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 내 멋대로 살던 나. 엄마를 돌.보.다.
마쓰우라 신야 지음, 이정환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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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간병하는 입장에 놓이면 ‘편안한 간병’ 또는 ‘즐거운 간병’이란 있을 수 없다. 심지어 간병하는 사람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지면 환자를 학대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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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엄마, 미안해’는 건망증인 줄 알았던 치매 어머니를 모시며 겪었던 50세 독신남성의 일상을 담담히 엮은 에세이다. 치매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던 그가 점점 증상이 깊어지는 어머니를 케어하며 느꼈던 감정들과 1000여일 간 직접 겪으며 알아낸 지식들을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기에, 아니, 치매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엄마의 증상들을 ‘건강증’으로 치부했던 저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점점 깊어만 가는 어머니의 증상으로 인해 말미에는 어머니의 뺨을 때리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그의 자조적인 이야기가 담담하게 적혀있다.

 

하지만 그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억을 잃는 어머니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도 하루하루 있는 힘 없는 힘을 모두 짜내어 어머니를 돌본 것이다.

 

2층에서 내려오다가 팔이 탈골되었음에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여 끙끙 앓던 어머니를 위해 큰돈을 들여 아버지가 설계한 집을 그녀가 편히 다닐 수 있게 개조하고, 기억에 없는 택배 물건을 사들여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백방으로 전화하여 환불조치를 하였으며, 요실금으로 인해 더러워진 속옷과 옷은 물론, 바닥과 카펫을 매일같이 3~4번씩 세탁하는 등, 본인의 생활을 뒤로 하고 어머니를 돌보는데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나 힘든데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괜찮다고 계속 다독다 결국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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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고 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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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치매에 걸린 부모를 돌보아야 할 때 필요한 실리적인 내용을 실어두었다.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차라리 드러내 놓고 도움을 받으라는 이야기였다. 간병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간병인이 먼저 쉬어야한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본인이 행복하고 즐겁지 않으면 올바르게 케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경제적인 측면도 이야기를 하였는데,

 

나는 특히 이 부분이 공감이 갔다. 치매 –혹은 고령으로 인해 병에 걸린- 부모를 케어하다 보면 경제 활동을 올바르게 하지 못하게 되어 생기는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간병을 오는 사람들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식품 –아직 그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기에 건강식품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 보다는 차라리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금전적인 부분으로 도움을 주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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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어머니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온 뒤에야 정신이 들었다. ‘미쳤구나?. 어머니를 때리다니.’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어머, 내 입속이 찢어졌나봐. 왜이러니?” 기억을 못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날 나도 모든 기억을 잃고 싶었다.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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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그는 어머니를 보호센터에 보낸다. 혼자서 다 해내려 했지만, 점점 증상이 심해지는 어머니를 돌보며, 스스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망가져가는 것이 힘들었을 던 것이다. 더욱이 그 이상 어머니를 돌보았다가는 본인이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같았기에 그는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었다.

 

말미에 그는 여전히 일본의 공적 제도가 미미하다고 밝힌다. 고령화 시대가 심화되는데 반해 공적 제도는 현저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옆 나라 일본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다행히 나는 아직 겪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제도 역시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혹여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며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미리 생각해보고 간접 체험해볼 수 있게끔 만들어 준 책이지 않나싶다. 읽는 내내 한 숨이 더러 나오기도 했지만, 저자의 상황에 나를 대입해 보고 미리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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