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 내 멋대로 살던 나. 엄마를 돌.보.다.
마쓰우라 신야 지음, 이정환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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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간병하는 입장에 놓이면 ‘편안한 간병’ 또는 ‘즐거운 간병’이란 있을 수 없다. 심지어 간병하는 사람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지면 환자를 학대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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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엄마, 미안해’는 건망증인 줄 알았던 치매 어머니를 모시며 겪었던 50세 독신남성의 일상을 담담히 엮은 에세이다. 치매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던 그가 점점 증상이 깊어지는 어머니를 케어하며 느꼈던 감정들과 1000여일 간 직접 겪으며 알아낸 지식들을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기에, 아니, 치매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엄마의 증상들을 ‘건강증’으로 치부했던 저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점점 깊어만 가는 어머니의 증상으로 인해 말미에는 어머니의 뺨을 때리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그의 자조적인 이야기가 담담하게 적혀있다.

 

하지만 그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억을 잃는 어머니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도 하루하루 있는 힘 없는 힘을 모두 짜내어 어머니를 돌본 것이다.

 

2층에서 내려오다가 팔이 탈골되었음에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여 끙끙 앓던 어머니를 위해 큰돈을 들여 아버지가 설계한 집을 그녀가 편히 다닐 수 있게 개조하고, 기억에 없는 택배 물건을 사들여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백방으로 전화하여 환불조치를 하였으며, 요실금으로 인해 더러워진 속옷과 옷은 물론, 바닥과 카펫을 매일같이 3~4번씩 세탁하는 등, 본인의 생활을 뒤로 하고 어머니를 돌보는데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나 힘든데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괜찮다고 계속 다독다 결국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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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고 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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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치매에 걸린 부모를 돌보아야 할 때 필요한 실리적인 내용을 실어두었다.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차라리 드러내 놓고 도움을 받으라는 이야기였다. 간병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간병인이 먼저 쉬어야한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본인이 행복하고 즐겁지 않으면 올바르게 케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경제적인 측면도 이야기를 하였는데,

 

나는 특히 이 부분이 공감이 갔다. 치매 –혹은 고령으로 인해 병에 걸린- 부모를 케어하다 보면 경제 활동을 올바르게 하지 못하게 되어 생기는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간병을 오는 사람들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식품 –아직 그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기에 건강식품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 보다는 차라리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금전적인 부분으로 도움을 주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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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어머니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온 뒤에야 정신이 들었다. ‘미쳤구나?. 어머니를 때리다니.’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어머, 내 입속이 찢어졌나봐. 왜이러니?” 기억을 못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날 나도 모든 기억을 잃고 싶었다.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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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그는 어머니를 보호센터에 보낸다. 혼자서 다 해내려 했지만, 점점 증상이 심해지는 어머니를 돌보며, 스스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망가져가는 것이 힘들었을 던 것이다. 더욱이 그 이상 어머니를 돌보았다가는 본인이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같았기에 그는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었다.

 

말미에 그는 여전히 일본의 공적 제도가 미미하다고 밝힌다. 고령화 시대가 심화되는데 반해 공적 제도는 현저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옆 나라 일본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다행히 나는 아직 겪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제도 역시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혹여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며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미리 생각해보고 간접 체험해볼 수 있게끔 만들어 준 책이지 않나싶다. 읽는 내내 한 숨이 더러 나오기도 했지만, 저자의 상황에 나를 대입해 보고 미리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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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참지 않아 - 소심한 집사, 고양이에게서 한 수 배우다
우메다 사토시 지음, 이용택 옮김 / 니들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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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호언장담하던 나는 사실 ‘강아지처럼 성실하고 충직한 사람이 디고 싶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성실하고 충실해야 한다’고 스스로 억눌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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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우메다 사토시는 어린 시절부터 강아지와 함께 나고 자랐다고 한다. 전형적인 친강아지파라 생각한 그는 결혼 후, 아내에게 강아지를 키우자고 제안하지만 단번에 거절당하고 만다. 아내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시작된 검은 고양이 ‘다이키치’와의 동거.

