 수도사의 길을 걷는 인물. 생사의 현장과 애증의 결로를 두루 경험한 그가 마치 안정된 노후를 노리는 듯한 인상으로 수도사가 된 면모엔 다소 희극적인 유머가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젊은 동료를 보며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를 반복해서 떠올리며 은근히 내비치는 데선 어이없는 웃음이 나기도 한다. 물론 1권을 끝내면 인간적인 공감과 통찰로 변모되는 모습이다.

1권은 내세울 성물이 없는 성 바오로 수도원이 부수도원장 주도로 인근 웨일스 영토 안의 성녀의 유골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나는 데서 시작한다. 욕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부수도원장과 미모와 근육질의 콜룸바누스 수사, 위니프리드의 계시를 받았다는 부수도원장의 오른팔 제롬 수사, 세속적 욕망과 재능(?)이 엿보이는 존 수사가 캐드펠의 일행.


캐드펠이 웨일스 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데서 영국의 오랜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고, 중세 종교의 위상, 지역 생활상과 계급성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주인공은 수사이지만 종교의 계시, 환상성 등을 꽤나 잘 비틀어서 보여준다. 종교적으로 위대한 여성은 죽은 여성 뿐임을 보여주는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에서 빚어지는 수도원과 귀더린 마을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지금도 여전히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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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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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씻지 않기 시작하고 벌어지는 일이다.

대강의 줄거리는 책소개로 있어서 알고 읽었는데, 궁금한 것은 샤워를 못하게(?) 된 남편의 몸에서 냄새가 나느냐였다. 하루키의 잠을 안 자는 인물이 더 생생해진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이 소설에도 있을까 싶었는데, 냄새가 난다. 체취 악취 각질 때 다 나온다.

이쓰미는 맞벌이를 하며 평등한 부부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다가 벌어진 남편의 미친 기행에 의외로 담담하게 대응한다.

차근차근 이유를 묻고, 어떤 상처를 건드릴까봐 병원 상담을 권하지도 않고 생수를 건네기도 하고 친환경 비누도 권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 달, 세 달, 다섯 달이 지나서 회사 상사의 연락을 받은 시어머니로부터 침입 당하는 지경에 이른다.

물론 고민도 하고 걱정도 하지만 어떤 결말이 찾아올 것만 같은 예감을 느끼게 한다는 데서 이 이야기는 이쓰미의 삶의 변화에 중심이 된다. 남편의 다소 억지스런 충동적 변화는 도시적 삶이라는 체제에 대한 반역이자 '자연스러운 인간'에 대한 질문이 된다.

특히 그러려니 하며 살게 되는 도시적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도시적 의무, 조건, 태도, 예민하게 갖춰야 하는 온갖 도시민적인 것은 아주 작은 시대를 통해 정형화 됐다는 인식은 이사를 고민하는 후반부에서야 이뤄지게 된다.

p136 - 집(도쿄 아파트)은 땅값까지 포함해서 7백만 엔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맨션의 집세는 한 달에 14만 엔이다. 다른 층의 집이 매물로 나온 것을 본 적 있다. 방이 세 개에 5천 7백만 엔이었다. 시골의 낡은 집과 딱 5천만 엔 차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남편의 이름이 제시 된다. 인물이 자기의 성질을 획득했을 때 이름이 주어지는 건가? 그래서 이 부부의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많은 일본 소설에서 주인공들의 이름이 메세지와 결부 되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했지만 찾아보진 않았다. 하루는 짧고, 내 호기심에 대한 기억력도 짧으니까.

이 소설에서 이색적인 것은 오히려 '결혼관'이었다.

시어머니의 다소 유난스레 그려지는 면모는 한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사실 조용한 편이었고, 이쓰미 부부가 갖는 반려자로서의 동지애(?)와 부부로서의 독립성은 굉장히 공고하다. 회사 상사가 부인이 아니라 모친에게 연락을 한다는 데서 이 공고함이 전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유추되니까.

이 소설의 설정 중에선 다소 의아하게 만드는 것, 수돗물을 견디지 못하게 된 남편이 먹는 것에선 수돗물을 느끼지 못하거나 도시 온갖 곳에 위생을 목적으로 살포 됐을 것들을 거론하진 않는다.

구체적인 의아함과 결말의 점프를 생각하면 이 소설은 우화성을 띠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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