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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언덕에서 나를 용서하다 - 산티아고로 가는 길 800킬로미터
김미송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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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본래 그런 것이다. 어떻게 매일 매일이 즐겁고 행복할 수만 있겠는가. 아프고, 슬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도 있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게 쌓여 상처로 남아 있던 것들을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 어루만져 치유해 주고, 다 닳아버린 에너지를 채워주었나 보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성당에서 유아 세례를 받은 내게는 항상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가 있다. 바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이 그것이다. 총 거리가 약 800km에 다다른다하는데, 직장을 다니는지라 짬을 내지 못해 항상 관련 정보만 뒤적이고 있다.
그래서 올 해 아버지 환갑잔치를 빙자하여 스페인으로 10박 12일 가족 여행을 다녀왔지만, 결국 순례자의 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더욱 그 길에 대한 갈망과 목마름으로 허덕이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자신을 둘러싼 지독한 외로움으로 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앞만 보며 살아가던 40줄의 저자가, 스스로를 내려놓고 돌아보기 위해 나선 길. 그리고 그 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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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언제나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만난 날이고,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하루 아닌가. 그러니 매일매일은 기대에 찬 삶의 하루다.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고,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여타의 책보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단순 정보를 나열하고 멋진 사진으로 그럴 듯하게 꾸며놓은 책이 아니라서 였다. 삶을 살아보고 없는 여유 속에 팍팍하게 살던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를 찾아나서고 꿈을 쫓아 나선 뒤, 실패도 하고 기쁨도 얻어낸 과정기였기에 더 가슴에 와닿았다.
특히 자기 반성의 글들이 보통의 존재들이 느낄만한 사항들이라 그것들을 다시 한번 되새김하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책 여기저기 스며있어서 너무 좋았다. 허황된 있어보이는 글이 아니라, 담백하고 진솔한 자기 고백 글이라 마음이 갔다.
특히 지나간 기회를 아쉬워하고 그 자리에 머무는 삶보다 정체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후회없이 도전하고 싶다는 다짐하는 구절에서는 나도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녀의 글에는 그런 진정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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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에서 의미를 찾고 목표를 구한다. 여행에서조차 그러하다. 하지만 정작 목표를 정하고 의미를 찾는 순간 여행이 가져다 주는 자유로움은 휘발되고 사라진다. 이것은 답을 찾기 위해 헤매는 인생에서 정작 행복은 사라지는 것과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두자, 돌아가자 울먹이면서도 결국 자신의 44번째 생일에 맞추어, 무려 마지막날 하루에 44킬로를 걸어 종착역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저자. 그녀의 도전을 보며 나도 안도와 박수를 보내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새벽에 어김없이 일어나 또 앞을 향해 나아가야할 것 같지만, 정말로 도전의 끝을 맞이하여 감격할 줄 아는 저자를 보며, 그녀의 도전이 마지막까지 너무 멋져보였다.
순례길 초반에는 영어울렁증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그것은 스스로가 닫혀있었을 뿐, 사실은 말이 아니라 몸짓이나 행동, 눈빛으로 더 소중한 진심이 전달 될 수 있음을 깨달은 그녀를 보며 나도 내년엔 일주일짜리 코스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슬슬 계획을 자고 비행기 표를 알아봐야겠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용서하고, 내 앞을 바라보기 위해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