 

철창 안에 갇혀 팔리기만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애완견, 애완묘들이 밀집한 애완센터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 그는 아내와 함께 고양이 입양센터로 간다. 여러 유기묘들을 바라보던 그에게 검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 -‘시구레’라는 이름을 가진 검은 고양이-가 눈에 들어온다. 자신을 마치 데리고 가달라고 보는 녀석을 보며, 저자는 그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봤더니 고양이에게 거두어진(?) 것, 혹은 간택 당해진 것이었다-

 

입양하기로 결심한 후, 저자는 한 달 여의 수속 기간 동안 아내와 함께 유기묘 문화강좌 등에 참석하며 다이키치(시구레)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그러나 추후에 저자가 밝히듯이 고양이들이 모두 다르기에, 문화강좌 등을 통해 배운 것들이 도움이 안 될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부부는 생일도 불명확한 다이키치(시구레)의 집사로서 그와 동거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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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키치는 온갖 것에 발톱 자국을 남긴다. 그럼으로써 주변과 깊이 맞닿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한편 우리 인간은 소유물, 특히 집이나 자동차 등 고급 물건에는 되도록이면 흠집을 내고 싶어 하지 않으며 살아간다. 즉, 물건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흠집이 나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다루는 것으로 간주한다. 어느 한쪽이 맞고 어느 한쪽이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힘껏 부딪쳐 쓰러뜨리고 발톱 자국을 내면서 애착을 키워나가는 다이키치의 행동이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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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양이 ‘다이키치’를 통해 배운 삶의 철학을, 재미난 일화들을 통해 밝힌다. 단순하게 자신만을 알며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알려주는 자유분방한 에피소드들은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버려야할 것들에 대해 알려준다. 그리고 그런 삶에 대한 동경이 생기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총 3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후에 대한 에피소드뿐 아니라 짧은 칼럼을 후배치하여 삽화와 함께 고양이를 아꼈던 인물들이 남긴 명언들을 기록해두어 쉬어갈 타임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키우며 자란 친강아지파로 일전에 친구와 함께 살며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마음에 더 공감이 갔다. 물론 그와 달리 나는 고양이들의 삶에서 많은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내지는 못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책 덕분에 그때의 추억을 돌이켜보며 짧은 시간이나마 유익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집사로 생활 중인 많은 애묘인들이 보기에도, 강아지를 키우는 애견인이 보기에도 좋은 책이지 않나 싶다. 추천!! 쾅쾅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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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회사생활 -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놀아라!
권혁찬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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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모든 상황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기회를 찾고 준비하고 도전해서 기회를 잡는 것이다.


슬기란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을 뜻한다. 즉,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가 가져야 할 가장 근원적인 요소[혹은 부분]이다. 책 ‘슬기로운 회사생활’은 ‘No work, No pay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가 가장 명확하게 작용하는 회사에서 성공과 행복의 길을 가기 위한 지침서다.
 
추천사에 보면 이 책은 회사에 갓 입사하는 신입직원에게 뿐 아니라, 연차가 다소 쌓여 승진을 준비하거나, 직장 생활에 꿈을 꾸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하다고 적혀있다. 그렇다. 사실 내용만 따지고 보자면 누구나 알만한 것들이다. 구체적이며 실리적이다. 다만 중간 중간 나오는 ‘자기 성찰 박스’가 재미나며 이 책의 핵심 포인트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평생 교육을 수립하라’는 챕터에서는 삼성전자에만 박사가 8,000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인력 홍수 상황에서 나만의 경쟁력을 위한 평생교육 계획을 수립할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장애요인과 그를 극복할 대책을 스스로 수립하고 생각해보게끔 장려한다. 다른 책이었다면 교육 수립이 필요하다고 내용만 짚고 넘어갈 부분들을 직접 계획하고 생각해보게끔 하는 자기 성찰박스를 만들어 두어 책의 효율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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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남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 내가 할 수 없는 일.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상사에게 덜컥 일을 받아두기는 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가늠하지 못 해 막힐 때가 있다. 이 책은 과감히 그런 부분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것만 받으라고 명한다. 그리고 하고 난 뒤에는 여유를 가지고 놀라고 한다. 그러면 돈을 주는 회사 -앞서 이야기 했듯이 No work, No pay가 가장 명확하게 작용하는 곳이므로- 입장에서는 여유작약하게 노는 꼴을 보지 못하니 일을 더 많이 줄 것이고 더 많은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자연스레 좋은 평가가 따라온다는 것이다.


