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안 그래 돌개바람 35
오은영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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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과 새로운 물결, 원래 그래와 원래 안 그래.

 

조선 후기 흥선대원군은 쇄국정책을 펼쳤다. 자주적인 조선의 왕실과 문화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물론 서양 코쟁이들의 문화를 오랑캐들로 규정하고, 그들의 문화를 저급한 문화로 생각했기에 그러했고, 사대주의적인 사관에 붙잡혀있었던 대원군이 세계의 흐름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복고주의적 정책이기도 했다고 비난도 받았다. 그래서 근대화를 갈망하는 급진주의적인 개화파가 등장하여 갑신정변을 일으키기도 하며 혼란한 조선후기의 역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김옥균의 갑신정변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구한말 때나 현재나, 도깨비 세상에서도 옛것을 지키고자 하는 전통과 전통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하는 갈등은 상존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오영은식으로 표현하자면 원래 그래원래 안 그래의 갈등인 것이다. 그렇다면 오영은은 원래 그래원래 안 그래중 어느 편에 서있는 걸까?

엉뚱도깨비는 엄마는 없다라는 원래 그래의 도깨비 세계의 불문율을 깬다. 그것도 다수결의 원칙,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도깨비의 최고 어른격인 괴수도깨비에게 엉뚱도깨비는 3일 동안에 엄마를 만들어내면 도깨비에게도 엄마가 있게 되는 것이고, 못 만들면 도깨비 세계의 전통대로 원래 없는 것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엉뚱도깨비는 이웃에 사는 윤지의 도움으로 인터넷 카페에 원래 안 그래라는 말을 잘하는 엄마를 구한다는 광고를 낸다. 신청자격은 엄마가 싫은 어린이고, 대신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다. 많은 어린이가 신청했고, 많은 엄마들이 엉뚱도깨비에 앞에 오게 됐다. 하지만 엉뚱도깨비가 원하는 대로 원래 안 그래가 아닌 원래 그래라는 잔소리를 퍼대는 엄마들이기에 원래 자리로 돌려보낸다. 책에 빠져있는 욱이 엄마만 남게 된다. 욱이 엄마는 원래 그래, 즉 전통적인 엄마 역할을 거부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빠져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욱이는 원래 안 그래를 주장하는 엄마를 거부하고, 전통적인 엄마의 역할을 하는 즉 밥을 챙겨주고, 숙제를 챙기고, 잘못하면 잔소리를 해대는 원래 그래엄마를 구하는 소원을 말한다. 욱이 엄마는 새로운 엄마의 역할을 제시했다. 아이 스스로 알아서 자기 일을 해야 하기에 밥을 먹든 안 먹든 상관하지 않고,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가 책 읽을 시간이 많아지기에 아이에게 잔소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아이를 주체적으로 키우고, 부모 의존적인 아이로 키우지 않는 엄마의 모습일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자식만 잘 되게 하기 위해 온갖 정보를 움켜쥐고 있는 강남일대학원가 엄마들과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엄마와 자식이 완전히 분리되어 서로 독립된 세계를 구축한다. 굉장히 새로운 엄마의 역할을 제시하고,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해 낸 것일 수 있다. 전통적인 엄마의 역할을 거부한 신세대, 신사고에 기틀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욱이는 이런 엄마를 어떻게 생각할까? 잔소리를 하지 않는 새롭고도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좋아할까? 욱이는 오히려 잔소리하고, 자기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는 전통적이 엄마의 역할을 해주는 엄마를 소원한다. 이 사실을 안 욱이 엄마는 원래 안 그래라는 말보다 원래 그래라는 말을 하기 시작하고, 가족은 원래 서로 맞춰가는 거야 하는 식의 전통으로 회귀한다. 하지만 엉뚱도깨비는 여전히 원래 안 그래를 말하고 좋아한다. 엉뚱도깨비는 엄마를 다시 욱이에게 보냈지만, 자신의 엄마이기도 한다고 말한다. 엉뚱도깨비는 전통을 거부할 때 엄마가 생긴 것이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 인간의 세계가 아닌 도깨비 세계에서다. 작가에게는 원래 안 그래보다, 원래 그래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현 시대는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이 많이 파괴됐다. 또 가정 안에서도 그 역할이 많이 바뀌었다. 가부장적인 질서는 흔들리고, 모권이 강성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작가 오영은 원래 안 그래라는 전통질서를 파괴된 신세대적 가족의 모습이 아닌, 전통적인 질서 가운데 각각의 가족의 역할을 중요하시 하는 듯 하다. 새로운 물결보다는 고루하지만, 우물 안의 개구리같고, 세계화에 뒤처지는 모습이다란 비난도 있을 듯하지만 원래 안 그래하는 전통을 수호하는 의지를 이 동화를 통해 내보이는 듯하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서는 안위를 보살펴주는 엄마와 삶의 질서를 잡아주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아빠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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