다소 의뭉스러운 구절이긴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열심히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정확하게 빨리 잘 처리하다 보면 인정 받게 된다는 말인데 이건 사람마다 편차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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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럴걸!’ 우리는 과거를 후회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흘러간 과거가 아니다. 계속 생겨나서 나에게 제공되는 지금 이 순간이다. 바꿀 수 없는 흘러간 과거를 후회하면서 실제로 나에게 선물로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실패다.


많은 책들은 말한다. 과거 속에 살지 말라고. 사실 맞는 말이다. 이미 지나간 일들을 후회해봤자 돌이킬 수 없다. 후회하기보다 실패를 만회하고 앞으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 역시도 직장생활을 하며 10가지 성공보다 1가지 실패로 쓰디쓴 경험을 맛보았을뿐더러, 그 전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실패한 1가지를 만회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기에 공감이 갔다.


8년차에 접어든 직장생활.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 할 때가 많음을 이 책을 읽으며 느겼다. 자기 성찰 박스를 통해 그간 노력이 부진한 부분도 보이고 남들보다 잘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낼 부분도 있었다. 모자란 부분에 후회는 뒤로 하고,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메꿔나가며 슬기롭게 회사생활을 이어나갈지 더 고민해봐야겠다. 실용적인 지침서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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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언덕에서 나를 용서하다 - 산티아고로 가는 길 800킬로미터
김미송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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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본래 그런 것이다. 어떻게 매일 매일이 즐겁고 행복할 수만 있겠는가. 아프고, 슬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도 있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게 쌓여 상처로 남아 있던 것들을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 어루만져 치유해 주고, 다 닳아버린 에너지를 채워주었나 보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성당에서 유아 세례를 받은 내게는 항상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가 있다. 바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이 그것이다. 총 거리가 약 800km에 다다른다하는데, 직장을 다니는지라 짬을 내지 못해 항상 관련 정보만 뒤적이고 있다.


그래서 올 해 아버지 환갑잔치를 빙자하여 스페인으로 10박 12일 가족 여행을 다녀왔지만, 결국 순례자의 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더욱 그 길에 대한 갈망과 목마름으로 허덕이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자신을 둘러싼 지독한 외로움으로 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앞만 보며 살아가던 40줄의 저자가, 스스로를 내려놓고 돌아보기 위해 나선 길. 그리고 그 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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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언제나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만난 날이고,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하루 아닌가. 그러니 매일매일은 기대에 찬 삶의 하루다.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고,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여타의 책보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단순 정보를 나열하고 멋진 사진으로 그럴 듯하게 꾸며놓은 책이 아니라서 였다.  삶을 살아보고 없는 여유 속에 팍팍하게 살던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를 찾아나서고 꿈을 쫓아 나선 뒤, 실패도 하고 기쁨도 얻어낸 과정기였기에 더 가슴에 와닿았다.


특히 자기 반성의 글들이 보통의 존재들이 느낄만한 사항들이라 그것들을 다시 한번 되새김하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책 여기저기 스며있어서 너무 좋았다. 허황된 있어보이는 글이 아니라, 담백하고 진솔한 자기 고백 글이라 마음이 갔다.


특히 지나간 기회를 아쉬워하고 그 자리에 머무는 삶보다 정체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후회없이 도전하고 싶다는 다짐하는 구절에서는 나도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녀의 글에는 그런 진정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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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에서 의미를 찾고 목표를 구한다. 여행에서조차 그러하다. 하지만 정작 목표를 정하고 의미를 찾는 순간 여행이 가져다 주는 자유로움은 휘발되고 사라진다. 이것은 답을 찾기 위해 헤매는 인생에서 정작 행복은 사라지는 것과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두자, 돌아가자 울먹이면서도 결국 자신의 44번째 생일에 맞추어, 무려 마지막날 하루에 44킬로를 걸어 종착역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저자. 그녀의 도전을 보며 나도 안도와 박수를 보내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새벽에 어김없이 일어나 또 앞을 향해 나아가야할 것 같지만, 정말로 도전의 끝을 맞이하여 감격할 줄 아는 저자를 보며, 그녀의 도전이 마지막까지 너무 멋져보였다.


순례길 초반에는 영어울렁증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그것은 스스로가 닫혀있었을 뿐, 사실은 말이 아니라 몸짓이나 행동, 눈빛으로 더 소중한 진심이 전달 될 수 있음을 깨달은 그녀를 보며 나도 내년엔 일주일짜리 코스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슬슬 계획을 자고 비행기 표를 알아봐야겠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용서하고, 내 앞을 바라보기 위해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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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 다시, ‘저녁 없는 삶’에 대한 문제 제기
김영선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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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인 멋 부림보다 내 몸에 익은 자연스러움이 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저 그런 류의  자기 계발 책일 거라 멋대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니었다. (역시 제목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나 보다.) 이 책은 저자가 약 2년간 매일같이 쓴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일.상.' 속에서 건져낸 '나'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다. 도전을 싫어하고 낯선 곳을 꺼려하며 모험을 즐기지 않는 저자가,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살아가며 느낀 행복한 에피소드들이 이 안에 있었던 것이다.

 

2016년에 직장인 1,69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평소 야근' 비율은 81.2%, 야근 시간은 하루 평균3.7시간, 야근빈도는 주당 평균 3.6회였다. 한 달 평균 53시간이나 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1년여간 외주업체 방송작가로 일한 경험이 있다. 10시 출근, 6시 퇴근에 최저임금인 80만원을 받기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때는 누구나 그렇게 사는 줄 알았고 누구나 그렇게 배우는 줄 알았다.

 

하지만 10시 출근, 6시 퇴근이 지켜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회의가 있는 날은 더 그랬다. 오후에 잡았던 회의는 무작정 연기되었다. 메인작가 누나들은 밤에 글이 잘 써진다며 저녁 9시에나 출근을 했다. 밥을 안 먹고 왔다며 밥을 시키고 소화 시켜야한다고 커피를 마신 뒤, 회의를 시작하면 밤 11시였다. 그렇게 회의를 2~3시간 가량 하고 나면 하루가 넘어갔다.

 

새벽 1~2시에 회의를 마치면 나는 추운 겨울 눈바람을 뚫고 여의도에서 장승배기 집까지 1시간 20분을 걸어왔다. 고작 80만원 받으면서 택시를 타기엔 부모님께 너무 염치가 없었고 집에 들어가지 않고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자는 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추위를 뚫고 걸어 집에 도착하면 3~4시경이었다. 10시 출근에 맞추어 일어나야 했으므로 나는 꽁꽁 언 몸이 대충 녹았을 대 쯤에는 얼른 이불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10시가 되기 전에 사무실에 출근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명절 연휴 기간에도 차레를 지낸 뒤 불려나와 3일 내내 녹화본을 돌려보며 대사를 따야했고, 12월 31일 밤 12시에 시작하는 12만원짜리 박진영 콘서트는 밤 11시에 회의 탓에 보러가지 못하게 되어 여자친구에게 차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팀 촬영 마감때문에 2박 3일 밤을 꼴딱 새고 겨우 집에 들어갔더니 3시간 뒤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나가기도 했다.

 

29살의 열혈청춘이었지만 피로해 죽을 것 같은 나날이었다. 더욱이 그게 당연하다는 모두의 인식이 나를 숨막히게 했다. 자신들이 회의시간보다 늦게 온 것에 대한 미안함은 1도 표현하지 않고 막내는 다 그런거다라는 말로 나를 짓눌렀다. 야근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무시했으며 가르쳐주지 않았다. 안 그래도 좁은 업계라 소문이 엉망이면 더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아 그런 부조리가 있어도 참아야했다. 고작 80만원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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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것들은 글러 먹었단 말이야! 근성이라곤 없지! 이정도도 못 버티는 놈은 어디 가서 뭘 하든 사람 구실 못 해! 평생 실패만 하다 패배자로 인생 종치겠지! 너 같은 놈이 다음 직장을 그리 쉽게 찾을 것 같아? 적응이나 할 것 같아? -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중


준비하던 프로그램의 종영과 함께 첫 직장을 나온 뒤, 일본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넘어와 2번째 직장에 들어갔다. 9시 출근, 6시 퇴근에, 이전보다 몇 배나 많은 월급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하지만 9시 출근, 6시라는 퇴근 시간은 허울 뿐이었다.

 

제일 상사인 본부장은 8시에 와서 하루 업무를 준비했다. 당연히 막내인 나는 그보다 일찍 나와 있어야했다. 집에 가면 마누라에게 잔소리 들어 가기 싫다던 팀장 탓에 모니터 앞에 멍하니 앉아 그가 퇴근하길 기다린 적도 허다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이 술을 마시러 나가 새벽 2~3시까지 그의 비위를 맞춰주어야만 했다. 그래도 출근은 7시 반까지였다. 물론 계약서에는 여전히 출근 시간이 9시로 명시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2~3년이 지나자 예전보다 덜 눈치를 보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짬이 되었다. 하지만 마침 SNS가 활발해지는 시기였다. 이제는 융통성을 발휘해 출근은 좀 일찍해도, 퇴근은 정시에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람(?)을 느낄 즈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단체 카톡방을 통해 팀장에세 업무지시가 내려왔다. '김대리, 내일까지 OO 좀 해서 책상 위에 올려놔줘.' 이게 무슨 개같은 경우란 말인가. 눈 마주치고 인사까지 다하고 나온 걸 뻔히 알고서는 퇴근 후에 SNS로 업무지시라니. 그것도 당장 다음 날까지 제출하라니.

 

결국 집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밤새 일을 해서 가져갔다. 하지만 더 분통 터지는 건 당장 필요한 서류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찍 퇴근하는 내가 얄미워, 팀장이 심술을 부린 것이었다.

 

그 후에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나는 그렇게 3번째 회사를 찾아나섰다.

 

다행히 3번째 회사는 2번째 회사와 같은 조건에 계약 사항을 지키고 있었다. 그 와중 지난 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다. 나는 인사 관련 일도 맡고 있었기에 이 조항에 대해 관심을 기울 일 수 밖에 없었다. 직원들 업무 시간 관리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제도를 크게 벗어나는 사항이 우리 회사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책은 과도한 업무로 인해 좌로사 하거나 자살을 택하는 수 많은 김사원, 김대리, 김과장, 김차장, 김부장을 위한 책이다.

 

사회적 제도의 변모 뿐만 아니라 앞선 이들의 생각도 바껴야 함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들어 제시한다. 예시 중에는 게임회사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이 부분들은 내가 작가 생활을 할 때 겪었던 일들과 다소 오버랩되어 분통이 터졌다. 특히 단순 소모품으로 생각하며 교체 가능한 인력으로 여겨 하찮게 여긴다는 부분들에서는 적잖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팽배한 근면주의, 열악해지는 임금구조, 시늉만 하는 규제, 경쟁을 부추기는 성과 장치 등을 열거 하며 이런 것들이 변모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우리 노동자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죽게 될 것 이라고 하였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지만 얼마만큼 바뀔지 알 수 없어 사실 책을 읽으며 답답함이 더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문제들을 눈으로 직접확인한 후 오는 한 숨같은 거라고 할까.

 

갈 길이 멀다, 참으로. 그럼에도 모르고 가는 것보다 알고 대처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근로자들이 한번쯤은 읽어보았으면 했다. 좋은 공부가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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